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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20일(목) ㅣ
  [기고] 안동의 女人王國 이야기
성명 :김휘태 (adctkim@korea.kr) 작성일 : 2017-12-29
[기고] 안동의 女人王國 이야기

‘BC57년~ BC24년경에 30여년간 안동에 여인왕국이 있었고, 진녀 여왕이 울멍에 망하고 남은 여인들이 경주로 가서 다른 부족들과 신라를 건국하였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다. 그 여인왕국의 위치는 천등산 봉정사 동쪽 개목사 아래 산야에 펼쳐진 서후면 광평(가야)리이며, 실제로 고대국가로 추정해볼 수도 있는 돌거북상 6개와 6각형 주춧돌과 인공축대 등 여인왕국을 뒷받침할만한 유물들이 들판과 마을입구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금은 재미있는 전설이지만 만약에 2천여 년 전의 여인왕국으로 증명이 된다면 대한민국 역사를 다시 써야하는 어마어마한 스토리텔링이 될 수도 있다는데 주목해봐야 할 것 같다.

필자가 지역 언론인 친구와 호기심에 몇 번이나 현장을 둘러보니 마을주변으로 인공석축이 쌓여있고, 개목사 아래 계곡으로 생활용수를 저장하여 이용할 수 있는 저수지 같은 구릉지대가 층층이 있고, 가야리 들판 중앙에서 궁궐터로 볼 수도 있는 솔밭과 거북바위와 육각형 받침대 등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고대유적 전문가가 아닌 일반상식으로 보기에는 호기심이 극에 달하였지만 여인들만의 왕국이었다는 증거유물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아직까지는 이야기 거리로만 남겨둘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보물창고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1997년 신동아 9월호(안영배 동아일보 기자)에 실린 이 이야기는 과연 누가 어떻게 시작한 걸까? 행림출판사에서 1989년부터 1999년까지 4권을 출간한 국내 최초의 자동서기(akasha record 자기도 모르게 영감으로 쓰여 지는 현상)로 쓰인 이 책은 여인왕국, 혹은 무린바타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나 그 이후에 출판이 중단되어 완결이 나오지 않은지 20년이 지났다. 그러면 여인왕국 이야기의 줄거리를 발췌해본다.

때는 고조선 시대. 한반도 북쪽 땅에서 충성을 다하다 반대파에 억울한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최후에 환멸을 느낀 ‘용장‘이란 장수가 만삭의 몸으로 병든 아내와, 딸 ’시애‘를 데리고 사람이 살 만한 땅을 찾아 남하한다. 그러나 도중에 아내를 잃고 아버지와 딸이 정착한 곳이 지금의 안동 일대. 이후 용장은 딸인 ’시애‘를 통해 자손을 퍼뜨리게 되고, 후손들은 점점 번창해 ’알신‘과 ’공명‘이라는 씨족 집단으로 성장한다. 이들 집단은 시조 ’용장‘의 유언으로 철저하게 여성을 존대하는 모계 중심사회를 유지했다.

이 씨족 사회가 바깥으로도 알려지면서 외부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인구가 점점 늘어나 남성 중심의 부족국가를 형성했다. 이렇게 해서 경북 일대에 6부족 사회가 형성된다. 그런데 여성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살아야 하는 ‘알신’과 ‘공명’ 집단의 남성들은 이웃부족의 남성들과 자신들을 비교해보고는 크게 불만을 품고 여성들을 무력으로 굴복시킨 다음 남성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고 여성들에게 심한 매질과 구박은 물론 ‘살파’라는 집단농장을 만들어 여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가 하면, ‘미루나기’라는 젊은 여인들의 수용시설을 만들어 여자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기도 했다. 이제는 짐승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 여성들은 자신들을 구해줄 메시아를 애타게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가 여인들의 집단농장을 탈출한 한 여인이 이웃나라로 도망쳐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는다. 이때가 BC 126년의 일. 그 아이가 후에 ‘진녀’라는 여인국의 여왕이 된다. ‘진녀’는 당대 최고 검객이자 선비인 기른장으로부터 10년 동안 문무를 익히며 20세 처녀로 자란다. ‘진녀’의 출현에 용기 백배한 여인들은 그녀의 휘하로 모여들고, 그들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미인계를 써서 남성들이 지배하는 6부족을 멸망시키면서 규합한 여성들이 3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처음에 숲속에 숨어서 이른바 게릴라전을 폈으나 이제 두려워할 것이 없게 되자 ‘서현’(지금의 안동 왕궁터)에다 왕궁을 건설한다. BC 106년의 일이다.

여왕 ‘진녀’가 왕궁을 산속 깊은 곳에 세운 데는 이유가 있었다. 6부족국을 무너뜨려 나라를 세웠지만 주변의 남성이 통치하는 나라들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약한 상태여서 일단은 여인왕국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인국 주위로는 소백산 남서쪽에 자리잡은 ‘동인국’(후의 한반도 백제)이 있었다. ‘동인국’이라는 이름은 서해바다 건너 중국 대륙에 ‘서인국’(후의 대륙 백제)이라는 나라가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동인국’은 몇 차례 여인왕국에 기습을 시도하지만 여인국의 미인계를 이용한 첩보전과 수기(手旗)를 이용한 신속한 연락망, 고도로 훈련된 여인 기마병 앞에서 맥을 못추고 퇴각했다. 여인국 남쪽으로는 일찍부터 중국대륙에서 한반도에 진출한 6가야가 있었다. 6가야 세력은 어쩌다 여인왕국이 큰 위기를 맞을라 치면 번번히 도와주어 위기를 모면한다. 가야인들은 북쪽세력(후에 고구려)과 서쪽세력(백제)의 방어기지인 여인국이 무너지면 자신들도 위험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인왕국이 개국한 지 30여년만에 여왕 ‘진녀’는 죽고 후에는 ‘울멍’ 이라는 장수에 의해 여인국은 문을 닫게 된다. 이때가 기원전 56년경. 이후 여인국의 여성들 일부는 각지로 뿔뿔이 흩어지고, 남은 여성들은 남성들에 대한 증오심을 잊기로 하고 남성사회인 사로 6촌과 더불어 새로운 나라를 일으키기로 결정한다. 그것이 바로 BC 54년 ‘박혁거세’와 여인국 출신 ‘알영’이 합의해 세운 신라인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2018년 새해에는 2천년전 여인왕국의 주인공 진녀가 천등산자락에 백마를 타고 바람같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김휘태(안동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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