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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24일(목) ㅣ
  [기고] 갑질, 겸손과 존중이 필요할 때
성명 :김태흥 (xogmd7942@gmail.com) 작성일 : 2018-05-15

‘말씀’이라는 단어는 남의 말을 높이는 의미로 쓰인다. 그와 동시에 말씀은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
니다.’와 같이 자기의 말을 낮출 때도 사용한다. 국어사전에서는 ‘말씀’을 ‘남의 말을 높여 부르는
말’과 ‘자기의 말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말씀이라는 한 단어에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남을 높이는 존중이 담겨있는 것이다.
중국의 고대 유가 경전 예기(禮記)에서는 자비존인(自卑尊人)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인다는 뜻이다. ‘말씀’이 가진 두 가지 뜻을 보다 넓은 개념에서 하나로 담고 있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아름다운 정신은 고대 중국 경전과 오늘날 한국 국어사전을 한권으로
꿰뚫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은 ‘말씀’의 두 가지 뜻이나 자비존인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게만 보인
다. 군사정권이 사라지고 수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학에서는 군기와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후배
들을 괴롭힌다. 이 바람직하지 못한 전통은 그대로 회사로 이어진다. 대학을 지나 회사에서는 이것
이 ‘갑질’로 이름만 바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갑질은 지위와 권력이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행위를 총칭하는 말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100명 중 97명은
직장 상사의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갑질 안 당해본 사람 찾기가 어려운 지경이
다.
갑질의 더 큰 문제는 ‘갑’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갑질’은 사회 전반에 걸쳐서 갑은 을에
게, 을은 병에게, 병은 정에게 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방금 전까지 직장상사에게 된통 당한 이들
도 식당 종업원에게, 택배 기사에게 갑질을 한다.
몇 년 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의 현실을 드러내며 경종을 울린 땅콩회항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
직책은 사무장이었다. 그리고 어제(2018년 5월 14일)는 대한항공의 한 사무장이 보안 검색대원의
뺨을 때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두 사건은 직책상 을이라도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 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누구나 갑질의 잠재적 피해자이자 잠재적 가해자인 것이다.
모든 갑질은 제각각 유형은 달라도 근저에 깔린 원인은 같다. ‘갑’들이 자기 높은 줄만 알고 상대방
을 한없이 낮춰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갑질의 원인
을 없애면 갑질이 없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갑질의 해결책은 하나밖에 없다. 상대방을 조금만 높이고
자신을 조금만 낮추는 존중과 겸손의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국민에게 존중과 겸손의 정신이 생기고 갑질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
이다. 하지만 흙이 모여 산을 이루듯 ‘나부터 내 주변에게’ 존중과 겸손을 실천한다면 갑질 없는 상
호존중의 아름다운 사회는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안동대학교 김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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