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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3일(목) ㅣ
 우리 가족 이야기    지상 백일장   우리집 맛자랑 
성명 :김영미 (skdaks0814@hanmail.net) 작성일 : 2016-11-11 조회 : 1428
 
수국향기
 
       수 국 향 기

  얼마 전, 친정어머니 팔순을 맞아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멀리 있어 참석 못 한 손주 손녀도 있긴 했지만 모처럼만에 이뤄진 자리라 흐뭇한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다과나 집에서 하자는 의견이 많아 메뉴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주인공인 어머니께서 극구 집에서 하자는 바람에 세 집에서 각각 음식분담을 하게 되었다. 장소제공을 하게 된 나는 미역국이랑 밥만 하게 되는 특혜를 받았다. 그런데도 막상 초대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부담이 만만찮았다. 식당에서 먹으면 될 걸 왜 번거롭게 하나 하고 친정어머니를 살짝 원망도 했지만 평생에 한 번 있는 날이니 좋은 마음을 가지고 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전 날, 정육점에 들러 국거리를 사고 미리 미역도 불려놓고 묵은 그릇과 접시를 꺼내 닦아 두고 한 숨 돌리며 베란다를 무심코 바라보는데 보랏빛 수국이 눈에 들어왔다.

  서른여덟에 홀로 되신 어머니는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셨다. 더운 여름엔 냉차를 겨울엔 군고구마를 파셨고 쉬는 날에는 화장품을 가가호호 가지고 다니며 판매를 하셨다. 늦은 밤 집에 들어오는 어머니의 어깨는 언제나 땅에 닿을 듯 했다. 그런 어머니의 어깨가 잠시나마 펴지는 때가 있었다. 바로 수국이었다. 좁은 베란다에는 늘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보랏빛 수국이었다. 언제보아도 풍성한 수국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어머니를 위로해 준 친구이자 남편의 존재가 되어 주었고 포근한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수국은 나에게도 언제나 특별했다. 그렇게 지난했던 어머니의 시간은 터널을 빠져나와 어느덧 팔순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오전 얼 한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첫 번째 손님은 오빠네 부부였다. 묵직한 상자에는 김치며 과일, 불고기, 잡채까지 들어있었다. 아침부터 먼 길 오느라 바빴을 텐데 이렇게 많이 준비를 해 온 걸 보니 나는 한 게 없는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함이 밀려왔다. 뒤이어 친정어머니와 언니도 왔다. 미리 차려 놓은 상위에 준비해 온 음식과 미역국을 차리고 중앙에는 케이크를 놓았다. 어머니는 초가 왜 이렇게 많으냐며 어색한 미소를 띠셨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집에서 하길 잘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선창을 필두로 생신 축하노래가 이어지고 한껏 숨을 들이쉰 어머니가 촛불을 끄자 모두 박수를 보냈다. 미역국을 한 술 뜨신 어머니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퍼졌다. 음식은 최고였다. 모처럼 가져보는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가까이 살면서도 자주 가 보지 못해 늘 마음 한 편이 죄송함으로 가득했는데 오늘 같은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늘 피어있는 수국은 오늘도 풍만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삶이 힘들고 무거울 땐 옆에 가 가만히 수국의 향기를 가슴 깊숙이 빨아들인다. 어머니의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듯 포근함이 밀려 와 어느새 몸과 마음이 느슨해진다. 누구나에게 느껴지는 향기가 아닌 나만이 느끼고 맡을 수 있는 향기다. 어머니는 수국이고 수국은 영원히 나의 어머니다.
 
- 2016-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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