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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6일(수) ㅣ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전문 배우 못지않은 아이돌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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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04:55:0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어색한 대사 톤·부족한 연기력으로

혹평 시달린 아이돌 출신 배우 많아

황정음·윤은혜는 새 작품마다 성장

임시완·박형식·이준 ‘안정된 연기’

가수 데뷔 당시부터 차곡차곡 준비

장르 넘나들며 흠없이 캐릭터 소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돌 가수의 연기 겸업에 대한 시선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비(정지훈)처럼 연기 시작과 동시에 호평을 끌어낸 예가 극히 드물었다.

핑클 멤버였던 성유리, 베이비복스 출신 윤은혜, 그룹 슈가의 황정음 등이 연기자로 업종을 전환해 화제성을 높였지만, 초반에는 여지없이 연기력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러야 했다. 다행히 지금 언급한 이들은 이후 심기일전해 연기력을 탄탄히 다지며 배우로 자리 잡았지만, 유사한 도전을 했던 상당수의 아이돌 가수들은 재도전 기회까지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수차례 실패 사례가 이어지면서 가수 출신이, 그것도 아이돌 가수가 연기를 시작한다는 말이 나오면 색안경을 끼고 단점을 찾아내려는 이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준비 없이 스타성만 내세운다’는 부정적 시선이 강했던 아이돌 가수의 연기 겸업.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초기에 이 같은 시도를 했던 스타들이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자리를 잡았고 후발 주자들도 속속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하며 배우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황정음-남규리 등 연기력 논란 딛고 자리 굳혀

연기 겸업 또는 ‘업종 전환’을 시도한 아이돌 가수의 첫 번째 계보를 꼽아보라면 성유리-황정음-윤은혜 등이 있겠다. 이들은 가요계에서 얻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드라마에 투입돼 일단 화제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막상 출연작이 방송된 후 평가는 대부분 만족스럽지 못했다. ‘스타성으로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고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한 건 사실이나 부족한 연기력은 큰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성유리가 대표적인 예다. 첫 주연작은 2003년 작 ‘천년지애’다. 이 작품은 가요계를 평정했던 인기 절정의 그룹 핑클의 메인 멤버 성유리가 출연하는 드라마라는 사실만으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트렌디한 소재였던 ‘천년의 사랑’을 다루고, 또 한 명의 스타 소지섭이 동반 출연하는 등 인기 요소를 두루 갖춰 어필했다. 시청률도 30%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성공과 별도로 주연배우 성유리는 쏟아지는 혹평에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극 중 “나는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다”라는 성유리의 대사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주목도가 높았는데, 막상 이 대사가 화제가 된 이유는 ‘대사의 임팩트’나 연기력이 아니었다. 오히려 성유리의 어색한 대사 톤이 웃음을 자아냈기 때문이었다. 이후로도 성유리는 ‘눈의 여왕’ ‘쾌도 홍길동’ 등 드라마에 출연할 때마다 ‘국어책 대사’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다. 다행히도 ‘태양을 삼켜라’를 기점으로 조금씩 연기 톤이 안정돼 비로소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지만 오랜 기간 혹평에 시달리며 마음고생을 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윤은혜 역시 마찬가지다. 2006년 화제의 드라마 ‘궁’에서 주연을 맡으며 화려하게 연기자 신고식을 치렀는데, 당시 ‘아이돌 가수 출신’이란 편견과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력 등 여러 부정적 요인이 겹치며 혹평을 들어야 했다. 이후 심기일전해 ‘포도밭 그 사나이’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의 드라마를 통해 각종 논란을 극복하고 연기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들으며 프로페셔널 배우로 대우받는 황정음 역시 연기자 전환을 선언한 초반에 유사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 거야’ 등에 출연하며 호평을 끌어낸 그룹 씨야 출신 남규리도 한때 편견 속에서 고생해야만 했다.

그래도 이들은 고난을 극복하고 ‘업종 전환’에 성공한 케이스다. 이들이 연기자로 데뷔하던 당시 아이돌 스타의 화제성을 활용하려고 가수를 드라마에 캐스팅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는데, 이런 시도 대부분은 실패로 돌아갔다. 2005년 절정의 인기를 얻던 당시 드라마 ‘세 잎 클로버’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이효리는 비난과 혹평 속에 연기자의 길에서 발을 떼야만 했다.

◆경쟁력 갖추고 연기 데뷔하는 경우 늘어

아이돌 가수 중 일련의 과정을 거쳐 연기자 변신에 성공한 선례가 나오면서 조금씩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겸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듬어진 연기력’을 내세우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게 긍정적이다. 과거 ‘1세대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라는 멘트를 입에 달고 살며 부족한 연기력에 대한 논란을 무마했던 것과 달리, 최근 연기자로 데뷔한 아이돌 가수 출신 중에는 전문 배우 못지않은 능력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들이 꽤 많다. 아이돌 산업 시스템이 정교하게 다듬어지면서 데뷔 당시부터 연기 활동을 목표로 삼고 연습에 매진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룹 활동과 별도로 자신의 ‘또 다른 길’을 위해 준비하며 기회를 잡으려고 고군분투한다.

최근에는 기획사에서도 자신들이 키워낸 그룹의 생명력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멤버 개별 활동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이돌 그룹의 ‘인기 유효기간’이 한정적인 만큼 기획사 입장에서도 멤버의 또 다른 길을 터주고 그와 함께 사업을 이어가는 방법을 고려하는 게 유리하다. 그렇다 보니 그룹 활동을 연예계 입성의 창구로 활용하고 뒷전에서 연기자 데뷔를 준비하는 가수들이 늘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룹이 해체된 뒤 ‘먹고살 길’을 찾아야 하는 멤버들의 입장에서도, 특히나 노래나 춤 실력이 탁월하지 못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멤버라면 연기자의 길이 가장 매력적인 통로가 될 수밖에 없다. 뭐가 됐든 연기자 데뷔를 위해 차곡차곡 준비하고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대중 앞에 선다는 건, 진이 빠질 때까지 그룹 활동에만 충실하다 준비 없이 덜컥 주연으로 연기를 시작해 논란을 부추겼던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다.

◆임시완-이준-박형식 등 연기 좀 되는 아이돌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 중 칭찬할 만한 대표적인 인물은 임시완이다. ‘미생’의 주연으로 나서 호평을 끌어낸 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 임시완은 소위 ‘연기 좀 되는 아이돌’의 대표 주자로 손색이 없다. 2012년 시청률 40%를 넘어선 화제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잠시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이후 ‘적도의 남자’ ‘트라이앵글’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영화 ‘변호인’에서도 체력과 감정 소모를 동시에 요구하는 고난도 연기를 소화해 호평을 들었다.

엠블랙 멤버였던 이준도 타고난 연기자다. 그룹 활동을 할 때부터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배우는 배우다’ 등에 출연해 쉽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하며 단 한 번의 연기력 논란 없이 극찬을 끌어냈던 인물이다. 이후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갑동이’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타고난 표현력으로 캐릭터를 완성해 화제가 됐다.

제국의 아이들의 또 다른 멤버였던 박형식도 요즘 물 만난 듯 여러 드라마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룹 활동과 연기 겸업을 선언한 초반에는 같은 그룹의 임시완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지는 듯했지만 최근 ‘화랑’ ‘힘쎈여자 도봉순’ 등 화제작에 연이어 주연으로 출연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한 후 특별히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으며, ‘탄탄하다’는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히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능글능글한 코믹 연기까지 소화하며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는 중이다. 임시완과 마찬가지로 호감형의 외모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데다 연기력 향상이 눈에 띌 정도라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크다.

최근 ‘미녀 공심이’ 주연으로 호평을 들었던 걸스데이의 방민아, ‘굿와이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애프터스쿨 멤버 나나도 ‘연기 좀 되는’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다. 미쓰에이 수지는 연기자로 확고히 자리 잡았지만, 최근 들어 작품 운이 없어 괜한 혹평과 함께 애를 먹고 있다.

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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