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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3일(일) ㅣ
[이웃사랑] 다발성 경화증 앓는 정연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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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04:5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10년 투병, 약에 의지해 병 진행 늦추는 게 전부"
 
 
 
도영훈(가명) 씨가 병석에 누운 아내 정연숙(가명) 씨를 위해 아들과 함께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정연숙(가명`50) 씨는 "제발 걸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한다. 시각장애 1급인 연숙 씨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10년 전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연숙 씨는 남편 도영훈(가명`49) 씨에게 들키지 않으려 숨죽여 눈물을 흘리지만, 아내에게 온 신경을 쏟는 영훈 씨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남편은 아내를 달래다 아내에게 눈물을 보일까 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아내처럼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영훈 씨는 거실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영훈 씨는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연숙이가 쓰러지기 전엔 나한테 정말 잘했어요. 하나뿐인 아들(14)도 애지중지 키우는 좋은 엄마였죠. 온 가족이 정답게 지냈던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어요."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보는 것이 영훈 씨의 소원이다. 연숙 씨가 쓰러진 후로 가족들은 나들이를 가본 적이 없다. "연숙이가 제주도에 가서 말을 타보고 싶대요. 연숙이의 꿈을 꼭 이뤄주고 싶은데…."

◆눈과 다리 잃은 아내…만성질환까지 겹쳐

연숙 씨는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는 다발성 경화증 탓에 가슴 아래로 감각이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 4년 전까지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약에 의지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전부다. 수년째 당뇨와 고지혈증에 시달리고 있고, 심장의 승모판 협착증으로 수술도 받았다. 7년 전에 수술받았던 욕창이 재발해 매일 상처 부위를 소독해야 한다.

약하게 남아 있던 시력으로 연숙 씨를 돌보던 영훈 씨마저 3년 전부터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다. 현재 영훈 씨의 한쪽 눈은 완전히 실명한 상태다. 그래도 영훈 씨는 아내의 곁을 비우지 않는다. 연숙 씨를 목욕시키거나 휠체어에 앉히는 일은 간병인의 도움을 받더라도 꼭 영훈 씨가 한다.

영훈 씨는 "매달 나오는 정부 보조금 110만원을 생활비로 쓰고 있지만, 대부분 연숙이에게 들어간다"고 했다. 연숙 씨의 방 한쪽에는 기저귀와 물티슈, 욕창 소독을 위한 생리식염수, 거즈가 잔뜩 쌓여 있다. 가족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전세금 4천500만원은 연숙 씨의 병원비로 모두 써버렸다.

◆발달장애 아들에게 변변한 밥상 못 차려줘

영훈 씨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발달장애 때문에 시름이 깊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은 성장이 느렸고, 초등학교 1학년 때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다. 친구와 어울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학습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영훈 씨는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다"고 했다. 영훈 씨는 어려운 살림에도 아들에게 영어와 수학 과외를 시키고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들이 태권도 학원에 보내 달라고 애원했지만 영훈 씨가 과외를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들에게 장애와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든 공부를 시킬 거예요."

영훈 씨는 한창 자랄 나이인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 반찬을 사줄 수 없는 게 마음이 쓰인다. 영훈 씨와 아들은 점심은 라면으로, 저녁은 김치와 된장국으로 끼니를 때운다. 어쩌다 이웃에서 나눠주는 생선이 귀한 반찬거리다. 영훈 씨는 철이 들면서 먹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 아들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생활비가 모자라 조금씩 빌린 돈이 어느덧 3천만원을 헤아린다. 신용등급이 낮은 탓에 매달 이자만 40만원을 갚아야 한다. "연숙이가 계속 병원에 다녀야 하는데, 눈도 안 보이는 제가 연숙이를 안아서 집 밖까지 옮기는 게 너무 위험하고 힘들어요. 계단 없는 집으로 이사를 하고 싶은데 그럴 형편이 안 되네요."

이혜진 기자 hattch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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