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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24일(금) ㅣ
[이웃사랑] 2, 3도 전신 화상 입은 서수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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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1 04:55:03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전신 70% 화상 "원피스 입을 수 있을까요"
 
 
 
불의의 폭발 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은 서수현(가명) 씨가 힘든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언젠가 저도 원피스를 입을 수 있겠죠?"

전신 70%에 2, 3도 화상을 입은 서수현(가명`38) 씨는 "아직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다"고 했다. 수현 씨는 외출할 때마다 긴 옷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 장갑으로 온몸을 가린다.

1년 9개월 전 사고는 수현 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2주간 화상치료와 4차례 피부이식 수술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긴 수현 씨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대성통곡을 했다. "그토록 고통스러운 치료와 수술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거울 속 제 모습은 예전과 너무나 달랐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뒀던 수현 씨는 천천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수현 씨는 얼마 전 바깥세상으로 걸어나갔다. 최근에는 무료 컴퓨터 강좌에 다니며 취직 준비도 하고 있다. "신이 죽을 뻔한 저를 살려주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게 닥친 불행을 견디고 이겨낼 거예요."

◆화상보다 더 짙은 마음의 상처

2015년 여름, 사고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났다. 날파리를 잡으려고 모기약을 뿌린 뒤 라이터를 켠 것이 화근이었다. "폭발로 가전제품이 다 터져버리고 현관문이 날아갈 정도였죠. 전 그 자리에서 기절했어요." 응급실로 옮겨진 그는 폭발로 인한 화상으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병원에선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했다.

"화상을 입은 피부는 하얗게 익어서 죽어버려요. 죽은 피부를 벗겨 내고 매일 소독했죠. 소독할 땐 '죽는 게 이것보단 덜 고통스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소독하고 약을 바르는 20~30분이 지옥 같았고 차라리 정신을 놓아버리고 싶었어요." 첫 피부이식 수술 후 수현 씨는 1주일간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수현 씨는 기적적으로 깨어났고, 이어진 3번의 수술도 성공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퇴원했어요. 입원한 지 3개월 만이었죠. 의사 선생님은 1년 동안 입원치료를 받자고 했지만 병원비가 없었어요."

수현 씨는 사고 후 1년여간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집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친구와 전화통화만 했다. 매일 울면서 지낸 수현 씨를 구원한 것은 종교였다. "처음에는 '저를 빨리 낫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애원했지만, 지금은 그저 저를 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해요."

◆사고 후유증 극복하면 홀로 설 것

수현 씨에게는 도움을 줄 가족이 없다. 어머니는 수현 씨가 태어나자마자 집을 떠났고, 수현 씨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형편이 어려워 학창시절에는 친구 집에서 밥을 얻어먹었고, 대학 진학도 포기해야 했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7년 전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수현 씨도 삶을 포기하려 했다. 그는 '죽기 전에 엄마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에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는 수현 씨를 살게 했고, 사고 후 거처를 잃은 수현 씨를 몇 달간 돌봐줬지만 이미 재혼한 어머니에게 계속 의지할 수 없었다. 지인이 수현 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집을 무료로 제공하는 교회를 소개해줬고, 덕분에 수현 씨는 지난해 3월부터 홀로 지내고 있다.

7개월 전부터 매달 50만원 남짓의 정부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폐렴을 앓는 탓에 병원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당장 급한 화상 회복 치료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현 씨는 "폐렴이 다 나으면 직장을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빠듯한 정부지원금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게 그 돈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큰 도움을 받았으니 얼른 나아서 모두에게 갚아드리고 싶어요."

이혜진 기자 hattch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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