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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월 29일(월) ㅣ
뻣뻣한 팔, 고장난 허리…‘황혼의 아픔’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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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1 04:55:03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기자가 경험해 본 대구 ‘시니어체험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침대에서 리프트를 이용해 화장실로 이동할 수 있다. 양변기에는 하중을 줄이기 위한 바(Bar)가 설치돼 있고 욕조는 매립식으로 돼 있다.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팔이 불편한 노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제약받는 일이 많다. 좌변기에 앉을 때는 뻣뻣한 팔이 더 불편했다.

허리·팔다리 묶어 불편한 몸 재연

경사 높은 곳엔 중심 잡기 힘들어

울퉁불퉁 노면 휠체어 운전 '진땀'

年 5만2천여명 넘는 방문객 찾아

정권 바뀌며 정부지원 10년간 '0'

노후시설 교체 투자 엄두도 못내

“니도 내 나이 돼 봐라.” 잔소리나 푸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말을 하는 노인들은 실제로 매우 고달프다. 나이 서른만 돼도 ‘예전 같지 않은데….’ 얄궂은 소리를 내뱉는 젊은이들이 어찌 노인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까? 노인들의 고충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시설인 ‘시니어체험관’을 찾았다. 전국적으로 3개소가 있는데 ‘대구시니어체험관’(대구시 동구 동부로 148)이 그중 하나다. 관절염의 쓰라림까지는 경험할 수 없지만 노인들의 불편함을 간접적으로나마 재연해 볼 수 있다. 내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못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부러 불편해지기

대구시니어체험관은 연간(2016년 기준) 5만2천여 명의 방문객을 맞이한다. 시니어체험관에서는 노인이 되는 과정을 이론 교육과 생애 체험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이론 강좌는 매월 1회 열리는 건강특강과 한지교실 등 교양수업이 있다. ‘생애 체험’은 특수 복장을 입은 채 이루어진다. 노인 질환으로 불편해진 몸 상태를 가정해 생활 속 각종 상황에 직접 부딪히며 상황을 재연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기자는 노인이 느끼는 일부 고통을 체험할 수 있는 생애 체험을 해 보았다.

생애 체험은 몸을 꽁꽁 싸매는 것으로 시작됐다. 관절염에 걸린 무릎, 뇌 질환으로 굳어버린 팔 그리고 근육통 때문에 굽히기 힘든 허리를 몸으로 느껴보았다. 사실 장비들이 너무 간단하고 어설퍼 보여 ‘이 정도로 불편한 몸을 100% 재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생애 체험관 담당자는 “장비의 목적은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만드는 데 있다”라고 했다. 불편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장비를 두르고 나니 몸이 많이 뻣뻣해졌다. 허리나 팔다리를 자연스레 접고 펴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몸을 움직여 보았다.

먼저 경사 25도로 기울어져 있는 ‘어지러움 체험관’에 들어갔다. 몸이 꽁꽁 묶여서 그런지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기자가 좀 민감한 탓도 있어서 금방 어지러워졌다. 다음은 화장실을 재연한 욕조로 이동했다. 욕조에 들어갈 때는 굽히지 못하는 다리보다 뻣뻣한 팔이 더 불편했다. 생애 체험을 통해 실감한 사실은 노인에게는 팔 기능이 다른 신체 기능보다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걸을 때는 지팡이를 짚기도 하고, 일어설 때도 힘을 분산하기 위해 팔의 힘을 많이 사용한다. 뻣뻣해진 팔 때문에 욕조에 들어가는 일이 많이 불편했다. 각종 질병을 앓는 노인들은 매번 팔을 움직일 때마다 더 많은 고통을 느낀다.

◆침실이나 화장실에서도 고충이 두 배

침실은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통증유발 종합세트이다. 바닥에서 이불을 깔고 잠을 자는 한식(韓式) 침실문화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겐 고통의 장소이다. 팔다리와 허리를 굽히는 일이 너무 부자연스러워 이불에 누워보는 체험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 방 안에 있는 콘센트 높이도 노인들에겐 장애물이다. 우리나라 콘센트는 대부분이 바닥으로부터 40㎝ 위로 설치돼 있다. 허리가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현실적인 높이가 아니다. 노인들의 생리현상도 또 다른 고충이다. 양변기에 앉아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은 온몸 전체 신경에 전해진다. 아픈 신경이 있으면 온몸 곳곳이 쑤시기 시작한다. 노인용 양변기에는 앉는 힘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려있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 봤다. 자동차가 다니는 포장도로라면 휠체어 운전이 매우 용이하겠지만 인도 블록은 상태가 제각각이다. 언덕은 물론 자갈길도 나타나고 배수로도 튀어나온다. 안내 선생님은 ‘자갈길을 지날 땐 바퀴 하나는 도로에 걸치고 갈 것’ ‘배수로를 지날 때는 바퀴가 빠지지 않게 대각선으로 지날 것’ 등의 팁을 설명했다.

교통사고로 내 의지대로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해 답답했던 적이 있다. 일상생활은 물론 자고 일어나는 일도 괴로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인들은 일시적인 장애가 아니라 수년에서 수십 년간 꽁꽁 묶인 팔다리로 생활한다. 현재의 주거공간에서는 자고 일어나는 잠자리부터 밥 먹는 일 등 전 과정이 불편한 몸과의 전쟁이다. 2025년이면 시니어 인구가 전체의 25%를 차지할 전망이다. 노인이 일상 주거 공간만큼이라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시니어체험관의 한계

흔히 시니어체험관은 거창한 이름 때문에 정부나 시에서 운영을 하는 것으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민간(대구보건대학교)이 운영하고 있으며 대구시는 운영비만 일부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시니어 관련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시니어체험관’ 3곳(대구, 성남, 광주)을 세웠다. 설립에만 1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시니어 산업 예산도 후순위로 밀렸다. 대구시니어체험관이 지난 10년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0원’이다. 성남`광주의 경우에는 시니어 관련 산업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해 지방자치단체가 수억~수십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해 시설 보강이나 인력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대구시니어체험관은 재정난이 특히 심하다. 장비나 인적 투자가 10년 전 상황에서 멈춰 있다. 대구시니어체험관 관계자는 “연간 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등 지역에서도 시니어 산업에 관심이 많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노후 시설을 교체하지 못하고 인력은 오히려 줄인 상태”라고 했다.

체험관 시설뿐만 아니라 전시관도 최신 트렌드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 노인 생활용품은 관련 기업들의 기증품이 있을 때만 최신판을 전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리프트 기계와 같은 대형 장비는 새 제품을 구매할 여력이 없다.

국내에서 생산된 간단한 생활용품(휠체어, 지팡이 등)만 후원받아 전시하고 있다. 서현규 대구시니어체험관장은 “이웃나라 중국에는 1천400만의 노인이 있으며 노인이 되는 720만 베이비부머의 경제력이 대한민국 전체의 절반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니어 산업 시장의 잠재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게 평가되는 지금 정부나 지자체에서 발 빠르게 준비해 시장 수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민호 기자 km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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