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imaeil.com을 시작페이지로  매일신문 페이스북 바로가기 매일신문 트위터 바로가기 무지개세상광고구독안내사업제휴
2017년 07월 23일(일) ㅣ
[권영민의 에세이 산책] 좋은 게 좋은 것의 철학
RSS Twitter로 기사보내기 Facebook으로 기사보내기 Google bookmark로 기사보내기 밴드로 기사보내기
2017-03-21 04:55:03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아버지는 ‘좋은 게 좋은 것의 철학’ 신봉자다. 내 결혼식을 앞두고 상견례 자리에서도 아버지는 ‘좋은 게 좋은 것’이니 서로 예단은 최소화하자고 하셨다. 무엇이 좋은 게 좋은 것일까? 좋은 게 좋은 것이 되긴커녕 나는 아내와 그날 이후 예단 문제로 결혼식 당일까지 싸워야 했다. 아버지와 아내가 생각하는 ‘좋음’이 서로 달랐다. 아버지의 ‘좋음’이 시아버지로서 최소한의 대접이었다면, 내 아내에게 ‘좋음’은 결혼 비용의 합리적 지출이었다. 아내도 시아버지의 ‘좋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의 철학’으로 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에 놓인 엄존하는 권력관계까지 넘어설 순 없었다. 아버지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모호한 클리셰로 가부장적 권위를 지키려 하셨고, 결국 아내도 아버지의 ‘좋음’을 따랐다. 화가 난 아내에게 말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만 화 풀라고. 어쩌면 이 말도 아내에게는 아버지의 ‘좋음’을 따르라는 은밀한 강요로 들렸을 것이다.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이 ‘선한 의지의 철학’을 설파하는 것을 보며 아버지의 좋은 게 좋은 것의 철학을 떠올렸다. 무엇이 선함이고, 무엇이 선의인가? 선함이나 선의뿐 아니라 통합, 용서, 관용 같은 말들 모두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그러니까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관계처럼 내가 어떤 권력관계 속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말이라 한마디로 규정되지 않는다. 개념은 전쟁터라 강자가 생각하는 선과 약자가 생각하는 선이 같을 수 없는 법이다. 선한 의지의 철학에서의 선함은 강자의 선함일까, 약자의 선함일까? 결국 좋은 게 좋은 것의 철학처럼 이 역시 생각의 차이와 갈등을 적당히 덮고, 강자의 이해만 강요하고, 오해만 키울 공산이 크다.

‘선한 의지의 철학’을 따라 그는 “20세기의 지성이 비판, 분석, 의심의 지성이라면 21세기의 지성은 통섭의 지성”이라는 말도 했다. 20세기 지성이 전체주의적 광기와 종교적 독단, 이데올로기의 폭력과 싸우는 과정에서 비판과 의심을 발전시켜왔다는 사실을 그가 잠시 잊은 건 아닐까? 반대로 에드워드 윌슨이 쓰는 통섭 개념은 실상 자연과학으로 학문 세계 전체를 통합하려는 생물학적 제국주의 발상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힘센 학문은 통섭을 주장하고, 힘센 사람은 선의를 쉽게 운운하지만, 힘없는 사람은 선함을, 통합을, 용서를 결코 쉽게 말하지 않는 법이다.

세상 모든 사람을 선한 의지를 지닌 존재로 보겠다는 발언의 선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하디 선한 발언이 선하게 보이지 않는다. 경상도 보수 아버지를 지지자로 만드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모호한 말은 언제나 갈등도 불러온다. 좋은 게 좋은 건가? 아니, 나쁜 것일 때도 얼마든지 있다.

권영민 철학본색 대표
매일신문 페이스북 / 온라인 기사, 광고, 사업 문의 imaeil@msnet.co.kr ⓒ매일신문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 [more]   
 · [종교칼럼] 수확 때까지 2017-07-22
 · [광장] 여행의 추억 2017-07-22
 · [야고부] 탐정과 경찰 2017-07-22
 · [매일춘추] 하늘 아래 재생 1번지 2017-07-21
 · [청라언덕] 강남 집값↔대구 집값 2017-07-21
RSS Twitter로 기사보내기 Facebook으로 기사보내기 Google bookmark로 기사보내기 NAVER Bookmark로 기사보내기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댓글이용안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저속한 표현, 욕설, 특정인에 대한 비방, 상업적 내용을 담은 게시물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요뉴스
 
[재미로 보는 주간 운세] 2017년 7월..
[TV 영화] EBS1 TV 세계의 명화 ‘파..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 이열치맥…..
EPL 이적시장 눈치싸움…맨유는 루카..
핫한 '치맥축제' 흥행 대박…100만 ..
한국당, '외유 논란' 충북 도의원 3..
"시교육청이 경신고 자사고 유지해달..
삼성·LG·애플 내달부터 '스마트폰 ..
[사설] 文정부, 대구경북 소외시키려..
사드 전자파 측정 '반대 단체' 반발..
公山夜行 - 팔공에서 길을 묻다
아빠와 함께 떠나는 "1박2일 행복캠프"
바닥쳤나… 대구 아파트값 반등
대구 아파트값이 내릴...
신규 분양 단지마다 '프리미엄'…하반...
뉴스테이, 임대료 낮추고 입주 자격 강...
[부동산 법 對 법] 아파트 전력공급계...
비내력벽 철거 때 구조안전 확인 권장
쌍용차 '티볼리 아머' 공개
국내 소형 SUV 시장에...
전기차 충전시간 제한 폐지…테슬라도...
"침 맞고 좋아져" 대구 韓方에 깜짝...
여름 선글라스는 '보호장구'…"꼭 쓰...
"직장인 5명 중 1명, 올해 여름 휴가...
문학·지리·영어·미술 수업 후 ‘문...
최근 체험·과정 중심...
대구한의대, 日 평생학습도시서 교육...
대구대, 방학 중 고전 집중 탐구 ‘명...
‘창업사관학교’ 경일대 비결은
[입시 프리즘] 뜨거운 감자, 자사고·...
주말 나들이·축제·공연·전시·5일장 정보(7월 22일~23일)
[新 팔도유람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산청 동의보감촌
내 몸의 살과 '이별'하는 다이어트 음식
인생의 길엔 만남과..
신선한 제철 열매채소 한 그릇 샐러...
초록색 완두콩의 재발견
[금주의 골프장] 일본 '샤토레제CC'
일본 홋카이도 아즈고...
그린피 할인 정보
서비스 줄이고 캐디피는 반값
다양한 종목 섞은 종합무술
매일신문 사이트맵
뉴스 스포츠·연예 사설·칼럼 주말을 함께 독자제보 게시판 포토갤러리 m영상
전체기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교육
사람들
재테크
부동산
건강
라이프

매일희평
경북
 
스포츠
삼성라이온즈
연예
사설
칼럼
시각과전망
주말섹션
가볼만한 곳
맛집
독자투고
자유게시판
독자제보
독자카페
포토뉴스
이달의 독자사진
특종사진 갤러리
사진 공모전
네티즌 광장
지금이순간


회사소개 I 구독안내 I 광고안내 I 고충처리인 운영 규정 I 독자위원회 I 매일신문 CI I 청소년 보호정책 I
본    사 : 대구광역시 중구 서성로20 (계산 2가 71번지) 매일신문사 (우 41933) : TEL : (053) 255-5001~7
경북본사 : 경상북도 안동시 경동로 568 알리안츠생명빌딩 6층 (우 36674) : TEL : (054) 855-1700
서울지사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 1가 25) 한국프레스센터 1801호 (우 04520) : TEL(02) 733-0755~6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대구,아00201  등록일자 : 2016.11.28  발행인 : 여창환  편집인 : 여창환  Copyright by 매일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