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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3일(토) ㅣ
[나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3> 대구 1호 미용 명장 임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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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0 04:55:0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미용은 살아있는 예술"
 
미용 명장 임호순 선생은 오늘도 실전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단골손님의 머리를 만지고 있다.

올해 75세인 임호순 선생은 나이에 비해 곱다.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 있는 눈이며 코, 입 등이 조화를 이뤘고, 은근히 웃는 모습이 예쁜 할머니다. 그러나 손은 주름과 상처로 얼룩져 있다. 50여 년 미용 인생이 바로 그 손에 고스란히 묻어 있기 때문이다. 임 선생은 "그것은 50여 년 미용에 인생을 바친 '훈장'"이라며 빙그레 웃는다. 임 선생은 2006년 대한민국 명장(미용 분야) 칭호를 받았다. 대구에서는 제1호 미용 명장이다. 임 명장은 오늘도 신라미용실(대구 수성구 수성1가)에서 가위를 놓지 않고 있다.

◆50여 년 미용 외길

충북 보은이 고향인 임 명장이 '가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세 때였다. "언니 따라 미용실에 갔는데, 미용사가 그리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게 평생의 업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충청도 양반을 자처하던 아버지는 딸의 미용 일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당시만 해도 남의 머리를 손질하는 일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임 명장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용 일을 배웠다. 당시에는 출퇴근도 정해져 있지 않았고, 기술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야말로 어깨너머 공부였다. 기술을 익힌 임 명장은 서울로 올라가 종로에 있는 미용실에서 그동안 배운 기술과 새로운 유행을 접목한 미용 기술을 맘껏 펼쳤다. 인기도 있었고 미용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다. 그리고 외가가 있는 대구로 내려와 직접 미용실을 차렸다. 그의 미용 솜씨에 반한 손님이 줄을 섰다. 오전에는 일반 손님을, 오후에는 최신 스타일을 원하는 '언니'들의 머리를 했다. 임 명장은 당시 최신 유행을 알기 위해 영화를 즐겨봤다고 했다. "영화도 즐기면서 오드리 헵번, 메릴린 먼로, 잉그리드 버그만, 리즈 테일러 등 외국 여배우들의 머리를 보며 트렌드를 연구했다"면서 "눈으로 스타일을 확인하기 위해 밤차를 타고 서울을 오가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이처럼 임 명장은 계절이 바뀌면 헤어스타일 트렌드를 제시하는 등 유행을 앞서 나갔다. 이방자 여사 궁중의상 발표회 땐 고전머리를 담당하기도 했다. "고전머리는 이 여사로부터 배웠는데, 그는 누구보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사랑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노력한 성과도 있었다. 국내외 미용대회에 출전해 입상했으며, 미용대회 및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을 맡았다. ‘마타크레온’(프랑스 명예미용예술인 휘장)도 받았다.

임 명장은 강의가 없는 날이면 미용실에 출근해 단골손님 머리를 손질한다. "손님과의 대화는 중요하다. 대화를 하다 보면 원하는 스타일을 알 수 있다"며 "손님 취향은 제쳐놓고 제멋대로 하다 보면 다툼이 일기도 한다"고 했다. 임 명장은 미용 일은 천직이라고 했다. "다시 태어나도 미용 일을 하고 싶어요."

◆"미용은 살아 있는 예술"

임 명장은 "미용은 살아 있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스타일을 바꿔 미를 창조하고,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의 연출이 필요하고 유행을 좇아 항상 변화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미용은 미학에 바탕을 두고 인체를 대상으로 표현하는 종합 예술"이라고 했다. 임 명장은 자기애가 강한 현대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아름다운 곳은 더욱 살려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미용이야말로 개인의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견인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미용이 영감을 불어넣어 창작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재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임 명장은 또 재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미용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질은 바른 '인성'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는 끈기와 집념이다. 미용은 자기를 접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찾아 기능을 개발할 때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임 명장은 미용은 시대를 앞서가는 직업으로 유행과 패션에 민감하기에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걸맞은 성실한 미용인을 배출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자 목표라고 했다. “미용인은 기능과 교양을 갖추고 보건`위생에 대해서도 전문가이어야 한다"며 "미용인은 기능은 물론, 고객들과 막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교양을 겸비해야 하고 그들의 위생과 건강까지도 챙겨야 하는 만능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임 명장은 몇 년 전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그만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업 스타일' 교재를 발간했다. 그리고 실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매주 목요일 오전 7시 미용실 원장 등을 대상으로 교육도 빼놓지 않고 한다. 끊임없는 노력과 철저한 직업의식만이 미용인으로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한 임 명장은 많은 시간을 강의에 할애한다. 현재 호산대학교와 경북과학대, 울산대, 구미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올바른 기능인, 참된 기술자의 자세를 가르쳐 주고 싶다. 저의 '한 우물 파기' 미용 인생을 들려주며 후배들이 현명한 기능인이 될 수 있도록 북돋워 주고 싶다. 저는 그 뒤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임 명장은 힘닿는 데까지 기술을 제자들에게 전수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했다. “제가 가진 기능 모두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일과 또 다른 미용전문서적을 출간하는 것이 남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론서 하나 없이 어깨너머로 배운 선배로서 후학들이 불필요한 고생을 하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기능을 습득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는 오늘도 자료수집과 강의노트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임 명장은 미용 명장이 되면서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했다. "국가에서 명장으로 뽑을 때 그냥 뽑아 준 것은 아닐 테고 미용 분야의 발전을 위해 밑거름이 되길 바라면서 명장의 지위를 준 것"이라면서 "기술을 후학들에게 전수하여 미용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임 명장은 끝으로 미용전수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수관에서 새로운 기술을 알려 주기도 하고 미용 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박물관 기능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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