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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9일(목) ㅣ
[매일춘추] 처음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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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얼마 전 첫 조카가 태어났다. 형 내외가 실시간으로 보내는 아기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였는데, 3주쯤 지났을까? 집에서 조리 중인 형수의 연락을 받고 형네 집에 들렀다.

‘젖을 먹고 자주 게운다’며 한동안 걱정을 달고 있더니, 이번엔 피부 발진이 심하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조카의 얼굴을 살펴보니 별일 아니었다. 신생아에게 흔히 생길 수 있는 일과성 피부 질환 중 하나인 좁쌀종으로 보였다. 이는 잘 씻기고 잘 보습해 주면 자연히 없어지는 것이라 형네 부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지친 형과 형수를 잠시 쉬게 하고 작은 침대 속의 아기를 지켜봤다. 병원에서 신생아들을 적잖게 보아온 나인데도 뒤척이는 조카를 안으려니 사뭇 엉거주춤한 자세가 된다. 형과 형수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아기와의 신세계(?)가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갓 태어난 아기 역시 모든 것이 처음이 아닌가. 비록 열 달간 세상의 자극을 어렴풋이나마 받았겠지만 그야말로 난생처음 만나는 실체들. 작은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공기, 눈부시게 새어 들어오는 빛,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따뜻한 액체 등 이런 첫 경험을 이겨내느라 힘들게 삼킨 젖을 게워내고 열꽃을 피워내나 보다.  

지난해 가을 나는 속편을 염두에 두고 첫 요리책을 출판했다. ‘환자에게 해주고 싶은 요리’라는 큰 타이틀을 가지고 스토리와 메뉴, 촬영지를 정하는 등 나의 첫 작품 출산 준비에 분주했던 기억이 새롭다. 원고 메뉴에 맞춰 재료를 구입하고 직접 요리하는 과정을 화보로 찍는 모든 과정이 낯설고 어려웠다. 촬영지로 가는 유럽행 비행기에서부터 실수가 나왔고, 편집할 때는 못 느꼈던 부족함이 출판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게 처음이라 그러려니 스스로 위로했다.

처음으로 무엇을 해본다는 것, 그것은 설레면서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처음이기에 더 특별한 감동이 있다. 내가 처음으로 했던 많은 것들을 떠올려본다.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고, 처음으로 외래환자에게 처방을 하고, 처음으로 강단에 서서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처음으로 독자에게 글로써 내 마음을 전하는 소중한 일들…. 처음이라 더 의미가 있고, 처음이라 실수마저 용서가 되고, 처음이라 잘 잊히지도 않는다. 처음이라는 부담감과 실패가 두려워 주저했다면, 지금까지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궁금증만 키웠을 것이다.

새해 벽두 ‘처음’이라는 단어가 설렘으로 다가온다. 실수와 실패마저도 처음 하는 자의 특권이라는 생각에 그 자체가 소중하다. 더불어 처음에 미숙했던 많은 것들이 점차 매끄럽게 숙련이 되는 것을 처음이 주는 달콤한 선물이라 여기며 나는 지금도 시도하고 도전할 거리들을 찾아 나선다.

김섬 공중보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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