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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리플노믹스와 2040세대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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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가상화폐(암호화폐)인 리플(XRP)은 지난 연말 거래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리플이 거래총액에서 암호화폐 시장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에 이어 2위로 부상했다. 영국 유력 언론인 가디언은 리플이 비트코인을 제치고 2018년에 가장 주목받는 암호화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이미 비트코인 다음으로 가장 인기 있는 가상화폐로 자리 잡았다.

리플의 가장 큰 장점은 블록체인 보안기술을 바탕으로 결제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리플넷 글로벌 송금을 하게 되면 결제 시간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비해 훨씬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의 미래 가치를 현재 기준으로 가늠하기는 매우 어렵다. 오늘의 잣대로 불확실한 내일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벤츠 자동차를 보자. 1895년 벤츠가 4기통 엔진을 지닌 조악한 자동차를 선보였다. 당시의 가장 혁신적 교통수단은 기차였다. 기차 회사의 한 고관은 아마도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자동차가 길 위를 다니려면 땅 위에 홈을 파서 바퀴가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땅속에서 석유를 뽑아야 하고 다시 가솔린으로 변환시켜야 한다. 가장 우스꽝스러운 것은 자동차는 겨우 두세 명만 탈 수 있다. 누가 자동차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구매하겠느냐. 그런 조롱을 받았을 벤츠 자동차였다. 그런데 우리는 2017년 상반기에만 벤츠 자동차가 독일 본토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일본에 이어서 한국에서도 리플이 비트코인과 쌍벽을 이룰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지만 한국의 리플 열풍을 누가 주도하는지 추적하면 미래 예측이 조금이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리플 거래장에서 ‘큰손’의 존재와 ‘개미’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 통계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포털 ‘네이버’의 검색 트렌드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검색은 관심을 반영하고 관심은 행동을 낳는다. 예상과 다르게 리플 검색 빈도는 12월 22일에 98로 최고점을 기록하고 23일부터 26일까지 수직 급락했다. 이것은 네이버를 모바일로 접속한 사람들로 성별과 연령을 구분하지 않은 결과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접속매체를 모바일에서 PC로 변경하고 연령층은 2040세대로 제한했다. 성별은 남녀 모두로 그대로 두었다. 그랬더니 흥미로운 트렌드가 발견되었다. 지난해 12월 24일과 25일의 검색지수 값은 10이었다. 하지만 26일에는 2배 가까운 19로 상승했다.

빅데이터 조사에 기초하면 한국에서 리플은 2040세대와 샐러리맨이 주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2040은 어떤 계층인가. 20대는 취업과 결혼을 포기했고, 30대는 직장에서 슈퍼맨이기를 강요당하고, 40대는 IMF 직격탄을 맞은 구제금융 세대이다. 이러한 2040세대에게 비트코인과 리플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투자기회로 다가선 것이다. 직장 잡기와 내 집 마련이 언감생심인 이들에게 가상화폐는 탈출구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서 ‘김프’(김치 프리미엄의 줄임말: 해외와 비교해 현저히 높은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을 풍자하는 용어)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정부는 우울한 2040세대가 리플노믹스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주식과 부동산을 평가하는 공기관이 있는 것처럼 디지털 화폐의 가치를 제대로 조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때이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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