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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6일(목) ㅣ
[이웃사랑]신장암과 싸우는 서영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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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사글셋방서 7년째 홀로 병마와 외로운 싸움
 
 
 
신장암을 앓는 서영래(가명`60) 씨는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되면서 거동이 불편해졌다. 신약 항암제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2천만원을 훌쩍 넘기는 비용 탓에 치료를 계속 미루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신장암을 앓고 있는 서영래(가명·60) 씨가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위태롭게 계단을 올랐다. 서 씨는 “보름 전부터 두통이 심해진 데다 다리에 힘을 주기 어렵고, 조금만 걸어도 장딴지가 단단해져서 걷다가 쉬기를 반복해야 한다”고 했다. 서 씨의 뒤를 따라 낡은 단독주택의 가파른 계단에 올라서자 그의 사글셋방이 보였다. 이렇다 할 세간살이도 없는 월세 15만원의 좁은 방에서 서 씨는 홀로 병마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7년째 싸우고 있는 신장암, 뇌까지 암세포 번져

서 씨는 7년째 신장암과 투병 중이다. 평소 건강을 자신했던 서 씨는 지난 2011년 4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걸 보고 병원을 찾았다. 서 씨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랜만에 찾은 병원이었는데 그렇게 중병을 진단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잔병치레라도 했다면 차라리 일찍 발견했을 텐데 건강을 과신했던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암 진단 당시 서 씨의 신장 건강은 극도로 악화돼 있었다. 진단을 받은 다음 날 바로 신장 하나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암세포가 폐로 조금 전이됐지만 항암제로 다스릴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판단됐고, 치료도 착실히 받았다. 서 씨는 암 진단 후 5년 동안 완치 판정을 기대하며 잘 버텨냈다. 하지만 홀가분함 대신 찾아온 것은 막막한 현실이었다. 이겨낸 줄 알았던 신장암이 남아 있는 다른 신장에서 재발한 것이다.

서 씨는 다시 암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예후는 좋지 않다. 암세포는 폐와 간으로, 최근에는 뇌까지 전이됐다. 뇌종양은 외과적 수술이 쉽지 않아 감마선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감마나이프’ 시술을 두 차례 받았다. 연속적인 추가 시술이 필요하지만 1회 200만원가량의 치료비 부담 때문에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최근 걸음걸이가 불편해진 것도 뇌로 번진 암세포 때문이라고 했다. 서 씨는 수시로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치료를 빨리 하지 않으면 거동마저 불편해진다고 의료진은 경고하지만, 서 씨는 집에서 진통제만 먹으며 버티고 있다. 서 씨는 “자려고 누웠을 때가 가장 아프다. 두통 때문에 일상생활도 힘들 정도”라고 했다.

◆ 주치의가 권하는 신약 항암제 너무 비싸

서 씨가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것은 신약 항암제다. 주치의는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며 사용을 권하지만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라 한 달에 400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6개월간 낼 자신이 없다. 서 씨는 “당장에 그렇게 큰돈을 마련할 방법도 없지만 낫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큰돈을 어떻게 빌리겠느냐”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가는 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서 씨는 치료는커녕 생계조차 이어가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20년 가까이 했던 택시 운전은 병세가 악화되면서 두 달 전에 그만뒀다. 서 씨는 “어느 날 직진하려고 해도 운전대가 한쪽으로 자꾸 쏠리는 게 느껴졌고 이러다가 큰 사고를 낼 것 같아 그날로 회사에 차량을 반납하고 퇴사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요즘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 월세도 넉 달치가 밀려 보증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오랜 투병 생활에 치료비로 퇴직금은 모두 써버렸다. 가족에게라도 의지하고 싶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부인과는 20년 전 사별했고 자녀도 없다. 형이 있지만 치매 증상을 보이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터라 도움을 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어려서부터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공장이나 건설현장에서 일했어요. 큰 돈은 못 벌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는 끼치지 않고 살 수 있었는데….”

서 씨는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늘 묵묵히 버티면서 살아왔습니다. 누구를 원망해본 적도 없고요. 지금이 가장 힘들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이겨내 보려 합니다. 다시 한 번 건강을 찾게 된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살 겁니다.”

김윤기 기자 yoonk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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