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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자동차로 떠나는 세계여행] ⑥유럽으로 가는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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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1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2차대전 폭격 피한 탈린, 중세로 타임슬립
 
서울 여의도의 절반 크기인 탈린 구시가지는 관광안내소에 들러 지도 한 장 받아들고 가이드도 필요 없이 하루 정도 다니면 아주 적당하다. 그런데도 이틀, 사흘씩 머무르는 관광객이 아주 많다. 그만큼 아기자기하고 즐겁다.
 
공주가 사뭇 전투적이다. 함부로 덤볐다가는 뼈도 못 추릴 듯…. 구시가지의 건물들은 비슷한 크기이지만 똑같은 성냥갑 건물은 한 동도 없다. 모양과 크기, 높이뿐만 아니라 색상도 같은 계열이지만 제각각이다.
◆유럽의 관문 에스토니아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발트해 3개국으로 진입합니다. 긴 입국 행렬 뒤에 줄을 서서 세 시간을 기다린 끝에 우리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유럽은 여행자들의 입국 심사가 무척 관대했습니다. 이제부터 90일 동안은 마음 놓고 무비자로 유럽을 다닐 수 있습니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비교적 낯선 이름의 세 나라를 발트해 3개국이라고 합니다. 연료가 간당간당하여 주유소를 찾았습니다. 러시아에서 ℓ당 700원쯤 하던 디젤유 값이 곱절로 올라버렸습니다. 유럽에 들어왔다는 걸 실감합니다.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자리한 탓에 2차 세계대전 때 대부분의 도시는 폭격으로 파괴되었으나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폭격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습니다. 늘 해무와 짙은 안개에 뒤덮여 있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 못한 폭격기 승무원들이 발트해에 폭탄을 쏟아부은 덕택에 도시 원형을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타임슬립한 듯한 느낌입니다. 왜 여행 마니아들이 탈린에 그토록 환호하는지 알 듯했습니다. 눈 덮인 크리스마스 시즌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탈린이지만 여름에도 충분히 예쁘고 매혹적인 작은 도시였습니다.

◆퉁명스러운 라트비아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시내 중심가에 미리 예약한 호스텔을 어렵게 찾아갔으나 당초의 입실 예정시각보다 두 시간 늦었다고 숙박을 거절당했습니다. 텅 비어 있는 호스텔이면서 아주 불친절하고 퉁명합니다.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일까 무척 무뚝뚝하고 거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해진 일정표대로 움직여야 하는 그런 피동적인 여행이 싫어서 차를 가지고 여행을 출발한 우리입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른 호스텔을 찾아 잠만 자고 이튿날 아침 일찍 미련 없이 리투아니아를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여행 떠나 첫 캠핑한 리투아니아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 시가지를 지나치며 고가도로에서 내려다보니 공원 안에 야영장이 눈에 띄어 서슴없이 차를 돌려 찾아갔습니다. 그리곤 여행을 떠나 처음으로 캠핑을 합니다. 이웃나라 라트비아와는 달리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웃음 띤 친절한 얼굴로 대해줍니다. 그런 이유일까? 커피도, 광장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쿠키도 더욱 맛이 훌륭합니다. 행여 리투아니아로 여행을 가시면 커피숍과 광장마다 열리는 주민 시장을 꼭 기억하시길.

◆폴란드, 대장 부리바와 아우슈비츠

폴란드는 한때 유럽 중부 평원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대장 부리바의 나라였습니다. 러시아,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슬로바키아, 체코, 독일 등 7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우리네 아파트는 윗집과 아랫집, 옆집만 있는데도 소음 충돌 등으로 자주 부딪치는 판국인데 7개 국가와 국경을 같이하고 있었으니 오죽했을까요.

◆벽돌 한 장까지도 고증을 거쳐 재건한 도시 바르샤바

"때로는 그저 신음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내 절망을 피아노에 쏟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 치하의 조국 폴란드를 생각하며."(Sometimes I can only groan, and suffer, and pour out my despair at the piano!)

쇼팽이 노트에 친필로 적은 글귀입니다. 쇼팽은 불운한 시절의 폴란드에서 태어나 20세에 파리에 정착하게 되고, 주옥같은 피아노곡들을 이 세상에 남겨두고 39세에 결핵으로 사망합니다. 그렇게 음악과 살다가 죽고 나서야 조국으로 돌아와 바르샤바 시내의 성 십자가 성당 지하에 그의 심장이 묻혔다고 합니다.

바르샤바 왕궁을 찾았습니다. 14세기 처음 준공했을 때는 목조건물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폴란드의 수도가 크라쿠프에서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웅장한 크기의 붉은 벽돌로 재건축되었다고 합니다. 왕궁을 비롯한 이 도시 역시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지만 군관민이 일치단결하여 복구작업을 하였습니다. 놀랍게도 단순 복구작업이 아니고 파손된 건물 조각이나 유물의 일부, 부서진 건축재료 등을 최대한 확보하고, 몇 번씩 엄격한 고증을 거쳐 거의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정성,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찍 깨달은 장기적인 안목에 진정으로 탄복하게 됩니다. 골목의 돌계단이나 벽의 가장자리 등 모든 부속 건물들까지 낡고 오래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하여 복원된 것이라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

폴란드의 옛 수도인 크라쿠프를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11세기부터 17세기까지 긴 세월 동안 폴란드의 중심이었다가 바르샤바로 수도를 옮기고,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경제와 문화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고도입니다. 16세기 말까지 오스트리아 빈과 체코 프라하와 함께 중부 유럽에서 가장 번화한 3대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지하 갱도가 300㎞에 달하는 소금 광산

크라쿠프 인근의 비엘리치카의 소금 광산으로 갑니다. 이곳은 세계 12대 관광지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세계 10대 경관이니, 세계 10대 명승지라느니, 세계 12대 관광지라느니…. 이런 건 누가, 어떤 근거로, 어떤 객관성을 가지고 선정하는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  늘 의문입니다.

이 광산은 지난 1996년까지 700년 동안 소금을 채취하였습니다. 가장 깊은 곳이 지하 327m에 달하고,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라 지하 갱도 총길이는 300㎞를 넘기 때문에 자유 관람은 허용되지 않고 오로지 가이드 투어만 가능합니다. 폴란드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로만 진행되지만 동물적인 눈치와 감각으로 이해하는 데 별 문제없습니다.

영어권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인사말 "God Bless You"는 이 광산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한 번 내려오면 몇 개월씩 지하에 거주하며 작업을 했기 때문에 신앙심 깊은 광부들은 암염을 깎아서 교회와 제단을 만들고, 역대 왕들의 동상은 물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상'을 비롯해 수많은 성화들이 부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솜씨들이 한결같이 너무 훌륭해 비교적 근래 조각가들이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두 가지 팁을 덧붙입니다. 광산 내부의 기온은 항상 14℃이니 반드시 긴 옷을 챙겨야 합니다. 또 입장권 구매 시 사진촬영을 위한 티켓을 무려 3유로에 별도로 팔고 있습니다. 촬영을 허가한다는 조그만 스티커인데 그걸 붙인 사람이나 안 붙인 사람이나 아무런 제한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3유로 아꼈다가 커피나 두 잔 드세요.

글 사진 조용필 여행작가 (http://blog.naver.com/feelyo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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