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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적폐와 재벌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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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7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지옥에 떨어질 자본주의!” 19세기 말 미국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 남북전쟁 후 남부의 대농장주는 망했지만, 대기업이 발달한 북부에서는 벼락부자가 대거 등장했다. 철도, 광산, 석유, 증권투자로 부자가 된 이들은 자기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조차 못 할 정도였다.

서민은 굶주렸지만, 벼락부자들은 환락과 사치로 세월을 보냈다. 궁전 같은 대저택을 짓고 유럽의 유명한 예술가를 초빙해 매일 파티와 만찬을 벌였다. 그것도 싫증 나면 남의 이목을 끄는 기발한 파티, 초호화 만찬을 기획했다. 어떤 만찬에서는 모래 안에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같은 보석을 묻어놓고 삽으로 파내는 놀이를 했고, 인간처럼 정장을 차려입은 개 100마리가 만찬을 벌이는 걸 보고 즐거워했다. 억만장자 밴더빌트 부인은 뉴욕주 북부 별장에 대문에서 현관까지의 자동차 길을 대리석으로 깔았고, 그것도 부족해 모형철도를 놓았다.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종말’이라 저주했지만, ‘낯 두꺼운’ 부자들의 사치와 방종은 영원히 계속될 듯했다. 1913년 소득세법이 제정되면서 부호들의 무제한 재산 축적에 제동이 걸렸고, 부호들의 사치생활도 사회적 지탄과 함께 거의 사라졌다. 자본주의 발달 과정에서 방종적 퇴폐적 벼락부자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사회가 성숙해지면 부자들도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는 코스를 밟는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의 기부활동은 시행착오를 숱하게 거친 미국 자본주의 토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자본주의 정점에는 ‘왕족’ 같은 재벌 오너 가족이 존재한다. 이들은 방종과 사치는 물론이고, 직원이나 약자를 인간처럼 보지 않는다. 19세기 말의 미국과 오늘날의 한국은 별다를 바가 없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음성파일을 들어보면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 뿌리고 밀친 행위는 사소한 일처럼 느껴진다. 회사 직원에게 악쓰고 욕하는 걸 보면 제정신을 가졌는지 의문스럽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행동하는데도 오너 가족이라는 이유로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견제할 사람도 없고 견제할 장치도 없다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당수 재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비윤리적 재벌 3세들에게 직원 수만 명의 목숨을 맡긴다면 그 미래는 너무나 뻔하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쉬운 ‘정치 적폐’에만 몰두하는 것은 비겁해 보인다. 적폐의 최고봉은 ‘재벌’이 아니겠는가.

박병선 논설위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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