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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6일(목) ㅣ
[심층취재-'인구절벽' 농촌마을 사라지는 경북] '신생아 제로 面' 작년 6곳…전교생 4명 초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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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7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80대 고령자뿐인 영주 양지암마을 갈수록 학생수 줄어 학교 존립 위기
 
영주시 평은면 평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평은면에서 초`중`고교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는 이 학교에는 영주시내에서 통학 중인 20여 명을 포함해 전교생이 54명뿐이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경상북도에서 지방소멸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경북에서 신생아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마을은 6곳에 달한다. 이들 마을은 생활편의시설 부족, 폐교, 마을 존폐 위기 등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 존폐 위기

영주시 평은면 강동리 양지암마을에는 5가구 6명이 살고 있다. 모두 80세가 넘은 고령자들이어서 언제 이 마을이 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16, 2017년 2년간 아기 울음소리조차 들을 수 없던 마을이다. 강계분(87) 씨는 “예전에는 15가구에 한 집에 식구가 8, 9명씩 살고 있었는데 다 떠나고 지금은 5가구에 6명이 살고 있다. 다 늙은이여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 우리가 죽고 나면 이 마을도 없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다행히 올해 평은면 평은리에서 1명이 태어났다.

양지암 마을의 막내인 강명옥(80) 씨는 “18세에 시집와서 지금껏 살고 있지만 마을이 이렇게 황폐화된 것은 영주댐이 생기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더 심각해졌다. 자식도 없고 영감도 없이 혼자 살고 있다. 이 마을도 한순간 사라질 것이다”고 걱정했다.

평은면에 유일하게 남은 학교는 평은초교 1개뿐이다. 이 학교는 54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정은순 평은초교 교감은 “날이 갈수록 학생이 줄어들어 시내에서 학생이 안 오면 학교가 존폐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안동 도심지에서 30여㎞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녹전면은 행정구역 초입에 들어선 이후에도 좀처럼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최근 3년 동안 녹전면에서 태어난 아이는 6명뿐이다. 지난해에는 한 명의 신생아도 없었고, 올해 1월 2명의 아이가 태어나면서 늘어난 수치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없자 초교도 존립 위기에 놓였다. 김성택 녹전초교 교감은 “인원이 부족해 체육활동에도 제약이 많고 내년에는 입학생이 한 명도 없을 것으로 예상돼 벌써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안동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안동뿐만 아니라 경북지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면 단위에서는 태어나는 아이가 없으니 대부분 학교의 전교생이 30~40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 찾기 힘들어

영덕군 축산면(축산항출장소 제외 12개 마을`이하 축산본면) 마을 어디를 가도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논밭일을 하는 노인들만 가끔 눈에 띌 뿐이다. 축산본면에는 아예 초등학교가 없다. 축산본면 김모(69) 씨는 “뚜렷한 먹을거리나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영덕에서도 축산본면에서는 아기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아 인구 감소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올해 초교 입학생도 인근 영해면의 영해초교에 2명이 입학한 것이 전부다. 축산본면의 인구는 1천37명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474명으로 고령자 비율이 48%에 육박한다. 축산본면 도곡리 김수향(65) 할머니는 “마을에 아이들 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나처럼 나이 든 사람밖에 없다. 몇 십 년 뒤 마을 모습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걱정스럽다. 군과 정부에서 이런 농촌의 인구문제에 대한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천시 증산면 신생아 수는 지난 2012년 5명이었던 것이 2013년 4명, 2014년 2명, 2015년 2명, 2016년 1명으로 줄어 지난해에는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0~9세 인구 수도 2012년 55명으로 전체 인구의 4.4%를 차지했으나 2017년에는 19명(1.67%)으로 줄었다.

◆짜장면 시킬 곳도 없어요

상주시 화북면 서부출장소 관할지역인 속칭 용화마을(중벌리 운흥리)에서 만난 70대 후반의 이모 씨는 “5년 전인가 결혼이주여성이 아들을 낳은 적이 있고, 3년 전인가 이곳 마을 이장이 늦둥이를 하나 낳았어.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귀촌한 사람이 하나 낳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상주시에 따르면 실제 이곳 마을에서 5년 동안 태어난 신생아는 이 씨의 기억처럼 3명에 불과했다. 과거 1970, 80년대에 전교생이 300명을 넘었다는 용화초교는 화북초교 용화분교가 돼 전교생이 4명에 불과하다.

상주 화북면 서부출장소 관할 주민들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마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현실이 가장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인구가 급속도로 줄면서 소비층도 거의 상실되다 보니 최근 수년간 마을에 있던 다방, 노래방, 농기계수리점, 자전거수리점, 음식점 등이 모두 문을 닫았다. 생필품 파는 곳도 없어 주민들은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충북 보은과 괴산을 찾아야 한다. 상주시내까지는 30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이라고 하나 있지만 구멍가게 수준이다. 주민들은 “그 흔한 짜장면이나 치킨을 주문할 곳도 없는 곳이 우리 마을이다. 젊은 사람들 살 곳이 못 된다는 푸념이 들려올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젊은 층 불러모을 일자리 없어

“30년 전만 해도 이 마을이 진짜 컸었는데….” 울릉군청 정영환(37) 주무관은 울릉군 서면 태하리에 들어서자 이렇게 말했다. 태하리는 울릉군의 행정중심지인 울릉읍 도동에서 공영버스로 40여 분 거리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태하리에선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가 힘들다. 최근 4년간 출생신고 건수가 2014년 3명, 2016년 1명이 전부다. 게다가 이들 중 3명의 부모는 일자리를 찾아 육지로 떠나고 지금은 1명만 남았다. 정 주무관의 이모부 허부광(67) 씨와 이모 공영옥(64) 씨는 젊은 층을 불러모을 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곳 주민 대다수는 오징어잡이 철엔 오징어를 말리고, 나물 채취기엔 명이 같은 산나물을 따서 생활합니다. 노인들이야 돈 쓸 일이 없으니 생활이 되지만 젊은이들은 이렇게 살 수 있겠습니까. 요즘엔 오징어가 씨가 말라 살기가 더 어렵죠. 10년만 지나면 빈집이 수두룩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영주 마경대 기자 영덕 김대호 기자 상주 고도현 기자 김천 신현일 기자 안동 김영진 기자 울릉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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