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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3일(토) ㅣ
[2017 우리 함께 행복한 세상, 청년 농업] <하>21세기 전문 직업인 '농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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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04:55:0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30대 청년농업인 이진곤 씨가 의성군 가음면 가산2리 사과 저온창고에서 지난해 가을 수확한 사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학창시절 소년장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재경 씨는 씨름 선수의 꿈을 접고 곶감과 벼농사를 지으며 농부로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휘몰아치고 있다. 단순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먹고살기조차 힘든 세상이 닥친다고 한다. 미래에 사라질 직종은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그런 변화 속에도 농업인은 예외다. 특히 시대를 읽고 환경을 이기며 미래를 꿈꾸는 농부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터전이 되고 있다. 이들에게 농촌은 먹고살기 힘들어서, 일자리 구하기 어려워서 찾는 곳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자 약속의 땅이다.

◆사과·마늘·쌀 재배 '복합영농의 신'…의성군 이진곤 씨

"농업을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이 결코 부럽지 않습니다."

농업에 종사해도 얼마든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다양한 문화`레저 등으로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30대 젊은 농업인 이진곤(35) 씨. 이 씨는 의성군 가음면 가산2리에서 부모와 함께 사과밭 1만㎡, 마늘`쌀농사 1만㎡ 등 복합 영농을 통해 연간 1억7천여만원의 고소득을 올리는 억대 부농이다.

이 씨는 농촌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농업 쪽에 보통 사람 이상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와 고교 시절에는 마늘 수확이나 모내기, 사과 수확 등 바쁜 농사철이면 학교 허락을 받고 집으로 달려갈 정도로 농업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이 씨는 의성군에서도 비교적 시골에 속하는 가음면에서 초`중학교를 다녔다. 중학교 졸업 후 농업 분야 고교로 진학을 검토했지만 학교 성적이 좋았던 탓에 담임교사가 인문계를 권해 안동으로 유학했다. 고교 시절 나름대로 농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경북대 농과대학 진학을 희망했지만, 여의치 못해 한국농수산대학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대학 졸업 이후 곧바로 의성군 4H연합회에 가입, 열심히 농업에 종사한 결과 산업기능요원(농업)으로 군 복무를 대신했다.

이 씨는 아버지의 토지를 이어받아 승계농업을 하면서 2011년 의성군청 공무원인 부인과 결혼, 현재 아들 둘을 키우며 자신의 최대 목표인 '농사의 신'이 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이 씨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사과값이 예년에 비해 조금 떨어졌지만, 올해는 유독 하락 폭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는 자신이 농사지은 사과를 직접 소매로 판매하고 있다. 대구 등지의 단골들에게 사전에 연락한 후 특정 장소에서 만나 사과를 판매하는 방법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물론 단골들인 소비자들도 대환영이다. 저온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사과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신선도 면에서 대형마트나 백화점 사과와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마늘 역시 6월 중순 수확한 이후 종자용으로나 마늘 전문 상인에게 팔고 있기 때문에 판매 문제로 고민해 본 적은 없다. 가격만 제대로 형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게 이 씨의 설명. 지금은 계절이 겨울이어서 쉬고 있지만, 마냥 노는 것은 아니다. 새해가 되면서 올해 농사에 대한 여러 구상과 함께 영농 계획표를 짜고 있다.

특히 새해에는 '농사의 신'이 되기 위한 전 단계로 사과 농사의 장인이 되기 위해 경북농민사관학교 사과마이스터 2년 과정을 시작한다. 틈틈이 한국농업경영인 의성군연합회 가음면 분회에 나가 또래보다 10년 이상된 농민과 대화하며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같이 고민하고, 힘을 보태고 있다.

"지금까지 농사에만 전념하고 있지만, 농업에 대한 후회는 없다. 특히 도시 생활을 하면서 대기업에 다니는 젊은 청년들을 부러워해 본 적 역시 한 번도 없다"는 이 씨는 '자기 운명은 스스로 개척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실천에 옮기고 있다.

"20∼30년이 지난 후 아들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지금의 아버지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아들들에게 흔쾌히 땅을 내주겠다"는 이 씨는 "농사가 천하제일의 직업임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 곶감 40만개·벼 2만평 '인간 황소'…상주시 이재경 씨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농촌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농촌은 흘린 땀과 노력만큼 반드시 답을 해주는 곳이기 때문에 젊은 청년들에게는 진실한 평생직장 이상의 가치가 있지요."

상주시 내서면 북장리 참살이 농원 대표 이재경(36) 씨는 연간 곶감 40만 개를 생산하면서 2만 평 규모의 벼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모든 일은 본인이 설계하고, 필요할 때 사람을 사서 쓴다. 연간 인건비와 제반비용, 세금까지 내고나면 곶감에서 1억원, 벼농사에서 4천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23살 때부터 13년간 했어요. 처음에는 젊은 놈이 할 게 없어서 사회생활도 안 해보고 농사부터 짓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농촌에서 일한다는 게 부끄러운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도시로 갔던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합니다."

그는 10월에 생감을 사들여 2월까지 5개월간 곶감에 매달린다. 곶감 농가 사람들에게 일 년 열두 달 중 이 기간을 뺀 나머지 7개월은 휴면기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 씨는 5월에 모를 심기 시작해 10월 초까지 2만 평의 벼 재배까지 혼자 도맡아 한다. 이 씨를 도와주는 것은 콤바인과 이앙기뿐이다. 주변에서는 쉴새 없이 일하는 그를 두고 '인간 황소'라 부르기도 한다. "7개월 동안 놀면 잡념이 들까 봐 그랬어요. 젊은 사람이 놀면 안 되잖아요(웃음). 그래도 설을 쇠고 4월까지 두 달 정도는 쉴 수 있답니다."

키 183㎝에 몸무게 102㎏인 이 씨는 학창시절 소년장사였다. 씨름 명문인 상주 남산중학교와 상주공고에서 6년간 씨름선수 생활을 했다. "씨름특기생으로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당시 대학교 씨름감독들이 입학조건으로 1천만원 이상의 금품을 요구하는 거에요. 어른들이 말하는 세상물정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어 상처를 받고 곧바로 내려왔죠."

그는 1년간 방황하면서 농사만큼은 사람을 속이지 않고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농촌을 모래판 삼아 또 다른 씨름 인생을 시작했다. 일단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 지금까지 별 시행착오 없이 억대 농부의 꿈을 이뤄냈다. 미혼인 이 씨는 멘토역할을 했던 아버지가 5년 전 세상을 뜨신 후 홀어머니를 모시면서 마음을 더 강하게 다지고 있다.

이 씨는 특히 전통식인 자연 그대로 말리는 곶감 건조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곶감이 되려면 자연건조는 30~60일 정도 걸리고 인공건조기는 5일 만에 곶감이 되긴 하지만 당도와 맛이 자연건조 곶감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의 곶감은 롯데마트와 농협하나로마트 등에 공급되고 있다. 올해는 경상북도에서 10명을 선정하는 청년농업인 구축사업 공모에 당선돼 1억원을 지원받아 곶감건조장을 새롭게 단장했다.

이 씨는 올해 이른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때문에 선물용으로 인기를 누려온 곶감 타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를 타파할 비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결혼도 하고 싶다고 웃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어렵고 힘든 일을 기피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봅니다. 농촌의 경우 막상 부딪혀 보지도 않고 '내가 이만큼 배웠는데 농사를 지어야 하나'하는 생각들이 지배적으로 깔려 있지 않은가 하는 거죠." 그는 "세상은 분명히 자기 하나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공간이 농업 쪽에도 많다는 것을 같은 청년들에게 호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의성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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