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imaeil.com을 시작페이지로  매일신문 페이스북 바로가기 매일신문 트위터 바로가기 무지개세상광고구독안내사업제휴
2018년 01월 20일(토) ㅣ
[장하빈의 시와 함께]  꼭지
RSS Twitter로 기사보내기 Facebook으로 기사보내기 Google bookmark로 기사보내기 밴드로 기사보내기
2018-01-11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 꼭지

문인수(1945~ )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라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여생을 핥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 올라간다. 골목길 꼬불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웬 민들레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끝이

노랗다.

젖배 곯아 노랗다. 이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도 넘어가랴.

주전자 꼭다리 떨어져 나가듯 저, 어느 한 점 시간처럼 새 날아간다.

―시집 『배꼽』 (창비, 2008)

---------------

막내둥이라는 뜻을 지닌 ‘꼭지’는 딸이 똑 떨어지고 아들 낳으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엔 ‘언년’ ‘말순’ ‘끝님’ 등과 같은 친척 말과 함께 당시 여성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달갑잖은 딸로 태어났으니 ‘꼭지’는 젖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해 불우한 시절을 보냈을 터! 게다가 지금은 수족이 다 떨어져 나간 몽당발이 같은 신세다. 그러한 ‘꼭지’가 잔뜩 꼬부라져 달팽이 같은 모습으로,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 올라간다. 마치 여생을 핥듯이. 꼬불꼬불한 길 끝에 앉은뱅이처럼 달랑 쪼그려 앉으면 어렵사리 살아온 과거의 기억이 노란 민들레꽃으로 피어난다. 이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도 넘어가랴, 하고 애통해하는 순간 ‘꼭지’는 이승을 가벼이 떠나는 새로 부활한다.

이렇듯 ‘달팽이[현재]-민들레꽃[과거]-새[미래]’로 비유된 ‘꼭지’는 질긴 비애와 파란곡절 많은 조선 여인의 표상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꼭지’가 살아온 내력이야말로 아직도 가난과 고통과 외로움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슬픈 가족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매일신문 페이스북 / 온라인 기사, 광고, 사업 문의 imaeil@msnet.co.kr ⓒ매일신문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화> 기사 더 보기 [more]   
 · 설정 총무원장 "조계종 선거제도 개선 못하면 희망 없다" 2018-01-20
 · 불교 성도절 기념대법회…24일 대구시민체육관서 2018-01-20
 · 한국 사제품 받은 천주교 성직자 6,188명 2018-01-20
 · 대구기독문인회, 대구기독문학 제13호 작품집 발간 2018-01-20
 · [금주의 역사] 한국 최초 오페라 ‘춘희’ 공연 2018-01-20
RSS Twitter로 기사보내기 Facebook으로 기사보내기 Google bookmark로 기사보내기 NAVER Bookmark로 기사보내기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댓글이용안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저속한 표현, 욕설, 특정인에 대한 비방, 상업적 내용을 담은 게시물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요뉴스
 
제62회 신문의 날 표어 공모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로 예상세액 ..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슈가맨2..
반려견 사람 물면 개주인 형사처벌…..
김항곤 성주군수 "3선 불출마" 선언..
상가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 '9..
대구시장 도전자 "반월당에 캠프 잡..
떠밀려 사임?…한수원 이관섭 사장 ..
통합 공항, 지역 미래만 생각하자…1..
한국당, 45곳 당협위원장 선정…홍준..
공공기관 7만7천 명 정규직 전환…농..
최과이익 환수제 피한 7곳, 재건축 가...
올해부터 아파트 재건...
대구도시공사, 전세임대 150호 공급
[부동산 돋보기] 상속 법적분쟁 예방하...
300실 이상 오피스텔 분양, 25일부터...
[대구경북 관심 물건]
영양 음식디미방·고령 대가야 여행 체...
영양군과 고령군이 문...
경주 지역 경제 효자는 스포츠 행사
반려견 사람 물면 개주인 형사처벌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로 예상세액 미...
[운세] 1월 20~26일(음력 12월 4~10일)
초·중·고 입학생, 새 출발 준비 어떻...
새 학기가 한 달 반...
[입시 프리즘] 2018학년도 대입을 마무...
대구서부교육청 2주간 '겨울학교'
Q.[과탐] 과학 학생부 세부능력·특기...
Q.[진로] 학생부에는 어떤 내용이 기록...
[김동영의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여행] ③세토나이카이 해상국립공원 -세토우치 국제사이클링대회
주말 나들이·축제·공연·전시·5일장 정보(1월 19~21일)
새해 떡국 먹고 한 살 더 먹기
해마다 추수가 끝나고..
당질 제한을 통한 당뇨밥상
제철 해산물 밥상
[금주의 골프장] 중국 주해 금만GC
중국 금만GC는 2003년...
그린피 할인 정보
LPGA 첫 도전 고진영, 올해 주목해야...
[골프 인문학] <6>'홀인원 이야기'
매일신문 사이트맵
뉴스 스포츠·연예 사설·칼럼 주말을 함께 독자제보 게시판 포토갤러리 m영상
전체기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교육
사람들
재테크
부동산
건강
라이프

매일희평
경북
 
스포츠
삼성라이온즈
연예
사설
칼럼
시각과전망
주말섹션
가볼만한 곳
맛집
독자투고
자유게시판
독자제보
독자카페
포토뉴스
이달의 독자사진
특종사진 갤러리
사진 공모전
네티즌 광장
지금이순간


회사소개 I 구독안내 I 광고안내 I 고충처리인 운영 규정 I 독자위원회 I 매일신문 CI I 청소년 보호정책 I
본    사 : 대구광역시 중구 서성로20 (계산 2가 71번지) 매일신문사 (우 41933) : TEL : (053) 255-5001~7
경북본사 : 경상북도 안동시 경동로 568 알리안츠생명빌딩 6층 (우 36674) : TEL : (054) 855-1700
서울지사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 1가 25) 한국프레스센터 1801호 (우 04520) : TEL(02) 733-0755~6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대구,아00201  등록일자 : 2016.11.28  발행인 : 여창환  편집인 : 여창환  Copyright by 매일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