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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10만 시간의 지혜] ⑦ 불화장 김종섭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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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4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佛畵는 자기와의 싸움, 불심이 전부다"
 
불화장 김종섭 씨는 ‘근화심불’(勤畵心佛`부처를 부지런히 그려 깨달음을 얻는다)이라는 말을 신조로 삼아 작업에 임한다.
“무형문화재라 불리는 순간 새로운 청신경이 더듬이처럼 쑥 나온다. 귀로 들리는 게 아니다. 수용 기관이 다른 것처럼, 뭔가 다른 자극을 받는다. 지금껏 몸에 없었던 것 같은 다른 신경 물질이 분비되는 것 같은데, 이게 온 신경을 죄어 온다. 앞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 10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쉽게 말하자면 강박관념, 압박감 같은 게 생긴다. 내가 짊어지고 갈 멍에인가….”

무형문화재 보유자라는 자부심에 앞서 압박감에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불화장 김종섭(57) 씨는 지난해 5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불화 보유자로 지정됐다. 1년이 안 된 막내급이다. 불화 경력은 40년이다.

“불화는 불심이 전부다.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다.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래서 작품이 완성됐을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선을 다했을 때 되돌아오는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다. 경제적인 부분에 가치를 두고 값을 매기기 시작하면 결국 허탈감만 남는다. 예전에는 평가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지만 세월이 가면서 깨닫게 된 거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그가 작업실로 쓰고 있는 문경읍 관음리와 수안보면 미륵리 사이 하늘재는 예로부터 선점의 대상이었다. 요충지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병졸과 백성의 수명이 인간의 손에 끊겼다. 수천의 한(恨)이 서린 곳에서 그는 불화를 그린다.

“불화는 나와 ‘인연’이다. 스님으로 출가해 3년 정도 수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 법사로서 자신이 없었다. 수행자로서의 양심에 배치돼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글을 잘 모르거나, 불심이 얕은 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불화다. 스토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해 고민을 많이 한다. 좋은 형상과 그림은 보는 이를 자가발전하게 만든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인 셈이다. 그림을 보고 펑펑 우는 이들도 있고 사찰에서 불화를 보고 원작자를 수소문해 나를 찾아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전국 사찰에 걸린 것만 100점이 넘는다. 경기도 모 사찰에는 도배돼 있다시피 한 곳도 있고. 그렇다고 다시 찾아가보고 그러진 않는다. 불화는 내 손을 떠나면 끝이다.”

법사가 아닌 화가여야 했느냐고 물으니 "불교미술의 맥을 잇고 싶었고 책임감도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콕 찍어 ‘고려불화’라고 했다. 조선 후기 불화와는 다르단다. 역동적이며 좀 더 회화적이라고 했다.

“알기 쉽게 얘기하자면 사진을 예로 들 수 있다. 조선 후기 불화가 기념사진이라면 고려불화는 스냅사진이다. 인물 배치와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교화용으로 쓰이는 탱화에 더 힘이 든다. 그림이 글 역할을 하니까 ‘창작’이라는 게 들어간다. 예술가적 기질이 필요하다. 전통을 이어가는 건 기본이고 창작은 일종의 소명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때가 있다. 인간이라서 그렇다. 그렇다고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자신과의 타협은 평생 경계해야 한다.”

글 사진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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