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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섬유종·폐결핵 앓는 안병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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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8 00:05:05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몸에 수십개 혹…집에서 8원짜리 부품 일
 
 
 
안병철(가명) 씨가 물을 마시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안 씨는 종합영양제 대신 매일 물을 2ℓ 이상 마시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안병철(가명`57) 씨 곁에 놓인 페트병에는 쓰고 난 이쑤시개가 가득 들어 있었다. 안 씨는 "이가 몽땅 다 썩어서 식사를 하고 나면 음식물이 많이 낀다"고 했다. 안 씨에게 남은 이는 열 개 남짓. 어금니가 없다 보니 음식을 제대로 씹어 삼킬 수 없다. 지적장애 3급인 아내(49)는 틀니를 착용한 입이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아내는 지난해 마지막 치아까지 모두 빼고 틀니를 했다. "빠듯한 살림에도 한 달에 10만원씩 2년 동안 모아서 아내에게 틀니를 해줬어요. 저보다 아내의 치아 상태가 훨씬 나빴거든요." 안 씨는 "내 틀니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지적장애 1급인 딸(21)이 특수학교를 졸업하면서 딸에게 지원되던 교육비 지원이 끊겼고, 생활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혼자 남을 딸의 장래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해줘야죠."

◆폐결핵으로 건강 잃고 부업으로 생계 전전

안 씨의 몸에 혹이 나기 시작한 건 고등학생 시절부터였다. 뚜렷한 이유 없이 몸에 양성종양이 생기는 섬유종이 유전된 탓이었다. 배와 등을 차지한 혹은 50세가 넘어서자 얼굴까지 번졌다. 건강 자체가 위협받진 않지만 평생 온몸에 수십 개의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 젊은 시절 안 씨는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었다. 문을 만들거나 가구에 필름을 입히는 일을 하며 매달 120만원씩 벌었다. 일하던 공장이 어려워지면서 임금을 떼이는 일도 잦았다. "명절을 앞두고 수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해 고향에 못 간 적이 있었어요. 부모님 제사도 못 지내는 신세가 서글퍼서 술독에 빠져 살기도 했죠. 그때 건강관리를 못 해서 폐결핵이 왔나 싶어요."

안 씨의 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7년 전 폐결핵을 앓으면서 폐의 30%가 손상됐다. 의료진은 "폐결핵이 너무 심해 생명이 위험하다"고 진단했고, 산소호흡기를 달고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제가 죽으면 아내랑 딸은 누가 돌보겠어요.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죠." 다행히 목숨을 건진 안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일감을 받아와 집에서 일을 한다. 부품 하나에 1~8원을 받고, 한 달 꼬박 일해 40만원 정도를 번다. 그마저도 최근에는 일감이 줄어 안 씨의 한숨이 늘었다.

◆지적장애 딸은 "죽어서도 지킬 것"

딸은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사무용지를 포장하거나 자동차부품을 조립하는 등 손으로 하는 간단한 작업을 배운다. 안 씨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딸을 재활훈련학교에 데려다 준다. 왕복 1시간이 걸리는 거리지만 딸 걱정에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병원에 누워 있을 때 '혹시 내가 죽으면 딸아이가 혼자서 살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살아서 곁에 있는 한 딸을 위해 뭐든지 해주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딸은 말수가 적지만 갖고 싶은 물건이나 하고 싶은 일은 솔직하게 표현한다. 안 씨는 딸을 위해 종이접기, 십자수용품을 구해주고, 교육청에서 중고 컴퓨터도 지원받았다. 딸은 인근 복지관에서 매달 20만원씩 내며 언어, 심리 재활치료 교육을 받고 있다. 그래도 어려운 형편 탓에 해줄 수 없는 게 많아 미안할 따름이다. "딸 아이에게 새 컴퓨터를 사주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빚지고 사는 성격이 아니라 목돈 들어갈 일은 그냥 포기하고 살거든요." 매달 100만원 남짓의 정부 지원금은 식비 등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빠듯하다. 세 식구가 겨우 발을 뻗고 자는 33㎡ 남짓의 집은 작고 낡았다. 안 씨는 "그래도 행복하다"고 했다. "이런 집이라도 세 식구가 부대끼며 사는 게 어디예요. 죽더라도 아내와 딸 곁을 지킬랍니다."

이혜진 기자 hattch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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