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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29일(목) ㅣ
시니어 기자단이 뜬다…인생 2막 수첩 들고 펜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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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8 00:05:05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고산기자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옥(왼쪽) 시니어 기자는 대구시 중구 향촌문화관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취재를 하고 있다.
 
고산기자단(24명): 박재학 이학덕 윤덕희 우하영 차영회 김정옥 이상려 정태식 박동수 박정이 이상학 박형수 박귀자 이재우 이명옥 정재인 전재원 이현숙 이지은 지경자 전태행 이상주 한외근 윤주대
 
대구복지관협회기자단(14명): 이병식 이변호 박금자 여봉식 정한영 서운용 조덕제 윤호정 방종현 배소일 성병조 조경욱 최종순 김일소
 
살레시오 기자단(16명): 김헌출 정지순 장영곤 김사훈 윤판자 이규석 이종희 정충양 정영걸 정순진 홍경숙 김선옥 이주엽 이영옥 김형락 마정웅

요즘 건강과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인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노인들이 복지관 영어강사로 재능기부를 하거나 문화 해설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을 만나는 등 시니어들의 활동 공간도 다양해졌다. 최근엔 글 쓰는 노인들도 많아졌다. 노인복지관에서 수필이나 자서전 등 글쓰기 강좌를 늘려 전문적인 글을 배우는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글 좀 쓴다는 어르신들은 시니어 기자에 도전하고 있다. 단편적인 글쓰기를 넘어 사람들과 교류하고 취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자의 매력에 빠진 것이다. 젊은 시절 꿈을 이루지 못해 기자에 도전한 이부터 전직 기자출신까지 다양한 경력의 어르신들이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시니어 기자가 됐다. 시니어 기자단을 만나 그들이 보는 세상, 그리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생생한 취재현장 이모저모

#“노인 일상 궁금할까, 실수는 없을까…

#취재 중 걱정되고 조심스러울 때 많아”

시니어 기자 대부분은 예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독자 투고를 통해 수차례 신문에 글을 실어본 경험자가 많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점으로 느끼는 어려움은 글을 쓰는 기술적인 면보다 심리적인 부분이다. 자칫 취재 중에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괜히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게이트볼장 소리함’ 기사를 작성한 전태행(69) 씨는 취재 중에도 ‘과연 독자들이 노인들의 사소한 일상에 관심을 가질까?’ ‘괜히 잘 해결된 문제가 기사화되면 당사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 기우에 불과했다. 다행히 어르신들의 귀여운 다툼(?)은 많은 시니어 독자들의 공감대를 샀고 작은 실천으로 갈등을 풀 수 있다는 교훈을 주기도 했다.

고산기자단 소속 우하영(65) 씨는 글을 통해 슈퍼스타가 됐다. 이미 두 차례 KBS ‘우리말 겨루기’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우 씨는 ‘사전 속에서 찾아낸 아내를 부르는 말’을 기사로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마누라’나 ‘임자’처럼 흔히 쓰이는 말부터 ‘가속’ ‘영실’ ‘영부인’ 등 30여 가지나 되는 아내를 칭하는 말은 독자에게 흥미로운 지식을 전한 것은 물론 새로운 형식의 기사가 흥미롭다는 평을 받았다. 시니어 기자로 다시 한 번 유명세를 얻은 그는 최근 공중파 방송에 출연했다. 우 씨는 “취미로만 여기던 사전공부와 글쓰기를 실제 기사로 풀어내면서 보람도 있고 더욱 공부에 매진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어렵지만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다양한 사람 만나 간접적인 경험 매력적

#소소한 이웃들 이야기도 큰 교훈 만들어”

시니어 기자들은 기사 쓰기의 가장 큰 묘미는 취재과정이라고 했다. 일차원적 글쓰기를 넘어 사람을 만나 간접적인 경험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기자직(職)은 더욱 매력적이다. 취재하면서 새로운 사람과 친구가 되고 이미 알던 지인의 새로운 면면을 보게 돼 더 막역해진 경우도 있다.

시니어 기자들은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소소한 이웃들의 이야기라도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갈필 서예가’를 취재한 방종현 씨는 칡뿌리로 만든 붓으로 글을 쓰는 금석일 선생의 사연을 기사로 담아냈다. 방 씨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노인들만 알거나 대화 속에 묻히는 게 대다수인데 지면에 소개되면서 소통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이대 나온 여자’ 이변호(70) 씨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독자와 나눌 계획이다. 이화여자대학교 57학번인 이 씨는 대학생 시절 기숙사에서 동창들과의 즐거운 추억과 비화(?)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다. 그녀는 또래는 물론 당시 여대생이 아니면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보따리를 독자에게 공개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시니어 기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만큼 기사에 담은 책임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그들은 늘어나는 노인 인구만큼 증가하는 노인문제를 가장 근거리에서 경험하고 밀착 취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기도 하다. 쉽지 않은 도전을 시작한 그들에게 기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기자의 손이 닿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 시니어 기자만이 전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연륜이 담긴 기사들이 독자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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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자(Journalist) 맞아요?

#편집·사진·스마트폰 교육 받는 ‘고산기자단’

고산기자단은 고산노인복지관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시니어 기자단이다. 선발된 24명의 시니어 기자는 고산복지관 사보 출간을 목표로 올해 연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고산기자단은 지역 내 노인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밀착 취재 중이다.

고산기자단은 충분한 운영 예산을 배정받아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과정 또한 매우 체계적이다. 시니어 기자들은 기초 기사쓰기 수업은 물론 신문의 편집과정과 전문 사진 찍기까지 신문제작의 전 과정을 세부적으로 배운다. 고산기자단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스마트폰 교육도 받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세대와의 소통도 함께하고자 한다. 고산기자단 교육 편성을 맡고 있는 성준엽(36) 씨는 “글 쓰는 어르신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원자가 많아 놀라웠다. 어르신들 열의가 대단해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매우 기대된다”고 했다.

#신문사 공채 1기 있는 ‘복지관협회기자단’

대구복지관협회 시니어 기자단에는 자칭타칭 ‘글쓰기 대표’들이 모였다. 글쓰기로는 대구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어르신들이 기자단 모집에 지원했다. 6·25전쟁 직후 서울에서 여대를 다닌 ‘이대 나온 할머니’부터 지역 신문사 공채 1기 출신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전하는 시니어 소식은 더욱 구체적이고 밀접한 이야기들이다. 노인들 간의 불화를 간단한 소리함으로 해결했다는 소식이 있는가 하면 노인복지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숨은 실력자(본지 3월 21일 자 23면)가 소개되기도 한다.

#종파 초월한 노인 소식 ‘살레시오기자단’

천주교대구대교구도 시니어 기자단 열풍에 동참했다. 종교인들이 만드는 신문이라 교회 앞에 놓인 주보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살레시오 기자단의 ‘은빛신문’은 정통신문을 표방한다. 16명의 시니어로 구성된 ‘살레시오 기자단’은 현대 노인들의 건강과 풍요로운 삶을 위한 기사를 발굴하는 일을 목표로 삼았다. 이들은 종파를 초월한 노인 소식을 발굴해 매월 1회씩 타블로이드판을 발행한다.

살레시오 기자단은 급격히 늘어나는 현대 노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내고 그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여가활동을 취재 중이다. 30여 년 방송 기자로 일한 베테랑 언론인 마정웅(78) 씨는 현역 시절 전하지 못한 노인 관련 소식을 찾아 독자와 만날 계획이다. 마 씨는 “노인들이 늘고 있지만 그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삶을 즐기기 위한 사회적 기반이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시니어 기자가 직접 노인들에 필요한 정보를 취재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 사진 강민호 기자 km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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