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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2일(일) ㅣ
[每日 파워 인터뷰] 팔 이식 수술 이룬 우상현 W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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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9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국내에서 처음으로 팔 이식 수술을 집도한 우상현 W병원 원장. 그는 이 수술을 하기 위해 17년을 준비하며 기다렸다. 우 원장은 팔 이식 수술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고맙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김 기자! 심장과 콩팥처럼 팔을 이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제가 그 수술을 꼭 하고 싶으니 도와줘요."

17년 전, 열정 넘치는 39세의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자신의 꿈을 그렇게 이야기했다. 32세 기자는 국내 의학사에 기록될 장면을 취재하게 될 것이란 사실에 흥분됐다. 하지만 뇌사자의 팔을 잘라서 팔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식한다는 설명에 적지 않은 위화감도 느꼈다. 이후 그 교수는 잊을 만하면 '팔 이식 수술' 얘기를 꺼냈다. 싱싱한 회를 안주로 느긋하게 소주 한잔 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날, 그 교수는 수술 준비가 됐다며 '공여자를 찾는다'는 보도를 부탁했다. 데스크의 냉소에도 굴하지 않고 기사를 밀어 넣었다. 역시나 세간의 반응은 싸늘했다.

마침내 그 의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팔 이식 수술(2월 2일)을 했다. 기자는 4개월 뒤 인터뷰 기사를 쓰기 위해 그 의사를 만났다. 그는 우상현(56) W병원 원장이다.

우 원장은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사양했다. 팔을 이식받은 환자의 상태가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몇 차례 설득 끝에 인터뷰는 성사됐다.

팔 이식 수술의 성공 기준은 세 가지다. 이식 조직이 살아나야 하고(생물학적 성공), 수술 부위가 제대로 움직여야 하고(기능적 성공), 면역억제제에 대한 거부 반응이 없어야 한다. 현재 환자는 중요한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지켜봐야 한다.

-팔 이식 수술에 대한 꿈을 이뤘다. 어떤 기분인가?

▶2015년 논문에 인용된 통계를 보면, 세계적으로 팔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은 75명에 이른다. 학회에 보고되지 않은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 국내 첫 수술을 대구에서 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걱정도 많다. 혹시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비난이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눈 덮인 산에서 첫발을 내딛어야 한다. 그래야 그게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알 수 있지 않나?

나를 믿고 수술대에 오른 환자가 고마울 따름이다. 팔 이식 수술은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대구시 의료 신기술 1호다. 대구시의 '메디시티' 사업 지원이 없었다면 팔 이식 수술 시기는 더 미뤄졌을 것이다. 그동안 영남대병원과 함께 오랜 기간 노력했지만, 장애물이 많았다.

수술은 끝났지만 숙제가 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이식 대상 장기 목록에 '팔'이 포함돼 있지 않아 사실 이번 수술은 '무법'(無法) 상태에서 이뤄졌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 팔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평생 복용해야 할 면역억제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시급하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수술 분야가 있나.

▶두 팔이 없는 사람에게 양팔 이식 수술을 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또 한 뇌사자의 양팔을 두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시도할 계획이다.

여건이 허락되면, 복합조직 이식 수술에 도전하고 싶다. 팔은 인체의 복합조직 가운데 하나다. 복합조직은 단일조직인 심장이나 콩팥과 다르다. 근육, 신경, 인대, 골수, 피부 등 여러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팔 이식은 복합조직 이식의 한 분야다. 복합조직 이식 수술이 발전하면, 없어진 조직을 새로 만들 수 있다. 암이나 외상 등으로 얼굴의 특정 부위를 떼어낸 환자에게 뇌사자의 조직을 이식할 수 있다.

-의사는 개원해도 논문을 써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논문을 고집하는 이유는?

▶의사가 수술만 잘해서는 안 된다. 논문을 쓰지 않으면 학회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지방의 중소병원 원장이 학회의 이사장이나 회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수술 및 논문 건수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껏 120여 편의 논문을 썼다. 현재는 독일 스프링거 출판사의 의뢰로 수부외과 교재 'The thumb' 편찬에 책임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잊지 못할 환자가 있나?

▶영남대병원 교수 시절, 40대 남성 환자에게 족지전이술(환자의 엄지발가락을 떼어내 엄지손가락을 만들어주는 수술)을 처음 실시했다. 실패했다. 환자는 멀쩡한 엄지발가락 하나를 잃었다. 부끄럽고 미안해서 환자를 볼 면목이 없었다. 환자가 퇴원하는 날, 멱살 잡히고 욕먹을 각오를 했다. 개원할 생각까지 했다.

환자와 부인이 연구실로 찾아왔다. 부부는 눈물을 흘리며 "우리 때문에 고생 많았다. 더 많이 연구해서 꼭 수술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다. (우 원장은 순간 울컥했다) 이후 미세수술을 배우기 위해 대만으로 갔다. 그 환자의 따뜻한 격려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4년 전, EBS 방송의 '명의'에 출연했다. 그때 제작진이 수소문 끝에 그 환자를 찾아서 병원으로 모시고 왔다. 환자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본인 성격이 '까칠하다'는 것은 알고 있나. 직업 때문인가, 원래 성격이 그렇나?

▶미세수술은 내 성격과 잘 어울린다. 미세수술은 현미경을 보면서 1㎜ 이하의 혈관을 봉합하는 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나는 아주 꼼꼼하다. 교수 시절에 제자나 후배들에게 성질을 잘 부렸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게 습관이 됐다. 그러다 보니 웃을 일이 잘 없다. 지금도 영남대병원에 가면 나를 피하는 후배들이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나? 어떻게 해소하나.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다. 태생적으로 술에 약하다. 그리고 응급수술을 우려해 술을 자제한다. 특별한 취미도 없다. 퇴근하면 학회에 발표할 슬라이드를 만들거나 논문을 쓴다. 이때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다. 일 중독이다. 그래서 가족에게 항상 미안하다.

-좌우명이 있다면?

▶일기일회(一期一會). 병원 주차장 입구에도 크게 붙여놨다.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뜻이다. 환자가 자신의 몸에 메스를 댈 의사로 나를 선택했다는 것은 내게 축복이다. 환자에게 최고의 의술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의료진이 모여 회의를 한다.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병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겠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장비를 사고, 좋은 의사를 고용해야 한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돈 벌 생각부터 하면 안 된다. 환자의 병을 잘 해결해주면 환자는 저절로 늘어난다. 환자의 입소문은 최고의 마케팅이다.

-'18번 곡'이 있나?

▶1994년 대학교수가 됐을 때 우연히 알게 된 노래가 있다. 지금도 그 노래만 부른다.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이다. 노랫말이 당시 나의 상황과 딱 맞아 떨어졌다. 힘들 때 용기를 주는 노래다. 지금도 병원 회식 때 직원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

"이 세상 위에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우상현 W병원 원장은…

까까머리 중학생 우상현은 의사의 꿈을 키웠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인 데다,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에게 의사는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우 원장은 달성고를 졸업하고, 1980년 영남대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 시절 미세수술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성형외과 주임교수였던 설정현 전 영남대의료원장은 “의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환자의 기쁨은 커진다”며 미세수술을 이용한 재건수술에 도전해볼 것을 권유했다. 성형외과는 크게 미용수술과 미세재건수술 분야로 나뉜다.

그는 1994년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됐다. 이듬해, 미세재건수술을 배우기 위해 대만 장궁병원에서 연수를 했다. 이후 독일 바이에른주 바드 노이스다트 수부외과병원(1997년) 연수를 거쳐, 미국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에서 한국인 최초로 임상강사(1999~2000년)를 지냈다.

2002년 대학교수를 그만뒀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부외과센터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수지접합수술로 명성을 쌓던 김주성 현대병원 원장과 의기투합했다. 2003년 ‘현대병원 김&우 수부외과센터’를 만들었다. 우상현 원장은 센터 책임자가 됐다. 신설된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자격도 취득했다.

뜻있는 시도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합’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6년 현대병원에서 나왔다. 2년 가까이 친구가 원장으로 있던 강남병원에서 의무원장을 지냈다.

우 원장은 2008년 W병원(대구 달서구)을 차렸다. W는 ‘우’의 영문 이니셜이면서 손가락의 상징, 그리고 환자를 보듬는다는 중의적 표현이다. W병원은 2011년 보건복지부 지정 수지접합전문병원(전국 4곳)으로 지정됐다. 수지접합전문병원 중 수술 건수가 가장 많다. 수부외과 세부전문의가 10명에 이른다.

우 원장은 SCI급 학술지에 22편에 이르는 수부외과 미세수술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수부외과 분야 의학 교과서를 공동 집필했다. 해외 학회에 초청돼 강연을 한 것도 열 번쯤 된다. 지금까지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25명을 배출했다. 그에게 수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를 찾는 외국인 의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우 원장은 현재 대한미세수술학회 회장, 대한수부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교영 선임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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