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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바꾸는 병원 문화] <상> 달라진 응급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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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9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시장통 같던 응급실, 면회객 차단하니 치료 빨라져
 
 
 
경북대병원 응급실 출입문에는 ‘보호자 출입증을 갖고 있는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응급실 출입 가능 보호자 1명 제한

환자 흐름 따른 감염예방 절차 구축

중증 정도 파악 뒤 치료 순서 결정

내부 시설 개선해 환자 물리적 분리

메르스 이후 의료진 마스크 필수

아이들 처음부터 격리구역으로

지난 2015년 우리나라를 뒤덮은 메르스는 후진적이던 병원 이용 문화에 직격탄을 날렸다. 허술했던 감염 관리 체계와 독특한 병문안 문화, 응급실 과밀화 등 고질적인 행태는 감염병 확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지 2년,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예전보다 충격은 덜하다. 병원 이용 문화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덕분이다. 응급실 출입이 통제되고 병문안을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감염 관리에 효과적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달라진 병원 이용 문화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수년 전만 해도 대형병원 응급실은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이 뒤엉켜 이따금 고성이 오갔고, 병상 옆에는 환자보다 보호자와 면회객이 더 많았다. 응급실은 외래진료 없이 입원하려는 환자들의 통로로 활용됐고, 감염성 질환 환자들은 아무런 제지 없이 병원 내를 활보했다. 그러나 최근 감염병 확산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응급실의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보호자와 면회객의 출입이 통제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의료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응급도 평가가 체계화되면서 경증 환자들이 치료를 빨리 해주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풍경도 사라졌다.  

◆번잡했던 응급실 풍경 사라져

12일 오후 경북대병원 권역응급센터. 보안요원이 서둘러 응급실로 들어가려던 60대 여성을 막아섰다. “사람 만나러 왔는데요.” “그냥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접수처에 보호자 등록을 하시거나 안에 있는 보호자와 교대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잠시 항변하던 방문객은 이내 접수처로 발길을 돌렸다.

메르스 사태 이후 응급실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감염병 확산에 혼잡한 응급실이 한몫을 했다는 비판이 일면서부터다. 환자의 흐름에 따른 감염 예방 프로세스가 구축됐고, 의료진이나 보호자, 면회객의 2차 감염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입구에는 열 감지기가 설치돼 환자와 보호자들의 발열 여부를 점검하고 고열 환자는 걸러내 전염성 질환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보안요원 2명이 24시간 상주하며 출입을 통제한다. 환자들은 손목에 이름띠를 차고, 보호자나 면회객은 단 한 명만 응급실 출입이 허용된다. 경북대병원은 내부 시설 개선 공사가 끝나는 9월부터 응급센터 입구에 RFID 카드 인식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에게 RFID가 내장된 카드를 발급해 무인 통제를 할 예정이다.  

응급실 앞 선별진료소에서는 환자의 중증도를 파악한 뒤 한국형 응급실 중증도 분류체계(KTAS)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돼 치료 순서가 정해진다. 의료진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감염에 취약한 아이들은 아예 격리된 소아구역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는다. 응급실로 들어서면 ‘직역 프로세스’에 따라 진료가 이뤄진다. 레지던트 1~4년 차와 임상 전문의, 응급의학과 교수가 환자의 흐름에 따라 진료 영역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미진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 같은 프로세스는 환자의 치료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시설 개선으로 감염 환자 원천 분리

응급실 내부 시설을 개선해 환자들을 물리적으로 분리한 점도 특징이다. 경북대병원 권역응급센터의 경우 구역별로 나누어 환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응급실은 소생실 2곳과 응급중환자실, 관찰실, 응급촬영실, 초음파실 등으로 구분돼 운영된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은 다른 입구를 통해 격리된 소아구역에 머물게 된다.

응급중환자실로 들어가자 환자 20명이 누워 있었다. 이곳에서는 인공호흡과 혈액투석, 간단한 수술도 가능하다. 응급중환자실 내에도 격리 공간이 있다. 결핵 등 감염병 환자는 물론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외부로부터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오는 6월부터 2차 시설 개선 공사에 들어가면 병상 간 거리가 1.5m로 넓어지고 감염 격리시설과 일반 격리시설 등 5곳이 설치된다. 감염 격리시설에는 외부 공기와 완전히 차단되는 음압 격리시설을 갖춘다.  

시설 개선과 응급의료 프로세스 개선으로 응급실 이용 편의도 높아졌다. 혼잡도는 줄고 병실로 옮길 때까지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재실 시간은 짧아지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11.5시간이던 권역응급센터 재실 시간은 지난해 9.2시간으로 2시간 이상 줄었다. 혼잡도를 뜻하는 과밀화지수도 같은 기간 154.0으로 전국 최고 수준에서 평균에 가까운 86.6으로 떨어졌다.  

바뀐 시스템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의료진들은 불필요한 감정 싸움이 사라지면서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환경이 쾌적해지니 의료진과 환자의 의사소통이 편해졌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이미진 교수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들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급성 위출혈로 응급실을 찾았다는 정모(36) 씨는 “여전히 복잡하긴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 면회객이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했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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