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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과 도박 사이, 아슬아슬 '파멸놀이'…『나비와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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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3 00:05:03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불법도박장은 바퀴벌레 박멸처럼 힘들다. 동네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불법 PC방의 모습. 매일신문 DB
 
나비와 불꽃놀이/ 장정옥 지음/ 학이사 펴냄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해무'로 등단한 장정옥의 4번째 장편소설이다. 지은이는 '놀이의 이데아'라는 화두에 천착했다. 키워드는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 '놀이의 정신이야말로 인류를 위대하게 만드는 무엇이고, 위대한 과제를 대하는 방법으로 놀이보다 좋은 것을 알지 못한다'는 니체의 말도 가슴에 와 닿았다고 한다. 저자는 집필의 동기를 찾았다. '인류를 위대하게 만드는 이 '놀이'의 이데아를 '도박'과 접목시켜 객관화시키고자 했다.

이 소설은 골목 쓰레기 더미 속에 버려진 그림액자(폴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로 출발한다. 그림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고, 둘 사이에는 술병이 놓여 있다. 이 그림은 이 소설의 전체를 비추는 하나의 상징적 힌트로 보면 된다.

이 책은 불법도박장을 무대로 놀이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적인 추이를 따라가고 있다. 어둠 속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악의 꽃 도박, 생산 없는 노동과 본능적인 욕구에 끌려가는 이의 허망한 날갯짓을 그리고 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출구 없는 삶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한탕을 추구한다. 놀이의 불꽃 속으로 뛰어든 그들은 연약한 날개를 펄럭이며,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노래 부른다. '한탕에 희망을 건 이들이 날마다 맨홀에 모여들었다. 사회에서 무엇을 하고 살았건 맨홀은 그들에게 'Who are you?'라고 묻지 않는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한 신문지국장은 신문을 파는 대신 불법도박장에 뛰어든다. 손님들을 실어나르고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를 도박장으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돈을 위해서 성노리개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운명은 그저 착하기만 한 사람보다 쟁취하는 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자, 악착스레 재산을 긁어모으는 자들에게 더 호의적이다. 역설적인 말이 되겠으나 나는 아내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병실을 떠났다.' 피자가게 하나 얻을 돈만 생기면 손을 떼겠다고 마음먹지만 놀이의 신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 적과의 동침으로 서로 상처를 입지만 어둠 속에도 엄연히 삶이 있다. 어떤 이는 육체의 유형을 살고, 어떤 이는 영혼의 유형을 살며, 오늘도 그들은 주문처럼 한탕을 외친다. "딱! 한 번만 더."

도박에 빠진 사람들은 세상에 없는 유토피아를 부르는지도 모른다. 한탕의 유혹은 인간의 욕망과 고뇌를 먹고 자라며, 노름꾼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고 가기를 서슴지 않는다. 망하거나 죽거나, 도박을 버리기 전에는 살아날 방법이 없는데 덫에 걸린 듯 발을 빼기가 쉽지 않다. 경찰의 추적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불법 사설도박장은 끈질기게 살아남으며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본인의 불행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경제적 파탄으로 악순환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게 된다.

저자는 도박에 중독돼 삶이 파탄난 인간을 암사마귀의 사랑에 비유한다. 마지막 쾌락의 극대화를 위해 교미 후 수컷을 머리를 따먹는 암사마귀의 사랑처럼 도박 중독자들은 불법도박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마지막 출구를 찾아 몸부림친다.

이 책은 도박으로 정신과 육체가 피폐되고, 가정의 평화까지 탕진하기에 이르는 노름꾼의 삶과 욕망, 빗나간 희망을 비추고 있다. 최근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비트코인 열풍' 역시 어쩌면 한탕의 유혹에 휘둘린 대한민국 대박주의자들의 비뚤어진 허상인지 모른다.

한편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저자는 2008년에 여성동아 장편소설에 공모해 '스무 살의 축제'로 당선됐으며, 등단 이후 20년 동안 '비단길' '고요한 종소리' 등을 펴냈다. 317쪽, 1만3천800원.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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