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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데칼코마니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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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것은 고역일 수 있다. 자기 목소리가 영 아닌 것 같다. 평소 듣던 자기 목소리는 머리 등을 통해 공명이 더해진 소리라서 실제 목소리와 다를 수밖에 없다. 생경하기로는 사진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자기 얼굴인데 뭔가 이상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얼굴이라고 각인된 이미지는 거울 속에 비친, 즉 좌우가 바뀐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좌우로 반전시켜 보면 그제야 익숙한 자기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자기 사진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얼굴이 좌우대칭을 이루지 않아서이다. 선천적 요인과 생활 습관 때문에 이목구비와 턱선의 왼쪽`오른쪽은 조금씩 다르다. 대개는 감성을 주관하는 우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왼쪽 얼굴이 좀 더 아름다워 보인다. 왼쪽 얼굴을 노출시킨 연예인 광고 사진이 많은 것, 셀프카메라의 ‘얼짱’ 각도가 왼쪽 얼굴 위쪽인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람은 대칭일수록 아름다움을 느낀다. 인도의 타지마할을 보라. 완벽한 좌우대칭, 데칼코마니의 극치다. 실제로 사람, 동물 할 것 없이 외양이 좌우대칭인 개체에 더 호감을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커먼웰스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신체가 대칭 구조를 이룬다고 한다. 얼굴도 좌우대칭에 가까울수록 믿음직하고 건강하다는 인상을 준다. 방송국에서 앵커를 뽑을 때는 얼굴의 좌우대칭을 중요하게 살핀다.

대통령 선거 정국 속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선거 벽보 사진이 화제다. 두 팔을 V자로 번쩍 든 모습과 소속 당명 대신에 슬로건을 쓰는 등 파격을 시도한 결과다. 포스터의 얼굴 사진 좌우가 반전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닌 게 아니라 포스터 속 그의 얼굴이 평소 모습과 미묘하게 다르다. 가르마도 평소와 반대 방향이다.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당 사진을 좌우로 반전시키고 나니 그제야 낯익은 그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가 좌우로 반전시킨 얼굴 사진을 선거 벽보에 왜 썼는지 내막은 알 수 없다. 개인적 느낌으로는 반전된 사진이 되레 어색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반전 사진이 익숙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포스터 속 얼굴이야말로 그가 거울로 늘 보던 자기 모습이었으리라. 선거 포스터 그래픽 보정은 다반사이지만, 얼굴 사진의 좌우 반전은 듣도 보도 못했다. 현대 정치가 이미지 전쟁이라는 말은 괜히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김해용 논설위원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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