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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스토리] 강효연 누스페어 동시대미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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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4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1인 10역 고된 작업, 그래도 기획한 전시 인정받을 때 보람 느껴
 
 
미술에 있어서 전시는 창작의 마지막 단계이다. 작품이 작가의 작업실을 벗어나지 않고 사장된다면 그것은 공허한 독백에 지나지 않는다. 큐레이터는 작품을 제작하지는 않지만 작가들의 작품으로 또 다른 작품을 만든다. 그의 노력에 따라 무명작가가 스타가 되기도 하고 예술을 이해 못 하던 대중들이 예술작품을 사랑하게도 된다. 작품을 꿰어 하나의 또 다른 작품, 즉 전시로 완결 짓는 것이 큐레이터의 몫이다. 누스페어 동시대미술연구소 강효연 소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1인 10역 큐레이터

“저는 우아하지 않은 백조예요. 겉으론 우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가다(막노동)죠. 전시를 위한 설치를 할 때는 밤을 새우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해 볼 만한 직업이에요. 하하….” 강 소장은 큐레이터를 화려한 직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힘들다고 했다. “미술 전반에 대한 거시적 이해를 바탕으로 작가를 선정하는 일부터 작품을 전시공간에 배치하는 일은 기본이고 도록 편집, 전시 홍보, 현수막 점검, 관람객 안내, 오프닝·뒤풀이 준비 등 1인 10역을 해야 합니다. 거기다 전시장 조명, 온도, 습도까지 신경 써야 하고요.” 큐레이터는 일과 관련해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와의 만남부터 작품을 포장하고 운송하는 사람, 전시장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페인트공, 지게차 운전자, 목공과 만남, 또 예산을 지원하는 부처의 공무원, 전시를 주관하는 기관장, 작품이 거래될 때는 소장가 등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정말 다양합니다.” 강 소장은 큐레이터는 또한 일반 관람객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전문 안내원(도슨트)에게 작가들의 작품세계와 전시내용 등을 교육하고, 전시내용을 기초로 보도자료를 작성해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전시를 한 번 기획하게 되면 챙겨야 할 것도 많고, 밤낮 할 것 없이 바쁘고 정신없이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그러나 “큐레이터는 갤러리가 단순하게 미술 현상들을 조합하는 곳이 아니라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해 우리 시대의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전시를 위한 전시’가 아니라 ‘전시되는 예술’로 격상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힘들고 박봉이지만 보람은 있어”

강 소장은 큐레이터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꼼꼼함과 예리함을 꼽았다. 또 배려심도 요구된다고 했다. “우선, 전시 개최 일정에 맞춰서 전시를 준비해야 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기에 항상 일정표와 리스트를 작성해 점검하면서 일합니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사람과 만나야 하기에 상대 분야의 일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바라보고 풀어내는 방법은 큐레이터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때 각 작품의 특징을 하나하나 제시할 수 있는 안목과 예리함이 필요합니다.” 강 소장은 큐레이터는 국제적 안목과 함께 외국어 공부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예술적인 안목과 비즈니스 감각이 중요하죠. 전시기획뿐 아니라 펀딩을 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경우 큐레이터가 미술과 경영을 함께 전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 소장은 하지만 대학·대학원은 물론 유학까지 해야 하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고학력에 비해 박봉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부분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20대 후반이 돼서야 제대로 일할 수 있는데, 또래에 비해 대우는 좋지 않습니다. 또 대부분 계약직이기 때문에 신분도 불안정하고요.” 강 소장은 하지만 자신은 큐레이터란 직업을 통해 성격이 더 밝아진 것 같다고 했다.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할 때가 많아지면서 활발해졌어요. 남의 예술작품을 소중히 다뤄야 하기에 작가들의 성향이나 특징을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롭고 특히 훌륭한 작가와 작품을 만났을 때 즐겁습니다. 특히 제가 기획한 전시에 많은 사람이 다녀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프랑스 유학, 그리고 누스페어 동시대미술연구소 개소

강 소장은 경기도 부천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중학교 때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석사과정 중에 한국에서 갓 유학 온 여학생을 알게 되었어요. 그 친구의 꿈이 미술관 큐레이터였는데, 그 친구를 통해서 큐레이터란 직업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강 소장은 프랑스에서 조형예술학(학사, 석사)을 공부한 뒤 2003년 귀국해 서울시립미술관에 입사했다. 5년 정도 근무하면서 ‘추상미술, 그 경계에서의 유희’ 기획으로 월간미술(잡지) 선정 ‘그해의 전시 기획상’을 받을 정도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큐레이터란 직업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다시 프랑스로 떠났다. 전시기획 관련 학과(마스터 2 프로페셔널)에서 공부를 한 뒤 귀국해 대구미술관에서 2010년부터 2년 동안 학예연구실 학예팀장으로 학예실 업무와 전시기획 등을 했다. “대구미술관 개관 준비를 하면서 고생도 했지만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프리랜서로 크고 작은 기획을 하다가 2015년 미술 전문서 발간, 전시기획, 세미나 등의 일을 하는 ‘누스페어 동시대미술연구소’ 문을 열었다. 누스페어(Noosphere)에서 누(noo)는 ‘정신’, 스페어(sphere)는 ‘시공간’을 의미한다. “누스페어는 피에르 레비의 저서로 감명 깊게 읽어 그 이름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연구소 개소 후 2015년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팡데옹-소르본 파리1대학교와 공동으로 기획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전을 파리에서 열었다. 그 기획은 프랑스에서의 오랜 유학 경험과 국내 주요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파리 전시에는 4명의 젊은 작가가 참여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담은 작품을 소개했다. “국가 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제가 운영하는 연구소 이름으로 기획한 전시였는데, 작가는 4명밖에 되지 않지만 정말 많은 정성이 들어간 전시였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이미지와 정서를 반영하면서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작가들로 구성해 서양의 누구하고도 다른 스타일, 한국만의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로부터 좋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대 정신 담아내는 전시 기획하고파

강 소장은 2012년 대구미술관을 그만두면서 결혼과 함께 대구에 정착했다. “대구에 처음 왔을 때는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사투리에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서울보다 삶의 속도가 느린 대구가 좋습니다. 미술의 메카인 대구에서 연구소를 연 것도 이곳에서 제 할 일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고요.” 강 소장은 올 9월에 열리는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 큐레이터를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누스페어라는 이름에 책임질 수 있는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이 시대의 정신을 잘 담아내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의 의미를 짚어내는 의미 있는 기획을 하고 싶습니다.”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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