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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0일(금) ㅣ
오붓한 축제 작은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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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2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하중도 유채꽃밭·레스토랑·극장서 ‘웨딩 마치’
 
 
 
최세진 씨 부부는 달성군청 100년 타워에서 결혼식을 올린 대구시 작은 결혼식 지원사업 1호 커플이다. 비슬산과 야외분수를 배경으로 한 결혼식장은 무료로 대관할 수 있다.
 
대구시 작은결혼식장 외에도 레스토랑.
 
옻골한옥마을 작은결혼식장은 전통혼례를 위한 시설은 물론 하객을 위한 숙소도 제공한다.
 

딸 결혼 앞둔 50대

대구시 지원 사업 신청

해치우는 예식 대신

딸 놀이터였던 하중도서

알뜰하고 행복하게~

달성군청서 결혼한 30대

판박이 결혼식은 거부

예단·혼수 모두 생략

장소·시설 무료 이용

총지출 비용 500만원

“행복한 결혼, 작은 결혼식으로 시작하세요.”

청첩장이 하나둘 날아오는 계절,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예식은 행복한 기념일인 동시에 부담이다. 결혼식이 신혼부부를 위한 축일(祝日)이지만 혼수, 예단, 신혼여행 등 남들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 과정에서 가족 간에 얼굴을 붉히고 심지어 결혼을 앞두고 갈라서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폐해를 피해 허례허식을 줄이고, 가까운 사람들과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작은 결혼식’(스몰웨딩)이 예비부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린 시절 놀이터가 결혼식장으로

김은경(51) 씨는 오는 14일에 있을 딸의 결혼식을 주인공들보다 더 설레며 기대하고 있다. 사실 작은 결혼식은 그녀 자신의 오랜 로망이기도 하다. 딸 하정 씨가 남자 친구와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김 씨는 곧바로 작은 결혼식을 떠올렸다. 모녀는 사람이 붐비는 결혼식보다는 가족들이 오붓하게 모여 축하하는 결혼식이 좋다고 생각했다. 김 씨는 바쁜 딸과 예비 사위를 대신해 손수 작은 결혼식을 준비했다. 작은 결혼식을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지인을 통해 알아봤지만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대구시가 지원하는 작은 결혼식 사업에 대해 알게 됐고 그녀는 직접 지원 신청서를 냈다.

김은경 씨는 시간에 쫓겨 ‘해치우는’ 결혼식보다는 가족들이 기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작은 결혼식을 계획했다. 그런데 하객 수를 100여 명으로 줄이자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결혼 성수기에는 일반 예식장들이 150명 이하 하객은 예약을 받지 않았다. 스몰웨딩은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구시 작은 결혼식 사업에 채택돼 결혼식장과 시설 일체를 지원받기로 했다. 그 덕분에 결혼식은 하객 식사비 300만원으로 알뜰하게 치를 수 있게 됐다.

김 씨 가족은 집 근처 하중도 유채꽃단지에서 결혼식을 가질 예정이다. 하중도는 유채꽃으로 유명세를 타기 훨씬 전부터 예비 신부 하정 씨가 자주 뛰어놀던 놀이터였다. 모녀는 유채꽃과 청보리밭을 배경으로 한 결혼식을 상상하면 마치 외국 영화의 장면들이 떠올라 더욱 설렌다.

◆결혼식(式)이 아닌 결혼하자

결혼식 준비에만 공을 들이던 이들도 식은 간소하게 치르고 그만큼의 에너지와 비용을 결혼생활에 사용하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6월 최세진(36) 씨 부부는 달성군청 100년 타워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모르는 사람으로 북적이는 결혼식장보다는 두 사람이 기념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작은 결혼식을 하기로 결심했다. 결혼식뿐만 아니라 예단이나 혼수도 모두 생략하고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에만 집중했다. 신혼집도 최 씨가 살던 월세방에서 시작했고 신혼여행도 저가항공과 현지 숙박을 직접 알아봤다. 최 씨는 수천만원이 드는 호텔에서 열리는 억대 결혼식도 다녀봤지만 판박이처럼 찍어 놓은 결혼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모님의 허락을 얻는 일도 숙제였다. 최 씨의 부모님도 결혼식은 어련히 예식장을 빌려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최 씨 부부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부모님 손님도 많아 하객 수를 정하는 것도 큰 고민이었다. 결국 80여 명으로 계획했던 것에 부모님 손님을 더해 180여 명으로 양가 부모님과 합의를 보고서야 작은 결혼식을 확정 지었다.

작은 결혼의 의미는 결혼식 규모에 있지 않다. 규모나 절차에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형편과 상황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 씨는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이 아닌 내가 만드는 결혼식이기 때문에 결혼식 행사 자체에도 더 애착이 갔다. 최 씨는 작은 결혼식을 검소한 결혼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하객 수만 적을 뿐이지 하객에게 비싼 밥을 대접하거나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일반 예식보다 예산이 커질 수도 있다. 다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스스로 줄여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최 씨 부부도 장소와 시설 일체를 무료로 제공받아 결혼 비용을 대폭 낮췄다. 최 씨가 멋진 산과 야외 분수를 배경으로 올린 작은 결혼식에 지출한 비용은 총 500만원이다.

/ 취재 후기 /

◇비용 줄이고 독창적인 결혼식

“하객 적을까, 모은 돈 없는데…” 걱정 끝

스스로 결혼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작은 결혼식’ 취재를 시작했다. 단순히 허례허식이나 하객들 눈치 보는 기존 결혼식을 비판하기 위해 작은 결혼식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작은 결혼식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부모들도 많고 복잡한 결혼식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 준비된 예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하객이 없어 알바를 동원한다거나 하객 수가 적어 예식장에서 예약을 거절당했다는 사례를 실제로 접하면서 새로운 결혼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특히 요즘 청년들은 자립심이 강해 부모님 도움 없이 스스로 결혼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비용이 적게 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결혼식을 더 발굴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들어 ‘작은 결혼식≠검소한 결혼식’이라는 기사들이 나오지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커플들은 비용 절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작은 결혼식을 하면 불필요한 비용은 절약하거나 그 비용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작은 결혼식을 올린 커플들을 만나 보면 평균적으로 500만원을 결혼식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예식장은 대관료가 무료이거나 10만원 선이고 예식 비용의 대부분은 하객 100여 명의 식사비용이다. 지역의 한 호텔은 대관료, 꽃 장식, 신부 화장 등 식장 사용료로만 1천500만원 이상이 들고 식사비까지 포함하면 최소 4천만원이라는 견적을 제시했다. 어느 쪽을 택하든 개인의 선택이지만 기존 결혼식이 부담스럽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작은 결혼식의 또 다른 장점은 나만의 결혼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결혼행진곡 대신에 신랑이 입장할 때는 영화 ‘슈퍼맨’ 주제곡을, 신부 입장 때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응원가를 행진곡으로 쓰기도 한다. 부케를 받는 사람도 특정인을 정해 놓지 않는다. 신부가 던진 부케를 할아버지가 받아들고 쑥스러운 미소를 짓기도 한다. 작은 결혼식을 하면 딱딱한 예식 대신 나만의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작은 결혼식은 말 그대로 작은 하객 속에서 올리는 결혼식이다. 웅장한 결혼식에 비해 분위기가 정돈되기 때문에 결혼 당사자들이 예식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결혼식은 예식 당일에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백년가약을 맺는 중요한 기념일이다. 신혼부부나 가족들이 하객 눈치 보지 않고 신성한 결혼을 기념할 수 있는 것이 작은 결혼식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볼 수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지인들을 보면 당사자나 부모님이 ‘해치운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만큼 결혼식 준비가 번거롭단 말인데 그 번거로움 대부분은 하객을 위한 준비가 태반이다. 결혼식은 남 눈치를 보는 행사가 아니라 수십 년을 함께할 반려자와의 첫 시작이다. 거창한 결혼식을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금전적으로 부담을 주고 겉치레에 치중해 결혼식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면 바꾸는 것이 옳다. 취재 중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이렇게 결혼해도 괜찮나 하는 걱정이 많았지만 실제로 경험해 본 커플들은 작은 결혼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결혼식이 아닌 결혼을 위한 작은 결혼식, 새로운 문화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강민호 기자 km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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