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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파워 인터뷰] '2·28 주역'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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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9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6·13 地選 뽑히는 선량들, 전임자 업적 발전적 계승을"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는 "지역민이 함께 공감하는 비전과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전략, 작은 성공의 축적 등이 지역의 미래를 열어갈 열쇠"라면서 6월 지방선거로 새롭게 출범할 리더십의 분발을 촉구했다.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경북대사대부고 2`28민주운동 농성 모습. 뒷줄 우측 첫 번째 정면 얼굴이 최용호 교수.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선거(6월13일)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이젠 누구나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자유로운 투표'가 자리 잡기까지는 숱한 시련과 역경이 있었다. 해방 이후 민주운동의 첫 불꽃은 대구에서 타올랐다. 대구에서 점화된 2`28민주운동은 대전, 부산, 청주 등 지방에서 지방으로 확산하였고, 선거일인 3월 15일 마산에서 김주열 사건이 터졌다. 첫 희생자가 나오면서 시위는 전국적으로 퍼졌으며, 4`18고대시위와 4`19로 이어졌다.

1960년 2~4월로 이어진 민주시민혁명은 2`28의 불꽃이 3`15마산시위, 4`19를 거쳐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로 이어지면서 완성된 셈이다.

또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지역발전'이다. 30년 이상 경제침체를 겪은 대구경북 시도민의 입장에서 '먹고살 수 있는, 희망과 미래가 있는 지역을 만들어 줄 새로운 리더십'이 간절하다.

그래서 최용호(76) 경북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그는 2`28민주운동의 주역이면서, 오랫동안 지역경제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해온 학자이다. 민주주의 성지라는 자부심과 (경제적 측면에서) 잃어버린 30년의 자괴감이 교차하는 지역민들에게 과연 희망의 싹은 남아있을까?  

◆새로운 리더십에 바란다

"대구의 리더들과 대구 사람들은 그동안 미래지향적 의식과 글로벌 마인드가 취약했던 것에 대해 뼈저린 반성이 필요합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장기집권 기간 동안 몇몇 사람이 감투를 쓰고 지역민들이 정치적 만족감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지역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한 것이 사실상 없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또한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대구경북의 경제상황에 대한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항상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전국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는 그렇다 하더라도, 경북 역시 지난 30년간 전국 평균성장률을 밑돌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경북의 성장률이 오히려 대구보다 뒤처지기 시작했다. 대구경북 모두 전국 평균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외환위기 이전 10년 경제성장률: 전국 평균 8.4%, 대구 6.1%, 경북 7.4%/ 외환위기 이후 9년간 경제성장률: 전국 평균 4.9%, 대구 3.0%, 경북 5.9%/ 금융위기 이후 6년간 경제성장률: 전국 평균 2.9%, 대구 2.7%, 경북 2.1%)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만 매달리고, 안 되면 중앙정부 탓만 하는 행태는 더 이상 곤란합니다. 거대담론에 매몰되어 '임기 중에 내가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식의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성공 경험을 축적해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먼저 필요합니다."

최 교수는 "다음 달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선량들은 자기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전임자의 것이라고 무조건 뒤집고 새로 시작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도자의 비현실적 과욕이 안 그래도 힘든 지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임자의 업적이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발전적으로 이어갈 것은 잘 계승하려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기존의 계획들을 점검해 '발전시킬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부가해 구체적인 실천계획(Action Plan)을 수립하는 게 중요합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면 이것이 큰 성공을 이끄는 힘이 될 것입니다."

◆대학과 도시의 상생이 필요하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합니다. 주민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겸손한 행정'과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동안 외부 전문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지역 실정을 잘 알지 못하는 외부 전문가의 말은 그냥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오히려 지역 전문가와 공무원, 주민 등 지역 내 인적자본을 모으고 활용하려는 적극적 자세가 요구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최 교수는 대학과 도시의 상생발전 모델을 강조했다. 지식기반 사회,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도시는 대학을, 대학은 도시를 상생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학은 지역사회와 격리된 상아탑이 아닙니다. 대학은 지역사회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진국의 성공모델을 따라가던 개발경제시대는 벌써 끝이 났습니다. 지역대학이 지역사회가 나갈 비전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인데요.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인적자원과 각종 시설`설비 등 물적자원, 지적자원 등을 보다 과감하게 지역사회에 개방해야 할 것입니다."

최 교수는 "현실적으로 상생발전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발전전략과 도시의 발전전략이 서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방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교육부 등 중앙정부만 바라보게 만든 현재의 정책과 시스템은 지방정부를 배제함으로써 지역대학을 지역사회의 '섬'으로 전락시켜 국가균형발전을 해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첫 좌절과 역동적 고교 생활

최 교수는 1943년 의성군 봉양면 도리원(화전 2리)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도리원은 1930년대에 이미 아스팔트 도로와 수도가 들어올 만큼 발전한 지역이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었고 농한기에는 여러 곳을 다니며 장사를 했다. 어머니는 도리원초등학교 앞에서 점방(가게)을 하며 부녀회와 사친회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교육열이 대단한 여장부 스타일이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경북중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졌습니다. 커트라인에 4명이 걸렸는데, 이 중 2명은 합격하고 나머지 2명은 불합격했습니다. 첫 번째 좌절이었죠. 봉양중학교에 보궐로 입학 수속을 마친 뒤에서야 경북중에서 입학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부모님과 헤어지기 싫고 해서 그대로 봉양중을 다녔습니다."

최 교수의 오른쪽 손등에는 조그만 화상 자국이 지금도 선명하다. 중학교 입시를 앞두고 밤늦게 교실에서 양촛농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공부에 집중하다 생긴 화상이다. 실패를 고교 입시에서 만회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절치부심의 3년을 보냈다. 전교 1등을 달렸고, 경북고를 지망했다. 그런데 경북고 입시에 앞서 시험 삼아 치른 경북대사대부고(이하 사대부고) 입학시험에 합격해 운명(?)이 바뀌었다. 어머니의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다.

어릴 적부터 시사와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부모님이 동아일보 지국을 운영한 덕분에 중학교 때부터 신문을 열심히 읽었다.(그 당시 신문은 한자가 많아 웬만한 지식층이 아니면 구독이 쉽지 않았다) 웅변을 잘했고 리더십이 강했다. 이런 특성은 고교에 입학하면서 두드러졌다. 시골에서 와 신입생 때는 학생회 간부를 못 했지만, 2학년 때는 실장과 전반기 전교 부회장에 당선되었다. 3학년 때는 군성회(사대부고 학생회 명칭) 회장을 맡았다. 대구대학(청구대학과 통합되어 영남대가 되기 전 명칭) 정치학회 주최 '제4회 전국 남녀 고등학생 학술토론대회'에서 '미쏘의 접근이 한국에 불리하다'는 주제로 1등상(국회의장상)을 받았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기 위해 서울에 갔을 때에는 4`19학생대책위원회의 초청좌담회에 참석했다.

활발한 학생회 활동은 다른 고등학교 간부들과의 교류 폭을 넓혔고, 이런 교류를 통해 1959년 10월 대구지역 남녀 고교생들이 구성한 '새날동지회'(농촌봉사활동 조직)는 훗날 2`28민주화운동의 큰 힘이 되었다.

◆2`28민주화운동의 불꽃

독재로 민심을 잃은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은 1960년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위기에 빠졌다. 1960년 2월 3일 농번기를 피한다는 명분으로 선거일을 3월 15일로 확정 공고했다.(통상 5월에 선거를 치름) 이 와중에 야당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 박사가 2월 15일 미국에서 위장수술 중 사망했다. 정치적 격변기였다. 3학년은 졸업했고 새로운 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한 탓에, 2학년 전교 부회장을 역임했던 최 교수가 사대부고 학생회 리더로서 2`28민주운동을 주도하게 되었다.

"2월 16일 우리 학교(사대부고)에서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사건이 터졌습니다. 1학년 오석수, 이영길, 유효길이 당시 유행하던 노래 '유정천리'를 전날 서거한 조병옥 박사를 애도하는 '무정만리'로 바꿔 부른 것인데요. 학생들이 가사를 칠판에 적어놓고 합창을 하자 순식간에 대구시내로 퍼졌고, 이 내용이 동아일보 사회면에 보도되면서 전국적으로 유행했습니다."

동정적 여론이 야당인 민주당으로 쏠렸다. 자유당과 정부는 2월 28일 대구 수성천변에서 열리는 야당의 정견발표회에 학생들이 참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요일 등교 지시'를 2월 25일 경북고에 제일 먼저 내렸다. 사대부고와 대구고에는 27일 등교 명령이 내려졌다.

"대구고 손진홍 학생위원장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내일 학교 나오라카더라, 우야면 좋노?' 그래서 삼덕동 이대우(경북고 부위원장)의 집을 찾았고, 그곳에는 이미 경북고, 대구고 학생대표 여러 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오랜 토의 끝에 28일 항의시위를 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이날 경북고 학생대표는 이미 결의문까지 만들어 참여했다. 나중에 '사전에 공모했다'고 트집 잡힐까 봐 또 다른 결의문 작성은 최 교수가 맡았다. 28일 새벽 4시에 작성이 끝난 결의문은 붓글씨 잘 쓰는 대구고 박대근에게 맡겼다가 박 군의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불태워졌다.

28일 사대부고에서는 비상학생총회가 열렸다. "선생님들은 '젓가락으로 태평양 물을 휘저어 봐라, 휘돌아 가나? 너희들이 커서 사회를 바로잡는 데 헌신하면 되지,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만류했습니다. 점심 때쯤 경북고 시위대가 사대부고 앞을 지나가자 학교 측은 학생들의 시내 진출을 막기 위해 교문을 폐쇄해 버렸습니다. 학생들은 점심을 굶은 채 단식농성에 돌입, '학원을 정치 도구화하지 말라'는 등의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이래선 안 된다. 나가자'는 외침이 나왔고 순식간에 수백 명이 학교 울타리를 넘었습니다. 한 무리는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중앙로를 거쳐 매일신문(남일동 사옥 시절)까지 진출해 신문사에 결의문을 전달했고, 또 한 무리는 경북도지사 관사(지금의 대구시청 부근)로 가 결의문(학생총회에서 결의된 내용)을 낭독했습니다."

최 교수는 "경북고`대구고`사대부고`경북여고 등의 시위로 수백 명이 연행`구타당했지만, 사상자가 없었다는 이유로 그동안 2`28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2`28이 없었다면 4`19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28민주운동은 지방에서 시작되어 서울로 번져갔고, 고등학생에서 시작되어 대학생`일반시민으로 확산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힘으로 내일을 창조하자

최 교수의 고려대 동기들은 2`28, 3`15, 4`19를 거치면서 전국적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었다. 고학용, 김정희, 남궁진, 박종환, 서정배, 서진영, 오정호, 이상철, 이인식, 최장집, 최정욱 등과 함께 새로운 학생조직을 만들기 위한 구상도 어느 정도 추진되었다. 하지만 5`16군사쿠데타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정치가나 정치학 교수가 되었을 법한 최 교수의 삶은 경제적 문제로 인해 바뀌었다. 경북대 정치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교수가 되기 힘든 상황이었고, 대학 시간강사와 고교 임시교사라는 투잡을 뛰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었다. 대구경제신문의 올챙이 논설위원이 되면서 경제학도로 변신했다. 이마저도 2년뿐이었다. 신문사는 경영난으로 폐간했다.

"가정을 가진 실업자, 참 괴로운 일입니다. 대구지역 경제조사위원회(DGB경제연구소 전신)가 출범하면서 계약직 촉탁 신분의 조사역으로 발령받았고, 교수가 되기 전까지 11년간 '대구지역경제 분석'지의 발간 책임을 맡아 우리나라 지역경제연구의 작은 초석을 놓았습니다."

최 교수는 퇴임까지 36년간 중소기업과 지역기업`산업을 연구주제로 삼아 천착해왔다. 1990년 민간 주도로 산학연구원을 설립하는 데 참여하고 10년간 원장직을 맡아 우리나라 산학협동 연구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후반 적극 추진해왔던 '대구권 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이 1990년 7월 완전히 백지화된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구체적인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광주에는 대단위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대구의 노력은 허사가 되었습니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지역민의 단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남이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석민 선임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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