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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프리즘] 말의 무게, 정책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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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4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최근 교육부 차관이 서울 일부 대학에 전화를 걸어 ‘정시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촉발된 정시 확대 논란은 말의 무게를 실감나게 한다. 요즘 교육현장은 입시정책에 관해서는 정중동(靜中動)이다. 겉으론 조용한 듯하지만 올해 8월에 발표할 예정인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에 대해 교육공동체의 다양한 의견들이 공청회 및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사고 및 외고 폐지, 수능 절대평가 확대 유예,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수시 최저등급 폐지, 정시 확대 등이 그 사례이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정책에 대한 여론을 알아보기 위한 발표가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학교현장은 혼란스럽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앞으로 교육정책을 발표할 때는 교육현장에 미칠 영향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길 기대하며 몇 가지 고언(苦言)을 한다.

첫째, 교육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불확실성을 줄여나가자.

우리 사회는 안정 사회에서 불안정 사회로, 정적 사회에서 동적 사회로 급속하게 변동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잦은 입시제도의 변화와 유예가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대학입시 제도 3년 예고제는 교육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둘째, 교육정책은 정치적 관점보다 교육적 관점으로 접근하자.

지난 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4년제 대학 198곳의 ‘2020학년도 대학입학전형계획’에 따르면, 수시 선발 비중이 2019학년도 76.2%에서 2020학년도 77.3%로 늘었다. 그러나 서울 주요 15개 대학은 정시 모집 확대를 위한 전화 논란의 영향인지 전체 4년제 대학의 움직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15개 대학의 수시 선발 비중은 2019학년도 71.8%에서 2020학년도 69.5%로 낮아졌다. 특히 서강대와 성균관대의 경우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큰 폭으로 늘렸다. 이들 대학은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2019학년도 24.2%(413명), 19.5%(705명)에서 2020학년도에 각각 33.1%(566명), 31.0%(1128명)로 크게 확대했다. 갑작스러운 정시 모집 확대 요구는 정치 계절에 나온 이야기라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 입시 정책은 매우 민감하고 제도 변화가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 현재 중3 학생부터 적용되는 8월 발표 예정인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은 정치적 관점보다 교육적 관점으로 결정되길 소망한다.

셋째, 교육정책이 교육 자치를 보장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신장하도록 하자.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전국의 고1 학생 수는 고3에 비해 13만 명가량 적다.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으나 학교의 재정 여건은 열악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예산과 인사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교육부의 권한이 교육 자치를 활성화하여 각 지역의 교육적 특색을 살릴 수 있고, 단위 학교의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행사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통제함으로써 고교 교육이 왜곡되고, 지역의 특색 있는 교육이 실종되는 것은 헌법(31조 4항) 정신과 시대 흐름에 부합되지 않는다.

지난 3월 대구에 많은 눈이 내렸다. 폭설로 팔공산과 앞산의 아름드리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뿌리째 뽑힌 것도 있었다. 눈의 무게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케 했다. 교육 정책 입안자들이 자연현상을 통해 말의 무게와 정책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손권목 상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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