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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전남 보성 천봉산 대원사 티벳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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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5 13:54:25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미술관 보고 올라가 박물관 보며 내려와…눈이 즐거운 원점회귀 코스
 
 
 
무명의 산이 이름을 얻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수식어가 ‘산지는 낮으나 산세가 깊다’‘낮은 산에 비해 전망이 뛰어나고 수려한 계곡이 많다’ 등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보성 천봉산은 가장 축복받은 산이다. 유서 깊은 사찰과 박물관이 산속에 있고 산 입구에는 미술관도 있다.

백제 때 아도화상이 절터를 잡기 직전 꿈에서 봉황의 보금자리 형태를 닮은 곳을 발견, 곧바로 백두산부터 백두대간을 타고 남으로 봉소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그런 과정 끝에 발견한 곳이 지금의 대원사 터였다. 천봉산은 이러한 전설과 달리 한민족의 아픔이 담겨 있는 산이다. 1948년 10월 말에 일어난 여순사건 이후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산행의 시작점은 문덕면의 대원사. 송광사의 말사로 백제 무령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신라에서 활동하던 아도가 백제에 사찰을 세웠다는 점은 다소 신빙성이 떨어진다. 창건 당시에는 이름이 죽원사(竹原寺). 통일신라 때는 오교구산 중 열반종의 8대 가람에 들었고, 1260년(고려 원종 1년) 송광사 제5대 국사 천영이 사세를 크게 일으켜 대가람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이때 산 이름도 중봉산에서 천봉산으로, 절 이름도 죽원사에서 대원사로 변했다.

여러 차례 중건과 중수를 하였으나 1757년(영조 33년) 불에 탄 것을 1759년 현정이 중창하면서 건물 16동을 복원하였고 거느린 암자만도 12개나 되었다. 1948년까지만 해도 10여 동의 건물이 있었으나 1948년 여수`순천사건 때 대부분 불에 탔다. 1990년 선원과 요사`일주문`주지실을 복원하여 오늘에 이른다.

경내에는 여느 절집과 달리 눈길을 끄는 볼거리가 유난히 많다. 주지인 현장 스님의 아이디어로 가장 아름다운 연못인 구품연지 아래에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철나무가 두 손을 맞잡고 있는데 거기엔 대형 목탁이 걸려 있다. 머리를 부딪치면 나쁜 기억이 사라져 지혜가 밝아지고 잘 된다는 속설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이가 없다.

절을 구경하고 돌아나와 일주문 뒤 우측에 있는 이정표를 따른다. 산 높이에 비해 초입부터 오름길이 만만찮다. 오름길 30여 분 만에 작은 봉우리에 도착하면 우측 지능선의 끝, 백민미술관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잠시 숨을 고르고 간단한 요기 후 발걸음을 재촉한다. 갈림길에서 까치봉(572m)까지는 20분 정도가 더 소요된다.

지척의 조계산과 모후산이 산행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등산로 곳곳에 잡목이 많아 탁 트이는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거기다가 오늘은 날씨가 흐려져 조망이 영 마뜩잖다. 520m봉을 올랐다가 내려서니 갈림길이다. 좌측으로 첫 번째 탈출로가 보인다. 대원사까지는 0.8㎞로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작은 산치고는 오르내리는 봉우리가 제법 많다. 까치봉에서 작은 봉우리 두어 개를 더 넘고 나서야 마당재다. 말봉산까지 오름길 주능선이 마치 흙으로 쌓은 거대한 성벽 같다. 등산로 곳곳에 기이한 형상의 나무가 볼거리를 제공하고 얼레지꽃이 곳곳에 군락을 이뤄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천봉산 정상 400m 전방에 사방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말봉산에서 천봉산 정상까지는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천봉산 정상에서 비로소 날씨가 개 시계가 터진다. 맑은 날은 주암호와 무등산, 그리고 호남정맥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 표지석은 없고 이정표에 천봉산 609m라 적혀 있다. 참고로 각 자료와 등산지도에 적힌 정상의 높이가 다르다. 보성군지에는 611.5m, 국제신문은 597m, 두산백과 사전에는 608m다. 천봉산 정상에서 백민미술관까지도 등산로가 연결되는데 그 길이가 5.8㎞다. 3시간 가까이 걸리며 중간 지점에서 우측으로 빠지면 봉갑사다.

약 200여m를 되돌아 나와 오른쪽 지능선으로 방향을 잡는다. 대원사 입구 티벳박물관 앞 산앙정 정자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다. 산허리 중간쯤에 사방도로 임도가 나 있어 등산로가 잠시 끊어진다. 좌측 임도를 따라 내려서도 되지만 시간이 더 걸린다. 끊어진 지맥 건너 위로 등산로가 보인다. 천봉산에서 티벳박물관 앞까지 50분 정도다.

대원사 계곡물에 흘린 땀을 깨끗이 씻고서 티벳박물관에 든다.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곳으로 입장료가 3천원이지만 돌아보고 나오면 전혀 아깝지 없다. 등산화를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한다. 박물관은 본관 1층과 지하, 2개층으로 구분 전시되어 있다. 실내에 주인인 김기찬 씨와 해설사들이 작품과 유물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현장 스님이 티베트와 몽골 등지를 순례하며 모은 불상과 회화 등 불교미술품 1천여 점이 전시돼 있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 보이는 하늘 만다라와, 사람의 머리가죽으로 만든 북과 사람의 대퇴골로 만든 피리, 그리고 해골로 만든 목탁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일깨워준다. 전시장에 걸려 있는 천장(일명 풍장)의 생생한 사진은 머리가 서늘할 정도로 충격이었다. 텅 빈 관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일종의 저승 체험실이었다. 벽에 ‘죽음을 체험해보는 순서’라는 안내문도 적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등산로는 대원사에서 등산을 시작해 까치봉, 말봉산, 천봉산을 돌아 대원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8.55㎞의 거리에 4시간 남짓 걸린다. 다리 뻐근한 등산을 원한다면 백민미술관에 시작하는 원점회귀 산행을 권한다. 16.33㎞에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대원사 입구에서 티벳박물관과 절을 돌아보고 까치봉과 말봉산, 천봉산을 거쳐 백민미술관까지 하산하는 데 12.53㎞의 거리에 6시간 정도가 걸린다.

근래에 천봉산 일원을 보성군에서 문화관광지로 육성하고 있다. 천봉산 초입에 위치한 군립백민미술관과 주암호변의 서재필 박사 기념공원과 고인돌공원 등을 돌아볼 수 있다. 망일봉 기슭의 삼림욕장 등 산행과 함께 문화유적답사도 가능하다. 지척에 한국불교 3대 사찰인 송광사도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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