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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스토리] 연극 '나와 할아버지' 배우 이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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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8 00:05:04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대학도 중퇴…지금 하는 작품에 늘 감사
 
19일 '나와 할아버지'라는 제목으로 대구 연극무대에 오르는 배우 이희준. 에스콰이어 제공
“대구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께 무대에 선 제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어서 일부러 제가 극단 피디에게 졸랐습니다. 대구 공연 가고 싶다고….”

대구 출신 배우 이희준이 19일(토) 대구 연극무대에 오른다. 그를 고향 무대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극단 차이무에서 ‘변’이란 공연으로 한 번 고향 무대에 섰고, 이번에는 연극 ‘나와 할아버지’(봉산문화회관 가온홀)로 다시 대구를 찾았다. 이희준은 부모님도 뵙고, 대구 팬도 만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왔다.

그는 이번 연극 작품에 대해 “이 극은 좋은 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작가가 ‘할아버지의 스토리에 뭔가 써먹을 게 없나’ 하는 마음으로 함께 여행을 다니다 끝내 정작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는 휴머니티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10년 동안 대구 연극판에서 내공을 쌓아 국민배우로 발돋움한 이성민 이후 다시 대구 출신 스타 배우로 우뚝 선 이희준의 과거를 지면을 통해 살짝 파헤쳐보자.

◆대구 학창시절 그리고 한예종

이희준은 영남대 화학공학과를 중퇴하고, 배우의 꿈을 꾸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입학했다. ‘어쩌다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나요’라고 묻자, “가슴속에 남들 앞에 서고 싶은 끼는 늘 가득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자리가 행여라도 있으면 얌전히 있다가도 나서곤 했다”며 “공대에 입학했던 이유는 그냥 취업 잘되는 과를 찾아갔던 것뿐이고 늘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희준은 대구의 극단 ‘온누리’에서 연극의 재미에 푹 빠졌다. “20년 평생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었어요. ‘이거 계속하고 싶다. 여기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2년 6개월 정도 대구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어요. 배우라기 보단 극단 막내로서 청소하고 밥도 하고 포스터 붙이고 했던 것이 주된 일이었죠.”

이희준은 혼자 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 수업’이라는 책을 보며 연구하고 따라했다. 그러다 정말 제대로 정식 연기수업을 받고 싶어져서 한예종에 진학했다. 그의 젊은 시절을 보면,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한예종에서 그는 누구보다 행복했다. 대구에서 2년 넘게 극단 막내로 궂은 일을 하며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컸기 때문에 한예종에서 연기수업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한 일화로 호흡과 발성을 가르치는 미국 교수가 수업시간에 오래된 가죽가방에서 뭘 꺼내시더니 “이 테이프엔 내가 지금까지 다니며 수집한 전 세계 유명배우들의 햄릿 대사, 똑같은 부분들을 모은 것이다. 지금부터 들어보자”고 했는데, 이희준은 틀기도 전에 눈물을 흘렸다. 그 교수가 “왜 울어요”라고 물었고, 그는 “교수님이 물으실 때에야 제가 울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떤 행운을 가져서, 이 자리에서 저 테이프를 지금 들을 수 있게 되었지’란 생각에 저절로 행복의 눈물이 흘렸습니다”고 말해 함께 수업하는 학생들까지 감동으로 이끌었다.

◆‘좋은 인연’이라는 행운은 덤

연기가 좋아 한예종에 입학한 이희준에게 좋은 인연이라는 행운은 덤으로 따라왔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는 재학 당시 함께 창작물을 만들었던 친구들이 민준호 대표를 중심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급유명세를 탄 배우 진선규도 초창기 멤버였다. 이 멤버들과 15년 정도 함께해 오고 있고, 이번 연극 ‘나와 할아버지’로 대구를 찾게 됐다. 댓바람에 ‘무명시절의 설움’을 묻자, “생각해보면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돈이 없어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입고 싶은 것을 충족 못시킨 것보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더 높을 때 경제적 형편까지 어느 정도 나아져서 말입니다. 아마 더 오래 형편이 어려웠다면 저도 포기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답했다.

이희준은 대구에 특별히 감사한 사람으로 극단 온누리 이국희 대표를 꼽았다. “이 대표님은 저에게 연극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배우게 해준 분입니다.” 또, 극단 차이무 이상우 연출은 한예종에서 교수와 제자로 만났는데,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격려해준 분이다. JTBC 함영훈 PD에 대해서는 “제 연극을 보러 오셨다가 드라마에 처음 캐스팅을 해주신 분”이라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동료이자 가장 큰 깨우침을 주는 민준호 연출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으며, 연기를 보고 늘 감탄하게 되는 배우 진선규에게도 애정을 표시했다.

◆열정으로 살아온 순간순간 그리고 향후

이희준에게 ‘어떤 작품이 가슴속에 남아 있냐’고 묻자, “거짓이 아니고 지금까지 제가 한 작품의 어떤 역할이든 제 눈에 넣어도 안 아픕니다.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진심과 온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했거든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 대구 공연 ‘나와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픽션이 있긴 하지만 90% 실제 이야기입니다. 극 중 ‘준희’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대표 민준호이고,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극 중 차고에서 연극 연습하는 아이들이 우리들입니다. 실제 저희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너무 가까웠고요.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이 극은 그 전에 공연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이 공연이 너무 소중합니다. 다들 바쁜 일정이지만 어떻게든 이 공연은 계속 해나가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공연을 함께할 때, 너무 행복합니다. 이번에 대구 공연도 맘껏 즐길 생각에 지금도 신납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연기인생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는 “어릴 땐,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몇 년 안에 뭘 이뤄야지’란 생각들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작품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함께 고생하는 이들과 함께해서’란 말들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작품에 늘 감사하려고 합니다”라고 ‘금’ 중에 가장 소중한 ‘지금’ 이론을 폈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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