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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20> 한복 명장 이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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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00:05:04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시어머니께 배운 바느질…50년 넘어도 싫증 나지 않네요"
 
한복 짓는데 일생을 바쳐온 이명자(80) 한복 명장의 머릿속에는 요즘도 자나깨나 '한복'에 대한 생각뿐이다. 이 명장은 출생부터 수의까지 연령별 옷은 물론 각 시대별 복식을 복원`제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디자이너이다. 그 배움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팔순의 나이지만 전시를 앞두거나 고객으로부터 주문받은 옷의 색상이나 디자인 등에 대한 개념이 떠오르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옷 짓는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그때마다 바느질을 가르쳐주신 저의 큰 스승이신 시어머니가 생각난다"고 했다. 이 명장은 '바느질쟁이'에 머물러 있던 한복 짓는 일을 '한복 디자이너'로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자 한복방’(대구 중구 남산동)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명장은 오늘도 전통 방식에 이 명장만의 색을 입혀 한복을 짓고 있다.

◆시어머니가 가장 큰 스승

이 명장은 대구 신암동에서 5녀 1남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귀하게 자라 바느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23세 때 경북 선산으로 시집갔다. "시집가서 집안일을 배웠는데, 바느질도 시어머니로부터 배웠다. 그런 면에서 저의 가장 큰 스승은 시어머니였다"고 했다. 양반가의 며느리였던 시어머니는 자상했다. "시어머니로부터 한복 깃이 뭔지, 동정이 뭔지, 고름이 뭔지를 접했는데 명령조로 하지 않았다. 먼저 시범을 보이고 따라하라는 식이었다"면서 "제가 손재주가 있었든지 아님 열심히 했든지 시어머니는 꾸중이나 야단 대신 '잘한다'며 칭찬했다"고 회고했다. 이 명장은 이 대목에서 눈을 두어 번 껌벅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직도 힘들고 어려울 땐 시어머니 생각이 난다. 생전에 더 열심히 배워둘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42세 때 대구로 나온 이 명장은 제대로 옷 짓는 일을 배워보자는 생각에 한복`양장학원 문을 두드렸다. '나이가 많아도 괜찮냐'고 했더니 상관없다고 해 바로 등록했다. 바느질에 대한 기본이 돼 있던 터라 공부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가르치는 강사보다 바느질 솜씨는 한 수 위였다.

자신이 생겼다. 이웃에게 한복을 지어줬다. '한복 잘 짓는다'는 입소문이 펴져 주문이 쇄도했다. 서문시장 원단가게를 드나들다 바느질하는 사람을 만났다. "당시 바느질하는 사람들이 '바느질쟁이'라며 대접을 못 받았다. 돈 떼이는 일도 다반사였고요."

이 명장에게 할 일이 생겼다.

◆복식 연구, 그리고 한복 명장

1987년 '대구경북한복협회'를 창립했다. 초대와 2대 회장을 하면서 우리 전통 옷인 한복을 알리는 한편 바느질하는 이들의 권익을 챙기는데 앞장섰다. "10여 명으로 시작했는데, 1년 만에 100여 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당시 바느질을 업으로 하는 이들에 대한 시선을 곱지 않았고, 대우도 좋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섬유축제 때 '한복패션쇼'도 잘 치러냈다.

이 과정에서 이 명장은 돈만을 좇지 않았다. 공부하고 연구했다. 대구가톨릭대 최고디자인 대학원, 단국대 사회교육원 복식학과, 건국대 디자인대학원 침선전문과정을 수료했다. 복식 전문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배움을 청했다. 바느질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무형문화재 박광훈 침선장을 사사하기도 했다. "서울로 공부하러 갈 때마다 들렀는데, 5년 동안 개인지도를 받았다"고 했다.

이 명장의 명성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빛났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열정이 이 명장을 세계 도처로 이끌었다. 1995년 광복 50주년 및 미국이민 10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돼 LA에서 한복패션쇼를 열었다. "앙코르 쇼를 여는 등 패션쇼는 성황리에 끝났다. 전시한 한복 30벌은 '한복을 입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워 못 입는 사람'에게 주는 조건으로 기증했다"고 했다. 이 명장은 이런 공로로 LA시로부터 감사장과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이후 태국, 호주, 러시아,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60여 회 전시회를 가졌다.

1999년엔 '원이 엄마의 편지'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원이 엄마의 남편 이응태의 묘에서 출토됐던 저고리와 옥색 액주름, 철릭(저고리와 주름치마가 붙은 형태의 남자 옷) 등 50여 벌의 옷을 재현해 전시회를 열었다. 그 옷 역시 안동대에 기증했다. 이런 노력과 공로로 2005년 한복 명장에 선정됐다. 당시 면접관이 "왜 진작 하지 않고 이제 신청했느냐"며 되물었다고 했다.

◆이 명장에게 한복이란?

이 명장은 문화와 전통이 사라진 나라와 민족은 그 존재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많은 전통과 문화가 있다. 이 가운데 한복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한이 서려 있다"며 "우리나라 역사가 한복의 선과 색채에 녹아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복을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민족의 전통과 역사의 명맥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명장은 한복은 아름답고 매력있는 옷이라고 했다. "한복 앞여밈의 평면적 구성은 여유로움과 여백의 미, 인체를 속박하지 않는 넉넉함, 착용의 편리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그래서 한복은 과학적이고 위생적이고 기능적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한복은 아름답다. 체형의 단점을 가려주는 미덕도 갖추고 있다"며 한복 예찬론을 펼쳤다.

이 명장은 그러나 한복 입을 줄 모르는 세대는 격식을 몰라 한복도 양장처럼 입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소매 넓은 한복 팔 길이는 손목뼈에 오도록 입어야 하는데 양장처럼 길게 입고, 치마 길이도 버선등에 닿도록 입어야 하는데 신을 다 덮을 만큼 길게 입는다. 당연히 한복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며 반문했다.

이처럼 이 명장의 한복 사랑은 끝이 없다. "내가 온 정성을 다해 만든 옷을 빌려주거나 아무렇게나 입는 고객을 보면 왠지 화가 난다"고 했다.

◆다시 태어나도 한복 지을 것

다시 태어나도 한복 짓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이 명장은 요즘도 오전 11시에 한복방에 출근해 오후 5, 6시까지 일한다. 주문받은 일이 늦춰지거나 하면 새벽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바느질을 50여 년 했는데 싫증이 나지 않아요. 바느질이 체질인가 봐요."

한복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이 명장에겐 꿈이 하나 있다. 앞으로도 계속 고운 한복을 짓고 더 나아가 무형문화재가 되어 아름다운 우리 옷을 계승할 후학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팔순의 나이에 돋보기가 없어도 작은 바늘귀에 실 하나 꿰는 것쯤은 거뜬하다. 이 명장은 한복 바느질은 누가 보든 안 보든 반듯하니 정성스럽게 혼을 담아 꿰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 명장은 요즘 대학 강의는 접고 한복방에서 후계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명장에게 2년 동안 한복 짓는 일을 배우고 있다는 김민지(33) 씨는 "선생님은 쉬지 않고 공부한다. 그냥 유행을 좇지 않고 전통을 중시하면서 현대적 감각을 살린다"면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 명장은 끝으로 “수입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껏 밀어준 남편이 너무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글 사진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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