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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댓글의 역사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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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0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SNS나 포털사이트의 뉴스 기사 아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댓글의 표현 방식이나 기능도 지속적으로 변화하여 왔다. 인터넷 보급 초기에는 네트워크는 있는데 콘텐츠가 없었다. 이때는 일부 IT 기술에 밝은 사람들이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교류가 이루어졌으나, 소수의 지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이다 보니 댓글 문화가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이후 누구나 참여하여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 형태가 등장한다. 게시판은 공동의 관심사를 주제로 하여 관련된 글을 올리는 평등한 소통 구조를 가지며, 경험을 통해 말을 하는 작성자 못지않게 그 말을 경청하며 이에 반응을 하는 댓글의 역할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한편 게시판 내에서 주류의 의견과 다른 타인과의 갈등을 경험하며 다수가 소수자들을 찾아내어 괴롭히는 ‘신상털기’나 ‘마녀사냥’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는 집단적 댓글의 힘을 자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후 ‘카페’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통 구조가 등장하였다. 카페에는 운영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권력에 따른 위계가 존재하였고, 회원 상호 간의 친목을 강조하는 구조이다 보니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강한 응집력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적인 이익집단의 속성을 지니게 된다. 그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흔히 사용된 방법이 적극적 댓글 참여이다. 예컨대 어떤 드라마 인터넷 팬카페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회원들을 움직여 방송국 시청자 게시판에 댓글 도배를 하거나 포털사이트 기사의 상위 랭킹 댓글을 차지함으로써 시중의 여론이 팬카페의 뜻과 일치한다는 착시를 만들 수도 있다. 최근 등장한 SNS는 타인의 댓글이나 반응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노출시켜 연쇄적으로 소통을 이끌어내려는 매체 특징을 지니고 있어 댓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매일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뉴스에 표시되는 댓글 시스템은 이러한 집단적 행동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기사 하단에 표시되는 댓글은 이용자들이 클릭한 공감-비공감의 수로 순위가 결정된다. 그러나 공감에 비해 비공감의 가중치가 몇 배 더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를 악용하면 상대적으로 소수 인원의 비공감 공격으로 상위 댓글을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아이디를 만들 수 있는 포털사이트 정책까지 활용한다면, 조직적인 행동을 통해 소수가 특정 기사에 노출되는 댓글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하는 과정 또한 매우 간단하다. 비공개 카페나 폐쇄형 SNS에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의 연결 링크를 게시하여 두는 것을 그 세계의 용어로 ‘좌표’ 혹은 ‘포탈’을 찍는다고 한다. 그러면 어떤 사명감에 불타는 이용자들이 링크를 타고 가서 공감, 비공감을 찍거나 댓글을 달아서 순위를 조작할 수 있다. 베스트 댓글을 차지하기 위한 소위 ‘고지전’을 통해 반대파와의 치열한 추천 전쟁에 이겨서 최상위의 댓글만 자신들의 주장에 맞는 것으로 바꿔두면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이것이 대중적인 여론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댓글 조작이 그리 희소한 일도 아니다. 단 일반 이용자들은 사이버 현상에 대한 지식 격차가 크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모를 뿐이다.

댓글은 표현의 방법이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며, 다양한 표현으로 사이버 공간은 풍성해져야 한다. 그 다양성이 다른 다양성으로 덮이며 자연스럽게 대중의 일치점이 떠오르는 것이 사이버 매체에 어울리는 여론 형성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목소리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편파적 이용자들에게 이 여론이 휘둘리면 곤란하다. 또한 관용이라는 덕목을 배울 생각이 없는 한줌의 집단이 여론을 만들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두어서도 곤란하다. 그 어떤 확신에 찬 집단이 사이버의 목소리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시도가 법적, 윤리적, 규범적으로 용인해도 되는 것인지, 또한 댓글시스템이 이들의 조직적 시도에 취약하게 방치되어도 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매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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