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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투병' 피우진 중령 복직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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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4 07:03:5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육본에서 내주 보직 결정"
 
 
유방암 투병 후 군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 판정을 받아 퇴역한 피우진(52.여) 중령이 1년 7개월 만에 복직이 허용됐다.

   피 씨는 국방부의 복직명령에 따라 이날부터 현역 신분을 회복했다.

   국방부는 23일 "심신장애로 퇴역 처분된 피우진 예비역 중령에 대해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수용해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복직을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피 중령은 그간 예비역에서 오늘부터 현역 신분을 회복했다"며 "육군본부에서 심의를 거쳐 다음 주 중으로 보직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복무 중 발생한 심신장애 군인과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에 대해서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방부의 정책기조를 구현하고 1.2심의 재판결과를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복직을 허용했다"며 "앞으로도 군 복무 중 발생한 심신장애 군인에 대해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978년 소위로 임관해 1981년 헬기 조종사가 된 피 중령은 2002년 유방암에 걸려 양쪽 가슴을 도려내고 병마를 이겨냈지만 군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판정이 내려져 2006년 11월 퇴역했다.

   서울고법 행정4부(정장오 부장판사)는 지난 6일 퇴역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피 씨가 유방암 진단을 받아 유방절제술을 받았으나 수술 경과가 양호하고 향후 완치 가능성이 90% 이상인 점, 피 씨가 수술 후 정기 체력검정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고 수술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 씨가 현역으로 복무하는 데 장애 사유가 없다"며 퇴역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피 중령은 올해 초 "유방암 수술 뒤 완치나 다름 없는 건강 상태를 보이고 있어 현역 복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도 군인사법 시행규칙상 자동퇴역으로 규정돼 있는 공상장애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퇴역시킨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

(연합뉴스)

        

◆피우진 중령 복직허용 의미와 파장  

"제2, 제3의 피우진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유방암 투병 후 군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판정을 받아 2006년 11월 퇴역됐다가 1년 7개월여 만인 23일 현역으로 복직한 피우진(52.여) 중령은 그간 겪었던 남다른 고통을 이 말로 대신했다.

   피 중령은 국방부로부터 복귀명령을 하달받고 출입기자실에 들러 현역 신분을 되찾았다는 기쁜 감정을 억누른 채 시종 차분한 어투로 자신의 복직 의미와 앞으로 희망 진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제 퇴역 조치 이후 여러 차례 소송을 통해 군으로 되돌아오기까지 과정은 한 여성의 승리라는 차원을 넘어 복무 중 심신장애를 얻을 경우 원치않은 전역을 해야하는 군 내 관행에 쇄기를 박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 중령은 "나로 인해 나도 상처를 받았고 국방부도 상처를 받아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며 "이것으로 더 이상 서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피 중령 사건이 군의 재량권 남용과 자의적 차별행위를 공론화해 이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방부는 피 중령 사건이 법원으로 확대되자 작년 8월 '심신장애 군인 전역 및 현역복무 기준'을 전면 개정했다.

   군인사법시행규칙(제53조)에 의해 엄격하게 적용하던 기준을 '심신장애 1~9급으로 판정되어도 본인 희망시 각 군 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속 복무'할 수 있도록 바꾼 것.

   기존에는 심신장애 1~7급은 퇴역 또는 제적, 8~9급은 본인 희망시 심사에 의해 계속 복무를 허용토록 돼있었다.

   이런 규정에 의해 심신장애 2급 판정을 받고 퇴역처분된 피 중령은 이에 불복하고 국방부에 인사소청을 냈고 법원에도 퇴역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꿈적 않던 국방부가 피 중령의 '강한 저항'으로 심신장애 군인 복무 기준을 개정한 것이다.

   국방부는 심신장애로 퇴역 처분됐다가 복직한 경우는 피 중령이 처음이지만 유사한 소송이 잇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방부에 인사소청을 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전역한 경우는 작년에, 그것도 1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 1건의 당사자도 그나마 전역을 조건으로 행정소송을 해서 전역했다고 한다.

   또 심신장애 1~9급 판정자가 연간 330여명이 발생하지만 대부분 복무를 희망하지 않고 전역하기 때문에 피 중령과 같은 복직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인사법은 인사소청 심사에서 전역 처분된 지 3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내도록 되어있는 데 이미 전역한 사람들은 이 기한을 벗어났다"며 "복직 대상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복직결정과 함께 피 중령이 배치될 근무처도 관심을 끌고 있다.

   1978년 소위로 임관해 1981년 헬기 조종사가 된 피 중령은 항공관련 부서에 근무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피 중령은 "2002년에도 수술을 받고 계속 비행기를 탔다"며 "원래 상태로 돌아가야죠"라고 말했다. 파일럿을 희망하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거침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피 중령은 중앙보충대(306보충대)의 대기명령을 받고 육군본부에서 보직을 판단할 것"이라며 "적정한 위치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우진 중령 문답…"軍을 사랑하기 때문에 싸웠던 것"  

"저로 인해 저도, 국방부도 상처를 받았는데..군을 사랑하기 때문에 싸웠던 거에요."

   국방부의 복직 명령에 따라 현역 신분을 회복한 피우진(52.여) 중령은 23일 국방부 기자실아 "국방부의 변화된 모습을 환영하고 이에 감사를 드린다"면서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피 중령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기 와서 지금 (복직된 사실을) 알았다"면서 "뒤늦게라도 국방부에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인 데 대해 나도 깜짝 놀랐다"고 운을 띄웠다.

   기자들과 인터뷰 내내 복직 명령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피 중령은 복직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있다",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 관련 질문에는 "정리하겠다"고 짧고 분명하게 답하는 군인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피 중령과 일문일답.

   --국방부로 부터 복직 명령을 받은 소감은.

   ▲어리둥절하다. 여기 와서 지금 알았다. 오늘이 상고 기한 마지막 날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여기 와서 알았다.

   --복직에 대한 본인 의사는.

   ▲있다. 정년인 내년 9월까지 쭉 근무할 의사가 있다.

   --그 동안 군에 대해 섭섭한 감정 있었나.

   ▲군에 대해 섭섭하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 군이 지향하는 가치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섭섭한 건 없지만 다만 일을 처리하는 절차 상에서 섭섭한 부분이 있었다.

   --이번 소송의 의미는.

   ▲심신장애로 판단되면 급수에 따라 자동 전역하도록 했던 규정이 전역심사위원회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 나와 같은 사람들 안 나타날 것이다.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원래 상태(헬기 조종사)로 돌아가는 것이다. 2002년도에 수술을 받고 나서도 계속 헬기를 조종했었다. 갑자기 조종사 자격심의에 회부되고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퇴역에 이르게 됐다.

   --군에서 조종사 임무가 무리라고 판단한다면.

   ▲국방부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 절충을 해야 할 것이다. 여의치 않다면 1년동안 가시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곳, 군 인권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그간 정당 가입등 정치 활동은 어떻게.

   ▲정리하겠다.

   --소송진행중 국방부나 군으로부터 압력이나 불이익 있었나.

   ▲전혀 없었다. 군을 좋아하는 내가 동료들과 단절된다는 자체가 나한테는 아주 큰 고통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저로 인해 저도 상처를 받았고 국방부도 상처를 받았다. 대법원에 가도 이길 것이 뻔한데 더 이상 이 일로 서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군을 그렇게 사랑하면서 왜 그렇게 싸우냐'고 많이 말했는데, 군을 사랑하기 때문에 싸웠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어쨌든 (국방부와 군이) 변화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환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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