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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5일(월) ㅣ
[나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22> 목공예 명장 김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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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0 00:05:03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하회탈은 '기다림'…천천히 가야 오묘한 표정 살릴 수 있어
 
30여 년 하회탈 복원과 연구, 보급에 힘쓰고 있는 김완배 목공예 명장이 탈을 제작하고 있다.
 

'각시, 백정, 할미, 이매, 초랭이, 중, 부네, 양반, 선비, 주지 탈.' 하회별신굿 탈놀이에 등장하는 탈들로 각기 특색 있는 얼굴과 표정을 지니고 있다. 다소 거만한 느낌을 풍기는 선비탈은 도끼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습에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항상 불만에 차 있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백정탈은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에서 천민의 힘든 삶을 엿볼 수가 있고, 중탈은 계율을 어기고 파계한 인간의 능청스러움과 엉큼함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이매탈의 표정은 너무나 맑고 순박하며 걱정 하나 없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이처럼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하회탈은 뜨거운 열정의 춤꾼과 장인의 손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허 도령(하회탈 만든 이)의 혼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목공예 명장 김완배(67) 씨는 진품 탈과 꼭 빼닮은 하회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밤을 지새우고 있다.

◆'예술성' 있는 공예에 관심

국보 제121호 하회탈 복원`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김 명장은 1950년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태어났다. 대구 출신이지만 서울과 부산을 거쳐 현재 안동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10대 후반, 김 명장이 처음 택한 직업은 가구를 제작하는 일이었다. "친구들보다 체격이 작아 돌이나 철보다는 가볍고, 부드럽고, 다루기 쉬운 나무를 만지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김 명장은 일을 하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고 했다. "같은 나무로 만든 것인데, 어떤 것은 가구이고, 어떤 것은 예술작품이었다. 보기에도 좋고 예술성이 있는 공예를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됐다.

수소문한 끝에 부산에서 목공예를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6개월 기초과정을 마치자 원장은 그에게 학원 관리를 맡겼다. 공부하면서 강사를 보조하는 일을 했다. 때마침 서울에서 실력 있는 공예 강사가 내려왔다. "나무 구별법과 다루는 방법 나아가 디자인, 도면 보는 것까지 배웠다." 김 명장은 "그때 많은 것을 배웠다. 10년 배울 것을 3년 만에 끝냈다"면서 "그러고 보면 저도 나무를 다루는 것에 소질이 있나 봐요"라고 했다.

그가 정착한 곳은 전통의 고장 '안동'이었다. "1973년, 당시 안동은 지금과는 달랐다. 아무것도 없었다. 불모지에서 시작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명장은 1975년, 하회별신굿탈놀이 복원 단체인 '하회탈가면극연구회'에 참가했다. 당시 멤버 중 탈춤을 추는 사람, 악기를 다루는 회원은 있었지만 탈을 만드는 사람이 없어 목공예 기능을 갖고 있던 김 명장은 하회탈 복원 일을 맡게 됐다. 하회탈은 이미 맥이 끊어져 만드는 사람이 없었고, 하회탈의 진품을 구경할 길이 없어 그가 참고할 수 있는 거라곤 몇 장의 사진이 전부였다.

“진품(국립중앙박물관 보관)을 볼 수 없어 사진자료만 갖고 시작했다. 그런데 평면적인 사진만으로는 하회탈의 볼륨감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배우거나 물어볼 곳도 없었다.”

하회탈 복원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사진을 보고 만드느라 모양을 흉내 내기에만 바빴고, 탈의 표정을 되살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78년, 마침내 복원에 성공했다.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참가해 장관상을 받았으며, 중요무형문화재에 지정되는 등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복원하면 할수록 의문은 커져갔다. "처음에는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점차 하나둘 의문이 생겼다. 탈 이름은 왜 그렇게 붙였을까. 재료는 왜 오리나무만을 사용할까?"

그래서 하회탈 극에 대한 이해는 물론 안동문화권에 대해 공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실제 하회탈과도 달랐다. "중앙박물관에 특별히 부탁해 하회탈을 볼 수 있었는데 형태면이나 칠, 색상 등이 제가 복원한 것과는 달랐다.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제대로 복원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1982년 하회별신굿탈놀이 보존회를 설립했다. '우선 하회탈을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마음먹고 각 탈의 어원 찾기부터 시작해 명칭, 의미, 표정 등을 연구했다. 김 명장은 연구 끝에 하회탈의 몇 가지 궁금증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하회탈 중 기생의 얼굴로 알려진 ‘부네탈’은 고려 때 기녀들이 하는 화장을 ‘분대화장’이라 불렀고 분대화장을 한 아낙네를 ‘분네’라 부른 데서 나온 이름임을 알아냈다. 또 ‘이매탈'은 우스꽝스럽게 생긴 것을 두고 오랜 옛날 ‘이매스럽다’고 부른 데서 생긴 이름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하회탈을 원형에 더 가깝게 작업하기 위해 안동대박물관과 함께 3D기법으로 실측한 자료를 완성하기도 했다.

이후 김 명장은 스미소니언박물관을 비롯해 미국 30여 개 도시,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에서 전시와 시연회를 가졌다. 기능경기대회 및 공예대전 심사위원, 강사 등을 맡아 활동했다. 그는 30여 년 동안 하회탈 복원과 연구, 보급에 매달려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정부로부터 목공예 명장으로 선정됐다.

◆기다림의 작업 '하회탈'

김 명장은 하회탈 제작은 ‘기다림’의 작업이라고 했다. 한 단계 한 단계 최선을 다해야 하회탈의 오묘한 표정을 재현할 수 있다고 했다. "하회탈을 제작하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나무를 깎고 한지를 입히고 옻칠을 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제작과정 중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면서 "무엇보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에 걸쳐 음지에서 제대로 건조한 나무를 써야 한다. 천천히 할수록 제대로 한다는 진리를 하회탈을 통해 배웠다"고도 했다.

하회탈의 재료는 오리나무. 먼저 나무를 잘라 코를 중심으로 해서 얼굴 윤곽을 잡은 다음 칼로 파내어 윤곽을 드러나게 한다. 광대뼈 위의 얼굴과 턱을 떼어 떨어지게 하고, 칼질로 모양을 다듬는다. 사포로 면을 고르게 다듬고, 마지막으로 칠을 해 완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작과정보다 탈마다 독특한 표정을 살려내고, 그 역할이 가진 의미까지 생각하며 탈을 조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연구 또 연구

김 명장은 평생을 하회탈 복원과 연구, 보급에 매달려 왔다. 창작이 아닌 하회탈 복원은 그에게 고단한 여정이었다. 창작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반해 복원은 창작자의 의도를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명장은 상하 좌우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인간의 희로애락이 탈 모습에 깊게 농축돼 있는 하회탈은 제작과 표현기법 등이 가면 미술의 걸작이라고 했다. "턱이 움직일 수 있도록 따로 만들어 놓은 탈은 얼굴을 숙이면 어둡고 뒤로 젖히면 밝은 얼굴이 되는 등 표정 변화가 가능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고정 턱의 탈에는 좌우상하의 높낮이를 실제보다 확대 또는 축소해 보는 각도와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명장은 아직도 하회탈을 완전히 복원하지 못했다고 했다. "표정도 그렇고, 사실도 추상도 아닌 것이 좌우 불균형을 이룬 이유 등 아직도 연구할 게 많다"고 했다.

김 명장은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다. 작업을 자유롭게 하면서 연구하기 위해서다. "조만간 하회탈에 관한 연구를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요. 제 연구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사명감을 갖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글 사진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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