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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1일(화) ㅣ
[나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23> 전기공사 명장 이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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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6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국제기능올림픽 동력배선 분야 첫 金…"받은 혜택 사회에 보답 해야죠"
 
전기공사 직종으로는 최초 명장인 이해득 씨가 노트북을 통해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1988년 명장에 선정됐을 때 두 아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이해득 명장.
이해득(61) 전기공사 명장은 고교 3학년 때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해 동력배선 분야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대해 그는 "운이 따랐다"며 "기계와 씨름하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이 명장은 현재 'DEUK Tech'(대구 서구 상리동)를 운영하면서 또 한 번의 명장을 꿈꾸고 있다.

◆"하면 된다"

경북 고령 출신인 이 명장은 중학교 때 어머니의 병환으로 부산으로 이사했다. 가족들의 헌신적인 간호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이 명장의 나이 15세 때 세상을 떠났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던 이 명장은 열심히 기술을 익히면 취업이 보장되는 '국립부산기계고등학교'에 지원했다. "합격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원서를 내줄 수 없다며 반대하던 담임선생님과 "떨어지면 포기하라"던 형님의 우려를 잠재우고 합격했다.

6개월간의 기본교육을 마친 뒤 전기과를 택한 이 명장에게 목표가 생겼다. "당시 선배가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전교생이 모인 아침조회 때 박수를 받으며 금메달과 훈장을 받는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며 "나도 저 선배처럼 반드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다짐했다.

실습시간에 열심히 진공관 라디오를 꾸미고 있는데, 담당 선생님이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 전기배선 '특활'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특활의 의미는 올림픽 출전을 위한 기능훈련을 말하는 것. 이 명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밤낮이 없었다. 그리고 1974년 부산지방기능경기대회 동력배선 직종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내 생애 첫 금메달이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가을에 열리는 전국대회 준비를 위해 밤낮없이 공부했다. 그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한 작품을 제출했다. 이 명장은 "제출 후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고 회고했다. 그날 저녁, 선생님이 "해득아, 네가 금메달이다"고 말하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한동안 꿈인지 생시인지 정신이 없었다. 내가 전국대회에서 일등을 하다니? 국가대표가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속으로 너무 좋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같이 출전해 탈락한 친구들 때문에 속으로 기쁨을 삼켰다. 서울 명동극장에서 시상식을 했다.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쁨과 설움의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다른 선수들은 가족들이 축하해 주고 사진을 찍는 등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이 명장의 가족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하늘나라로 간 어머니가 더 생각났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대회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평가전을 치러야 했다. 행운의 여신은 이 명장 편이었다. 경쟁자가 이민을 떠나게 돼 평가전을 포기한 것. 다시 힘든 훈련이 시작됐다. 힘든 합숙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병원에 실려가 링거를 맞았다. 일어나지 못하면 끝이었다. "어머니가 생각났다. 힘을 달라고 외치며 간절히 기도했다"고 했다. 어머니 덕분(?)인지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마지막 밤 캠프파이어 때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다짐했다.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세계제패의 꿈을 이루다

1975년 9월 3일, 가슴에 태극마크가 새겨진 단복을 입고 제2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했다.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타봤다. 그것도 열 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었다. "첫 과제가 콘트롤 판넬을 제작하는 것이었는데, 문짝에 스위치를 고정할 구멍을 내야 했다. 가져간 공구를 사용하면 제시간 내에 작품을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나라 선수들은 특이한 공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밑져 봤자 본전이란 생각으로 통역관을 통해 공구를 빌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일본과 스페인 선수가 선뜻 공구를 빌려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둘째, 셋째 날도 최선을 다해 작품을 완성해 제출했다. 결과는 하늘에 맡겼다. 또 어머니 생각이 났다. "항상 뒤를 든든하게 돌봐주고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인지 힘들고 어려울 때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했다.

단장이 불렀다. "해득아, 잘했다. 채점 결과가 나왔는데, 네가 금메달"이라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동력배선 분야에서는 최초 금메달이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세계제패의 꿈을 이루다니…." 우리나라를 향해 어머님께 큰절을 올렸다. 스페인 황태자로부터 금메달을 받았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온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았다.

귀국해 청와대로 초청돼 갔다. "박정희 대통령은 입상자에게 동탑산업훈장과 포상금을 주면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로 돌아와 2년 전 선배와 똑같이 후배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금메달을 받았다. 어머니 산소를 찾아 훈장과 금메달을 바치고 "어머님, 저를 지켜주시고 도와줘 고맙다"며 절을 올렸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

1977년 1월 창원에 있는 대우중공업에 입사했다. 낮엔 일하고, 밤엔 야간전문대학에서 그동안 못다 한 공부를 했다. 2년 동안 전기기사 2급, 전기공사 기능사 1급 등 무려 4개나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2학년 재학 중 결혼했다. "결혼 일주일 후에 전기공사기사 시험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신혼여행 가서 시험공부하라며 여행 가방에 문제집을 넣어줬다"며 "그 덕분에 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1990년에는 경일대 전기공학과 야간부에 편입해 공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10월, 전국기능경기대회 전기공사 직종 명장부(초창기에는 대회를 열어 명장을 선정했다)에 출전했다. 경기 당일 설사 기운이 있었다. 평소 장이 좋지 않아 배를 따뜻하게 해야 하는데, 여관 주인이 기름을 아낀다고 보일러를 꺼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극약처방을 하기로 하고 지사제 일주일 분을 한꺼번에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 3일 동안 화장실을 한 번도 안 갔다. 다만 체력이 문제였다. 통증이 다소 있었지만 참고 버텨냈다. 다행히 최고 점수를 받아 명장에 선정됐다. 전기공사 직종으로는 최초의 명장이었다. 명장 시상식 때는 형님과 누님, 장모 등 온 가족이 축하해줬다.

이 명장은 금메달만 연속 5개를 수상하며 출전한 대회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대해 이 명장은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겸손해했다. "실력 없이 도전해 고교에 합격한 것부터 행운으로 올림픽 국가대표가 되고, 주위 도움으로 금메달을 따고, 그리고 기사 시험 합격 등 항상 운이 따랐다"며 "아직 한 번도 대회나 시험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다"며 활짝 웃었다.

◆새로운 도전

이 명장은 2007년 1월, 'DEUK Tech'(득테크)란 회사를 설립해 독립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지방`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심사장, 출제위원, 재능기부 등을 해오고 있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하고 있는데, 받은 것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해했다. 이 명장은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인생의 금메달을 향해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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