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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4일(월) ㅣ
[나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24> 목공예 명장 엄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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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3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나무 다루는 것은 지독한 인내 필요…60년 자부심 느껴"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나무를 살펴보고 있는 엄태조 목공예 명장.
 
"나무를 다루는 것은 지독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고 말하는 엄 명장.

엄태조(73) 목공예 명장은 14세 철부지 시절부터 목공예를 시작해 60년 동안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어 왔다. 그는 최고의 기능을 입증하는 '대한민국 목공예 명장'이란 타이틀 외에 , '소목장' ‘전통기능전승자’ ‘무형문화재’ 등의 칭호를 한몸에 지닌 이 시대 거목(巨木)으로 우뚝 섰다. 오늘도 대구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과 영천 금호읍을 오가며 전통가구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는 엄 명장은 "우리 조상의 얼이 담긴 전통가구를 전승하기 위해 한평생을 바쳐 온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기교 없는 순수 미에 반한 전통공예 장인

엄 명장은 1944년 군위 의흥에서 4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집 역시 여느 집처럼 가난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어느 여름날, 지고 있던 지게를 벗어 던지고 집안 형을 따라 무작정 서울로 도망쳤다. "형이 서울 간다기에 따라나서 그냥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고 회고했다. 14세 어린 소년이 간 곳은 가구공장. 밥 먹여주고 잠 재워주는 조건이었다. 그곳에서 심부름하면서 가구를 만들고 수리하는 법을 배웠다. 힘들 땐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도망치듯 떠나온 터라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몇 개월 만에 책상을 제작했다. 주인도 잘했다며 칭찬해줬다. "어릴 때 아버지가 지게 등 농기구를 만드는 것을 봤을 뿐인데…. 그러고 보면 나무를 다루는 손재주는 확실히 있나 봐요."

내친김에 중요무형문화재 강대규 선생 문하로 들어가 고가구 수리를 비롯해 전통가구의 분해와 조립까지 배웠다. 전통가구의 기교 없이 순수한 아름다움과 기법에 반한 엄 명장은 1973년 대구로 내려와 한 골동품 가게에 취직한다. "서양가구는 분해하면 다시 결합하기가 어렵지만, 전통가구는 해체해서 수리하면 복원이 가능한 가구"라면서 "헌 가구를 수리해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했다.

집 장만을 하자는 아내를 설득해 가구공장을 차렸다. 3년치 주문이 쇄도할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가구를 제작하면서 공모전에도 도전했다. 동아공예대전 등 공모전에서 다수 입상했으나 큰 상은 못 받았다. "한번은 농을 만들어 출품했는데, 국산 나무를 써야 하는데 수입 목재를 사용해 낙선했다. 그만큼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공모전에 대해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이었다"고 술회했다. 공예대전에 입상하자 이만섭`이기택 국회의원이 사무실로 불러 "'대구 촌놈, 대단하다'고 칭찬해주면서 밥을 사줬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전국 주요 사찰 및 유물을 보수, 제작하는 일도 했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을 보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상주 수암종택 보수, 예천 용문사 윤장대 해체 복원, 영천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 보수 등의 일을 했다. 그러면서 전국기능경기대회 가구 심사위원, 공모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1991년 목공예 명장으로 선정된 엄 명장은 스승인 강대규 선생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199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이수자로 지정받았다. 1996년 대구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10호 소목장 기능 보유자로 지정됐으며, 1997년 대한민국 전통기능전승자로, 그리고 201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옛 전통 방식 그대로 재현

엄 명장은 소목장(小木匠)이다. 대목장(大木匠)이 궁궐이나 사찰, 집 등을 짓는 건축과 관련된 일을 주로 하는 사람이라면, 소목장은 장롱이나 경대, 탁자, 반닫이, 궤, 좌대 등 생활가구를 제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소목장은 나무가 지닌 나뭇결을 최대로 살려서 자연미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 명장이 주로 사용하는 나무는 소나무와 느티나무, 먹감나무 등이다. 그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나무는 춘양목이다. "나무에 따라 결과 문양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나무 질감이 차지다. 특히 춘양목은 칠을 안 해도 쓰다 보면 반질반질 윤이 난다. 송진이 많아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가구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나무"라고 했다.

그는 나무의 결을 중요시한다. 나무는 죽었다 할지라도 그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리고 나무의 안팎과 상하좌우를 구별해 음양에 의한 대칭에 맞게 가구를 짠다. 문양이 많은 나무일수록 잘 휜다. 그래서 적정한 두께를 선택해야 한다. 60년 동안 나무만 만져온 장인의 ‘감’은 언제나 정확하다.

그는 짜맞춤 기법으로 가구를 제작한다. 짜맞춤 기법은 나무를 결합시킬 때 직각이나 경사지게 맞추는 것으로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에 홈을 파서 서로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나무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틀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짜맞춤 기법으로 만들게 되면 서로 맞물려 틀어지게 되므로 더 단단해진다. 또한 틀어지더라도 다시 보수를 하면 복원이 가능하다. "전통가구의 좋은 점은 100% 원목으로 만들어 따뜻하면서도 중후하고, 푸근한 멋을 풍긴다. 못을 쓰지 않고 짜맞춤 기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자손 대대로 쓸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전통가구 제작에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먼저 우리 나무로 만들고 우리 기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채색도 옻과 같은 자연물감으로 해야 한다. 또한 나무의 안팎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고, 상하좌우가 구별되도록 해야 한다. 음양에 의한 대칭이 맞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는 좋은 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도 필요하지만 나무가 좋아야 한다고 했다. 소목을 하려면 나무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나무의 좌우 대칭이 맞아야 하고 상하와 안팎을 구별할 수 있어야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엄 명장은 나무마다 고유한 특징을 만나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무의 결과 빛, 향, 그리고 나무의 쓰임새를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나무를 다루는 것은 지독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문화는 보존되어야 한다

엄 명장은 요즘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도외시하는 풍조 때문에 전통 목공예나 다른 전통예술가들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값싼 제품 때문에 주문도 줄고, 어렵사리 만들어 놓아도 제값을 받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렇다 보니 기술을 가르치고 싶어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며 "좀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줘야 전통의 맥도 이어질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엄 명장은 요즘 대를 잇고 있는 아들 엄동환(44) 씨에게 웬만한 일은 거의 맡기고 전통가구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목공예를 전수하고 있다. 동환 씨에 대해서는 "날 닮아 손재주는 있는 것 같은데 아직은…"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엄 명장에겐 몇 가지 바람이 있다. 하나는 학교를 설립해 목공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모은 전통가구, 농기구, 도자기 등을 전시할 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전통가구에 평생을 바쳐 온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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