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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역사 앞에 떳떳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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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9 00:05:04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평양고등보통학교`연세대(영문학)`보스턴대 대학원(철학박사) 졸업. 전 연세대 부총장. 현 태평양시대위원회 명예이사장
박정희 쿠데타는 헌법 배반한 잘못

경제 일으킨 사실은 치하해야 마땅

역사상 인물 평가에는 편견 없어야

19대 대통령 겸손한 지도자 되기를

역사가 무엇이냐 하는 질문에 대하여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잘라서 말한 역사가가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와 대화하지 않는 과거는 의미가 없고 현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역사는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큰소리치던 대통령이 있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독일의 역사철학자 랑케의 말대로 과거의 사실들을 파헤치고 똑바로 알게 하는 것이 역사가의 사명일 수는 있지만 임의로 역사를 바로 세울 수는 없다. 미국 대통령 링컨은 “우리는 역사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 말은 오늘의 지도자들이 역사 앞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풀이가 된다.

역사상의 인물들을 평가함에 있어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은 역사 앞에 떳떳지 못한 자세이다. 이승만에게도 과오는 있다. 그러나 이승만에게 과오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편견이다.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있어 이승만을 빼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3`15 부정선거나 4`19 비극에 대해 이승만의 책임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 과오들을 덮고도 남을 만한 큰 업적을 남긴 이승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같은 시대의 독립운동가였던 김구가 애국자가 아니었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중경을 방문해 일제강점기 말기의 상해임시정부가 일본군의 진격을 피하여 그곳에 마련했던 청사를 찾은 적이 있다. 그 청사 안에는 우람한 모습의 김구 흉상이 자리 잡고 있는데 모든 방문객이 그 앞에서 숙연한 마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가 남한에 단독정부가 서는 것을 반대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남북협상을 내걸고 김규식과 함께 평양으로 김일성을 찾아간 사실은 그 당시 국제 정세에 대한 올바른 판단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본디 평양에 있는 거의 모든 담벼락에는 ‘살인`강도단의 두목 김구`이승만을 타도하자’라고 쓰여 있었는데 김구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그 격문에서 김구 두 글자를 지워 버렸기 때문에 이승만만이 살인`강도단의 두목이 되었고 또한 타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만일 이승만이 남북협상에 집착하여 김일성과의 타협을 시도했더라면 대한민국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와 현실을 주시하고 관찰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이승만이 앞서 있었다고 생각한다.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를 감행한 것은 민주적 헌법을 배반한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유신헌법, 유신체제도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지만 그가 노심초사하여 이 나라의 경제를 일으킨 사실은 치하하여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박정희를 민족 역사의 역적으로 보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김대중은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한때 호남 사람들에게는 우상 같은 존재였지만 그의 햇볕정책은 크게 잘못된 발상이었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그때 거액의 달러가 햇볕정책의 미명하에 김정일의 수중에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면 오늘날 전 세계가 북의 핵무기 몸살을 앓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에게 부탁한다. 대통령 자신이 촛불시위 덕분에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런 대통령은 촛불시위가 끝날 때 맥이 풀려 대통령 노릇을 하기가 어렵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교만하여 그녀가 무슨 짓을 해도 국민이 다 받아줄 줄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교만했기 때문에 당이 깨지고 총선에서도 참패하고 정치판에서도 설 자리가 없게 되었기 때문에 여당도 그녀의 탄핵을 막지 못했던 것이다. 영국 역사가 액튼(Acton)이 말한 대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여겨진다.

오늘의 대한민국 대통령은 41%의 득표율을 가지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사실을 명심하고 역사 앞에 겸손한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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