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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4일(월) ㅣ
[매일칼럼] 착한 사마리아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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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9 00:05:04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놓고 가 버렸다. 한 사제가 길을 가다 그를 봤지만 모른 척했다. 레위인도 못 본 척 지나갔다. 한 사마리아인이 그를 보고 가엾은 마음을 품었다. 다가가 상처를 싸맨 다음 노새에 실어 여관으로 데리고 가 돌보았다. 길을 나서면서는 여관 주인에게 돈을 주고 그 사람을 부탁했다. 돈이 모자라면 돌아오는 길에 더 주겠노라고 약속도 했다. 신약성경 루카복음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사슴 같은 눈망울’은 그가 선한 사람임을 웅변한다. 국민이 아파하는 곳을 찾아 치료하고 가려운 데를 찾아 긁어 주려 한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외면하지 않을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다.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공사로 달려간 것부터가 그랬다. 이곳에서 그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동석한 비정규 직원이 눈물을 쏟았다. 소방서를 찾아서는 ‘소방관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임기 내 소방관 1만9천 명 증원을 재확인했다. 요양원에 가서는 치매 국가 책임제 도입을 선언했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겠다며 흙수저를 위한 다짐도 내놨다. 병사 월급도 올려 현재 21만원인 병장 월급은 내년엔 40만원이 된다. 일자리를 위해 올 하반기에만 당장 공무원 1만2천 명을 더 뽑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11조2천억원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뿐만 아니라 임기 동안 공무원 17만4천 명을 늘리기로 했다. 공공 부문 일자리로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마중물을 삼겠다는 의지가 굳다. 현재 20만원인 노인 기초연금은 30만원씩 주기로 했다. 5세 이하를 위해 월 10만원의 아동수당도 신설한다. 돈과 마음 씀씀이가 구석구석 미친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출현에 국민들은 열광한다.

그는 착할 뿐만 아니라 겸손하다.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눈높이를 맞출 줄 안다. 국가유공자를 초청해서는 그들보다 더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운도 좋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24조7천억원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기업 실적이 좋아 법인세와 소득세 수입이 예상외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4월 세금은 지난해보다 8조4천억원이 더 걷혔다. 덕분에 나랏빚 한 푼도 안 늘리고 일자리 추경을 편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가 경영자다. 국가엔 지도자의 선량함과 겸손함만으로 풀 수 없는 숙제가 많다. 운에 국가 미래를 맡길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다. 국가 미래 재정이 문제다. 공무원을 17만 명 늘리면 5년간 21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무원은 한 번 뽑으면 평생을 국민들이 먹여 살려야 한다. 향후 30~40년간 많게는 120조원을 지금의 청년들이 부담해야 한다. 선심은 문 대통령이 쓰지만 뒷감당은 오롯이 지금 젊은이의 몫이다. 공무원 추가 채용 기대가 높아지자 5월 들어 취업 준비생은 한 달 만에 7만9천 명이나 폭증했다. 73만5천 명이나 된다. 공무원, 공기업만 노리는 공시생이 늘수록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린다. 노인 기초연금 인상에는 내년에 2조4천억원, 2018~2022년엔 연평균 4조4천억원이 더 필요하다.

국가 채무는 꾸준히 늘고 있다. 1천433조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공무원연금 충당 부채가 41%에 달한다. 건강보험은 당장 3년 후면 적자로 돌아선다. 국민연금은 2040년이면 적자가 시작된다. 사학연금은 2042년이면 고갈된다. 인구절벽에 접어들며 세금 낼 사람은 급격히 줄어들게 돼 있다. 2035년이면 소득의 60%를 세금으로 떼 75세 이상 인구 700만 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도와주고 싶은 만큼 도와줄 수 있을 정도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 대통령이 착함과 겸손함을 넘어 먼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같은 ‘헬 조선’ 같지 않은 ‘헬 조선’이 아니라 진정한 ‘헬 조선’이 온다.

정창룡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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