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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25> 제선 명장 포스코 오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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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쇳물 생산 친환경·고효율 '파이넥스 공법' 세계 첫 상용화 성공
 
오한승 명장은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서는 데 힘을 보탠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 명장이 포스코에서 근무할 때 모습.
 
2010년 대한민국 제선 부문 명장 선정 때 모습.
오한승(61) 제선(製銑) 부문 명장은 포스코(POSCO)의 산증인이다. 포스코 설립 이듬해인 1974년 입사해 제선 분야에서만 42년을 근무했다. 따라서 포스코 곳곳에는 오 명장의 손때와 체취가 묻어 있다. 특히 포스코 기술력의 상징인 파이넥스에는 오 명장의 땀방울이 스며들어 있다. 지난해 퇴직한 오 명장은 "포스코는 나의 인생이었다"면서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서는 데 힘을 보탠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꿈은 이뤄진다"

오 명장은 1956년(실제로는 1954년생)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공부를 곧잘 했던 그는 중학교 졸업 무렵, 진학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인문계를 가려면 대전으로 나가야 했다. 그러나 형이 대학에 다니고 있어 집안 형편상 대전 유학은 어려웠다. 옥천공고 기계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 저의 집안만 그런 것도 아니고… ."

진로를 결정해야 했다. 공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만 18세가 되지 않아 응시할 수가 없었다. 1973년 설립된 포스코가 1974년 초, 직원을 공채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 7명과 함께 시험을 쳤다. 오 명장을 비롯해 2명만 합격했다. 그해 6월, 포스코에 입사했다.

쇳물이 펄펄 끓는 제선(製銑·제철소에서 예비 처리된 철광석과 코크스를 고로에 넣고 녹이는 공정)부 고로(용광로)에 배치됐다.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는 기분도 잠시, 용광로 온도 2천℃ 이상, 쇳물 온도만도 1천500도가 넘는 그곳 환경은 열악했다. 쇳물 흐르는 통로가 개방돼 있어 직원들이 쇳물의 열기에 노출돼 쇳물을 뽑고 나면 직원들의 얼굴이 마치 탄광에서 나온 사람 같았다. "버틸 수 있을까?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며 자랑하고 왔는데…." 옥천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일단 견뎌보기로 했다. "여름이어서 그런지 땀은 비 오듯 흘러내렸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달고 살았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대학 공부가 더 간절해졌다. 백방으로 모색했지만 길은 열리지 않았다. 누가 '꿈을 꾸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10년 만에 그 꿈이 이뤄졌다. 1985년, 마침내 기회가 왔다. 회사 선발 과정을 거쳐 창원기능대(현 한국폴리텍7대학 창원캠퍼스) 금속학과에 입학했다. 하고 싶었던 공부였기에 눈이 아플 정도로 열심히 했다. 졸업할 때는 수석 졸업이라는 영광도 안았다. 옥천에서 어머니가 축하하러 왔다. "어머님께 사각모를 씌워 드렸다. 환한 웃음을 띤 어머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고 말했다.

◆'무'(無)에서 '유'(有) 창조한 파이넥스 공법 개발에 참여

오 명장이 포스코에서 이룬 가장 빛나는 업적은 포스코 기술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파이넥스(FINEX) 공법' 개발에 참여한 것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100년 이상 된 철강 조업 역사를 갖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혁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오 명장은 1994년 파이넥스 연구개발추진반에 합류했다. 고로에서의 근무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파이넥스 공법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철광석과 코크스를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철광석과 코크스를 집어넣고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쇳물을 녹여내던 용광로 공법보다 훨씬 효율적인 첨단 제선 공법이다. 따라서 파이넥스 공법으로 하면 철광석 소결 공장과 석탄 코크스 공장이 필요 없어 투자비와 원가가 크게 절감돼 경제성은 높아지는 반면 공해물질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2003년 마침내 파이넥스 1기 설비를 완료하고, 2007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오 명장은 "과연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로 파이넥스 공법 개발은 거대한 산이었다"며 “수차례 실패했으나 도전과 열정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오 명장은 "매번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했고, 벽을 지나면 더 큰 벽이 기다리고 있을 때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열정과 노력으로 그 장벽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갔다"고 했다.

오 명장은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2005년 '올해의 파이넥스인'에 선정된 데 이어 2006년에는 '올해의 포스코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0년 제선 부문 명장에 선정됐다.

◆영원한 포스코인

설비이상, 안전사고 등으로 한밤중에도 회사로부터 전화가 온다. 24시간 어디를 가나 신경을 써야 했다.

오 명장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다. 스마트폰을 한시도 놓지 않는 것. 휴가를 가도, 외식을 해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고로 조업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조업 모니터링 화면이 나타나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잠에서 깨어 조업 지수를 확인하고 다시 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제발 꿈에서만은 조업 모니터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서도 그 습관은 가끔 나타난다고 말하는 오 명장은 영원한 고로맨이자 포스코맨이다.

오 명장은 유동층 환원로에서 환원가스가 통과하는 분산판의 노즐이 막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유동층 환원로의 조업중단 등을 방지해 가동률을 향상시킨 '유동층 환원로의 분산판 크리닝 장치' 특허 출원 등 직무와 관련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또 포스코 제안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40여 년을 철과 함께한 그의 철에 대한 철학이 궁금했다. "철은 다양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또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그래서 철이 금속의 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못을 만들 철은 강하고 부러지지 않아야 한다. 또 철사를 만들 철은 잘 늘어나야 하고 잘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렇듯 용도에 가장 어울리는 철을 만들어내면 그것이 가장 좋은 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성분을 맞추고 온도로 열처리를 거치면 우리가 요구하는 성질의 제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미 있는 일 하고 싶어"

오 명장은 2014년 정년퇴직했다. 그리고 자문교수 등으로 2년 더 근무한 뒤 2016년 완전히 퇴직했다. 18세에 입사해 42년 6개월 근무했다. "포스코와 함께 웃고 울면서 내 인생 전부를 바쳤다"며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파이넥스 공법 개발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40여 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오 명장은 요즘 아내와 여행, 운동 등으로 소일하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중`고생을 대상으로 진로 강의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포항문화유산해설사 교육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수년 전부터 말라위 아이에게 매월 일정액의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재능 기부도 거의 못 하고 살았는데 지금부터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오 명장은 끝으로 "포스코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요즘 젊은이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마음 자세를 갖는다면 미래는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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