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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숙 주한호주대사관 수석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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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8 07:08:47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아이 안 낳는 한국에 미래 없다…출산 장려 운동만이 살 길
 
 
 
박영숙(53) 주한호주대사관 수석보좌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인사 가운데 한명이다. 주한영국대사관 공보관 18년, 주한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 8년.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외국에서 한국 자료를 찾을 때면 어김없이 그를 찾았다. 그녀의 직함은 다양하다. 한국수양부모협회 회장, 연세대 초빙교수에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

그녀는 미래학자이기도 하다. 현재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대표로 20개 가까운 미래관련 기관·학회를 이끌고 있다. 그녀의 성공적인 삶에 대해 들으려 했던 인터뷰는 미래학에 대한 얘기로 샜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2시간에 걸쳐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1층의 한 레스토랑에서 이뤄졌다. 수수한 장식이 붙은 남색 정장 차림의 그녀는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기자를 맞았다. 그녀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각종 자료를 곁들이며 질문에 답해 나갔다.

◆한국, 이대로 가면 사라지는 국가 1호

-여러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평소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뭔가요?

“호주대사관 수석보좌관입니다. 1982년도에 한국에 들어왔고 그해 8월부터 2000년까지 영국대사관 공보관으로 머물렀어요. 2000년 말부터 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에 이어 올해 수석보좌관을 맡았습니다. 정치·경제를 분석하는 역할로 미래를 분석하는 거예요.”

-미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남편(미국인)이 미래학자예요. 그리고 제가 1982년 영국 정부기관에 들어가서 공무원 훈련을 받았는데,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로 소멸하는 국가’이자 ‘물부족 국가’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그걸 듣고 크게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1992년 인구포럼에 갔더니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문제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더군요.”

-세계 미래학계에서는 한국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던가요?

“긍정적인 내용은 한국이 통일되면 엄청난 강대국이 된다는 전망이에요. ‘북한의 병사와 남한의 첨단국방이 합쳐지면 미국 다음의 세계 2대 군사력을 가진다’는 예측도 있어요. ‘CIA 2020’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남북한의 통일 시점은 2020년입니다. 2017년 ‘접속평등’이 일어나면 북한의 누구든지 인터넷에 접속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서 권력세습이 불가능해집니다.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에요. 외국에서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우리만 모르고 있지요. 비관론은 2300년에 남한만 있을 때는 출산율이 떨어져 한국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장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코리아 신드롬(The Korea Syndrome)’이란 용어를 통해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로 사라지는 국가 1호’라고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땅에서 키우자

-한국수양부모협회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1982년 한국에 들어오니 남편이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로 소멸하는 국가인데도 외국에 아이들을 8만명씩이나 입양 보냈다. 너희 나라에는 지도자가 없느냐?’고 물었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을 해외에 내보낼 게 아니라 한국 자체에서 키워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양부모협회 운동을 시작했고 ‘우리 아이 우리 땅 우리집에서 키우자’고 주장했어요. 1995년부터 시작했는데 이때가 40세가 되는 해였어요. 외국에선 40세가 되면 ‘(사회에) 환원하는 시기’라고 하지요. 남의 아이 한명을 데리고 와서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때 키웠던 아이들도 이제는 스무살 정도 되는데 모두 미국에 가 있어요.”

-그로 인해 개인적인 테러 위협도 받았다던데요.

"처음에 ‘해외입양·고아원 없애야 한다’고 했더니 관계자들이 대사관에 와서 반대 데모를 하고 협회에 물건을 던지더군요.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 죽인다’는 전화도 왔고요. 그래서 (10년 전 나온 브로슈어를 직접 보여주며) 홍보문구를 여러 번 바꿔서 ‘우리 아이 우리 땅 우리집에서 키웁시다’에서 ‘키웁니다’로 했어요. 해외입양 반대라고 하면 당장에 들고 들어오니까 은유적으로 바꾼 결과죠. 정부도 준비를 하고 있지만 기존 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서서히 변화를 유도하고 있어요."

-수양부모 운동 동참자는 많이 늘었나요?

“많이 늘었죠. 협회 산하에서 보살펴 주는 아이들이 거의 4천명에 이릅니다. 우리집에서도 2~8년 동안 키운 장기 위탁아동이 14명입니다. 100여명은 단기 위탁을 했고요. 1995년부터 오픈하우스 형식으로 운영하는 우리 집을 거쳐간 아이들이에요.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40~50명이 돼서 도저히 혼자 키우지 못하게 되자 가족들이나 친척, 친구들 집에 애들을 보내다가 협회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수양부모협회입니다. 1998년 4월 4일 창립대회를 했어요. 이게 ‘죽을 4’자라며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심정으로 일부러 그 날짜로 잡았죠.(그녀는 이 과정에서 빚을 많이 졌다. 그래서 퇴직금으로 빚을 갚아 보겠다고 영국대사관 공보관직을 그만뒀다. 그런데 호주대사관 측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과 남편의 월급도 모자라 수양부모 활동비 마련을 위해 번역 및 저술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셈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미래사회 변화인데, 이것이 싱글맘 쪽으로 변하고 있어요. 앞서가서 필요한 제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싱글맘협회를 만들었습니다.”

◆영화인 지망생이 외교계 인사로

-미국 유학 시절 영화 공부를 했다고 들었습니다.(그녀는 외국어교육과에서 불어를 제1전공, 영어를 제2전공으로 공부했다.)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한 것도 프랑스문화관에서 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프랑스에 가서 시나리오를 쓸 정도의 실력이 안 돼서 미국행을 결심했어요. 1980년 오하이오대에서 1년 동안 공부를 했어요.”

-1982년 영국대사관에 취직했더군요. 외교계에 관심이 있었습니까?

“돈을 빨리 벌어 미국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러군데 찾아 봤더니 대사관 월급이 삼성 같은 대기업보다도 2배 이상 많더군요. 영어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토·일요일 노는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라서 일도 적었고. 당시 외국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렸기 때문에 외국인 사회에도 관심이 많았죠.”

-외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요?

“한국에, 또 대구에 투자를 유치한다고 외치는데 힘이 듭니다. 자본이 원래 시장을 찾아가게 돼 있는데 외국에선 한국이 사라진다고 알고 있어요. 사라지는 나라에 왜 투자를 하겠어요? 실제로 똑똑한 외국기업은 한국에 투자를 안 합니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출산장려 운동을 펼쳐야 합니다.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는 국가라고 안심시켜놓고 투자를 유치해야 합니다. ‘투자 유치=출산장려 운동’입니다. 우리나라가 잘 살려면 출산장려 운동부터 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NO! 라이프디자인은 OK!

-다양한 경력 때문에 많이 알려졌습니다. 정치권에서 러브콜은 없었나요?

“정치권에서 영입하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젊은 여성들에게 유명한 10대 여성 가운데 2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어요. 남을 돕는 일로 가치도 꽤 올라갔고요. 인맥 네트워크로도 마당발 1호로 선정됐죠. 한두번 생각은 해봤지만, 정치는 망하는 사업이거든요. 미래에는 입법활동도 기계가 할 겁니다. 신(新) 직접민주주의가 되면 똑똑한 국민이 정당이나 정치인을 무시하고 정부나 대통령하고 직접 대화를 원하게 될 거예요. 정치인은 10년 후에는 사람들이 가장 혐오하는 직업이 될 겁니다. 앞으로는 정치인이 되려는 사람이 없어질 거예요. 정치권에서 아무리 설득을 해도 미래학상 망하는 것에 뛰어들 수는 없죠.”

-지방대 출신과 여대생 취직이 어려운 현실에 조언을 한다면?

“IBM 미래보고서에 의하면 이미 ‘일류대 기피증’이 나타납니다. 큰 걱정은 말고 단지 전략을 잘 세워야죠. 이제는 인턴십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공은 하나만 하고 인턴을 하러 다녀야 합니다. 직종을 달리해서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어요. 저한테 연락해도 호주대사관이나 유엔미래포럼 등에 인턴을 시켜줄 수 있어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라이프 디자인(Life Design)도 도와 주고요. 후배들에겐 그게 가장 절실한 거죠. 대구에서도 그렇고, 대한민국에서 그런 걸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후배들이 열심히 해서 서울에 올라오면 도와줄 의향이 있어요. 커리어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에 이제 졸업장은 중요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영어를 어떻게 배웠느냐?’는 질문에 박 수석보좌관은 ‘진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도 ‘AFKN을 24시간 틀어놓고 귀에 익히면서 입이 뚫렸다’고도 했다. 그는 요즘 관심사안을 ‘more babies(아이 더 낳기), no more steps(계단 줄이기), save water(물 보존)’라고 정리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박영숙은?

1955년 경북 구미생. 경북대 외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주한영국대사관 공보업무를 필두로 외교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으로 재직하다 올해 수석보좌관이 됐다. (사)유엔미래포럼과 세계미래회의 등 미래관련 국제기구 한국대표를 겸하며 ‘당신을 위한 미래뉴스’ 등 다수의 미래관련 서적을 번역했다. ‘거문고’ ‘더블크로스’ 등의 소설은 물론 영어 교육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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