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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다문화 사회] 결혼이주여성 속내를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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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7 07:47:1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 김천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만난 여섯나라에서 온 여섯명의 결혼이주여성들. 이들은 고향에 있는 가족을 자주 만날 수 없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결혼 이주여성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뭘까?"

경북 영천에 사는 베트남 출신 A씨는 지난해 운이(?) 좋아 경주EXPO에 무려 세번이나 다녀왔다. 각종 단체들이 주최하는 다문화 행사에 참석해 경품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무언가 빠진 것 같다. "시집온 지 2년이 훨씬 넘었는데 한번도 고향에 가보질 못했어요. 고향의 가족들이 너무 그리워요." 그녀가 원하는 건 EXPO도, 경품도 아니라 바로 부모님을 뵙는 것이다.

요즘 어딜 가든 다문화 행사가 줄을 잇고 있지만 과연 이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고 어떤 것에 목말라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본지 취재팀은 이달 초 베트남, 태국 등을 찾아 대구경북으로 딸을 시집보낸 결혼이주여성들의 가족과 만나기에 앞서 지난달 18일 김천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그들에게 고향과 가족 얘기를 들었다. 그들을 시집보낸 가족들과 그 나라의 사회분위기, 결혼시스템 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비단야파 존·32·태국

"아이를 가져보니 어머니가 더욱 생각나요." 지난해 10월 태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비단야파 존(32) 씨는 임신 3개월째다.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희망에 부풀어 있지만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다. "엄마도 저를 가졌을 때 입덧도 심하고 온몸이 무기력했겠죠?" 그는 어눌한 발음으로 '엄마…'란 단어를 낮은 목소리로 되뇌었다. 이내 눈시울을 붉혔고 지갑 속에 꼭 숨겨둔 해진 사진을 한장 보여줬다. 10여년 전 어릴적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어린아이(비단야파 존)와 함께 웃고 있는 어머니. 언제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 "명절 때가 되면 오리고기에 포도주를 넣어 만든 파냉커리를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어요."

▷뷰바이다·23·우즈벡

한국 며느리가 된 지 1년 6개월. 쥬바이다씨는 무척이나 이해심이 많은 남편과 시부모님 덕에 한국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고 했다. 요즘 보고 싶던 어머니를 최근 설치한 인터넷 화상으로 볼 수 있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다. "꿈속에서만 뵀던 어머니를 영상으로나마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인터넷을 설치해 준 남편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오늘도 그녀는 밤이면 컴퓨터 모니터를 켠다. 그리운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서….

▷누에김짠 마글리유·23·베트남

누에김짠씨는 1년 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얼마 전에는 예쁜 공주님도 태어났다. 더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큰 바람 한가지가 있다. "한번은 딸아이가 기침을 하며 많이 아팠어요.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고향에 계신 부모님도 제가 아플 때 많이 우셨겠죠?" 그는 "어릴적 감기를 앓을 때면 어머니가 밤새도록 머리맡에 수건을 올려 주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몸이 아픈 건 싫지만 그때 아플 때로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레이찬통·25·캄보디아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보고 싶어요."

결혼한 지 11개월 된 레이찬통씨는 일부러 방송사의 친정 보내주기 프로그램은 보지 않는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너무 그립기 때문이다. 그는 "TV를 보고 싶지만 보면 눈물부터 흐르고 부모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직장을 하루빨리 구하고 싶은 이유도 부모님 때문이다. 그는 "제 손으로 꼭 많은 돈을 벌어 가족들과 캄보디아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다.

▷쥬살리에·29·필리핀

8개월 전 한국으로 시집온 쥬살리에(29)씨는 누구보다 결혼이주민지원센터 한글 교육 프로그램 참여에 열심이다. 꿈을 위해선 한국어부터 능숙해야 한다고 했다. "꼭 선생님이 되기로 어머니와 약속했거던요. 학교엔 영어 열풍이 세니까 영어 선생님이 제격이겠죠?"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국어 교실에 나오고 있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꼭 지킬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남향순·36·중국

"세월이 지나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잊혀질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결혼해 한국에 온 지 13년이나 지났지만 남향순(36)씨의 부모님 생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명절날, 시부모님 생신때 등 기념일에는 어머니가 더욱 보고 싶어요." 특히 초·중생인 아이들이 커 갈수록 점점 더 부모님이 그립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속상한 일이 더욱 많아졌어요. 그럴때면 '나도 엄마 속 많이 상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죄송스러워요." 남씨는 집에 돌아가면 맨 먼저 국제전화번호 다이얼을 돌릴 예정이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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