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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3일(일) ㅣ
[이웃사랑] 뇌종양 앓고 있는 양미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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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돌봐 줄 가족 없는 홀몸…종양 커져가는데
 
 
 
양미옥(가명) 씨는 뇌종양으로 어지럼증이 심해 부축을 받지 않으면 제대로 걷지 못한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화장실에 가려고 몸을 일으키던 양미옥(가명`65) 씨가 잠시 휘청거렸다. 양 씨는 손으로 벽을 짚지 않으면 한 발자국 내딛기도 힘들어했다. 10년 넘게 시달려온 뇌종양으로 인해 어지럼증이 심한 탓이었다. 돌봐줄 가족이 없는 그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낸다. 눈이 부시면 어지럼증이 심해져 방안은 늘 어두컴컴하다.

양 씨는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뇌종양은 또다시 재발했다. 담당 의사와 양 씨 모두 재수술 얘기를 선뜻 꺼내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은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서다. 양 씨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니 그냥 운명에 맡기고 사는 거예요. 쓰러질 때를 대비해서 항상 시신기증등록증을 몸에 지니고 다녀요."

◆어렵게 살면서도 나눔 실천한 '천사'

양 씨는 "남편과 살았을 때의 지옥 같은 날들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40여 년 전 양 씨는 퇴근길에 뒤따라오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 남성은 성폭행에 그치지 않고 양 씨를 자신의 집에 가뒀고, 아예 남편을 자처했다. 직장도 없이 술만 마시던 남편은 의처증이 심했다. 하루종일 일하고 돌아온 양 씨는 밤새도록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고, 아침이 되면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갔다. 양 씨는 10년이나 끔찍한 현실 속에서 고통받다가 가출했다.  

양 씨는 당시 아이들이 몇 살이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못 살 것 같아 버리고 나온 불쌍한 애들에게 미련 가져서 뭐하겠어요. 애들한테 잘해주지 못한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베푸는 마음으로 살기로 했어요."

양 씨는 닥치는 대로 일했다. 시골에서 농사일을 돕고, 시장 좌판에서 번데기나 생선을 팔기도 했다. 어렵게 벌어 아껴 쓰고 남은 돈은 베푸는 데 썼다.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처지인 이웃을 위해 월세를 내주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에게 집을 구해줬다. 사후에 대비해 시신기증 등록을 하고, 임대주택 보증금은 근처 복지관에 기증하도록 공증을 받았다. "젊었을 때 돈을 모았으면 편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는 하지 않아요. 오히려 베풀면서 행복했어요."

◆3번 재발한 뇌종양, 수술비 구할 길 막막

양 씨를 쓰러뜨린 건 12년 전 발견된 뇌종양이었다. 갑자기 눈앞이 핑 돌면서 어지러워 주저앉길 여러 차례. 원인 모를 어지럼증은 점점 심해졌고 어느 날 아예 쓰러지고 말았다. 의사는 "뇌종양인데 위치가 좋지 않아 수술을 잘못하면 의식불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대학병원의 담당 주치의는 양 씨의 처지를 알고 병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그러나 뇌종양은 자꾸 재발했다. 처음 재발했을 때는 용변을 제대로 조절할 수 없어 곤욕을 치렀다. 재수술 후에는 일시적인 치매 증상으로 대화가 어려웠고, 얼마 후 또다시 재발해 세 번째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극심한 어지럼증이 도졌다. 양 씨는 걸핏하면 넘어져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곤 했다. 팔`다리가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저렸다. 종양은 예전보다 더 커졌지만 수술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 이상 병원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어서다. 양 씨는 임시로 다리와 어깨에 통증 완화 주사를 맞으며 고통을 견디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 어려운 상황에도 지난 3월부터 한 사회복지재단에 매달 2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양 씨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살아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아껴서 베풀어야 한다"고 했다. "매달 재단에서 후원받는 어린이가 쓴 편지를 나한테 보내줘요. 요즘은 그 편지를 읽는 낙으로 살아요."

이혜진 기자 hattch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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