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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5일(수) ㅣ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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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4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구박했던 가정부가 하루 아침에 유명 화가로
 
 
작고 못생긴 여자 예술가로 성장기

다양한 인간 군상 통해 세상 이치 깨달아

사랑으로 결핍과 상처 메우는 감동 인생

여름 시즌에는 시원하게 더위를 날려주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관객의 사랑을 받기 마련이지만, 잠깐 쉬어가는 의미로 선택한 작은 영화가 의의로 인생영화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돌이켜보면 삶에 심원한 잔상을 남기는 영화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인생을 치열하게 산 인물을 보여줌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영화, 누구나 겪게 되는 사건이나 순간 앞에서 위대한 선택을 함으로써 인간적인 깊이나 힘을 보여주는 영화가 그것이다. 영화를 통해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게 되는 기쁨, 혹은 보편적인 인간으로서 느끼는 동질감을 깨닫게 되는 바로 그때, 좋은 영화 한 편은 강퍅한 일상에 뿌려지는 귀한 단비 같다고 생각된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도 위와 같은 범주에 들어가는 영화다. 캐나다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아일랜드 여성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다.

몸은 불편하지만, 독립적인 성격의 모드(샐리 호킨스)는 생선과 장작을 파는 에버렛(에단 호크)의 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타인에게 정을 주지 않고 외로운 삶을 살던 에버렛은 집안일을 못하는 그녀에게 구박을 일삼는다. 그럼에도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붓을 든 모드는 집 안 곳곳을 자신의 그림으로 장식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버렛에게 생선을 받으러 온 산드라(캐리 매쳇)는 모드의 그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자신에게 팔 것을 권한다. 순식간에 그녀의 그림은 유명세를 타고, 집 앞은 그림을 사겠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감독 에이슬링 월시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원작인 영국 BBC 드라마 ‘핑거스미스’의 감독이다.    ‘핑거스미스’에서 스릴러와 성적 긴장감이 넘치는 로맨스의 결합을 훌륭하게 연출했던 감독답게  ‘내 사랑’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로맨스는 조용하게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거대한 감정의 파고로 끓어오른다.

영화의 원제는 ‘모디’(Maudie)이다. 주인공 이름인 ‘모드’의 애칭이다. 1903년에 태어나 1970년에 사망한 캐나다 출신 모드 루이스는 어린 시절부터 앓게 된 관절염으로 인해 작고 왜소하며, 다리를 절고 한쪽 팔은 사용이 힘들다. 그녀는 고아에다 돈만 밝히는 오빠에게서 버림받고, 숙모는 그녀를 짐짝처럼 여기며 하대한다.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 모드는 생선장수인 에버렛의 가정부로 지내다 둘은 1938년에 결혼한다. 몸이 불편한 모드와 성격이 괴팍한 에버렛, 결핍이 많은 두 사람은 사랑인지 잘 몰라도 서로 필요해서 합치게 되었다.

가난하고 핍박받는 삶에서 모드의 유일한 재미이자 또한 자존심은 바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버려진 나무판자 위에, 생선을 판 영수증 위에, 그리고 탁자와 창문과 접시에 닥치는 대로 그림을 그린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그녀는 창문을 통해 본 늘 똑같은 소박한 풍경 위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했고, 어린 시절 봤던 동물과 꽃의 기억 위에 상상력을 더했다. 그리고 무심한 남자지만 점점 더 사랑하게 된 남편을 그렸다. 그렇게 한 명의 나이브 화가(정규 미술 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기존 미술 양식에 구애되지 않고 자연과 현실을 시각화하는 예술가)가 탄생한 것이다.

제목처럼 짙은 감동을 자아내는 로맨스가 풍성한 영화는 아니다. 명배우 에단 호크의 활약보다는 모드 역의 샐리 호킨스의 열연이 중심이 되는 여성영화이다. 작고 못생긴 여자가 한 명의 위대한 예술가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치와 통찰력을 이끄는 여성 성장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비중은 크지 않지만 처음 모드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본, 뉴욕에서 온 멋쟁이 여성 산드라와 모드가 맺는 호들갑스럽지 않은 깊은 신뢰 관계가 짙은 인상을 남긴다.

유명세를 얻었지만, 여전히 좁은 집에서 소박한 그림을 그리며 삶의 기쁨을 만끽하는 사이에 두 사람을 휘젓는 몇 가지 사건들과 만나며 그들의 일상에 소용돌이가 몰려오곤 한다. 영화 속 시골 풍경과 그림, 작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삶의 역경들, 인물들의 순박한 얼굴들, 이 모든 것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풍부하다. 30여 년을 함께하며 사랑하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게 된 부부를 통해 서로 결핍과 상처를 메우며 동반자로서 인생을 함께한다는 것, 그리고 삶 속에 깊이 자리한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영화다. 비천한 자의 내면이 아름다움과 현명함으로 흘러넘쳤다는 사실 또한 그윽한 감동을 준다.

정민아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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