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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28] 기미와 보쿠(君と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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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5 07:00: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우리는 윗사람에게 자기를 겸손하게 말할 때는 '저'라고 하고, 자기와 동격이거나 아랫사람에게는 '나'라고 한다. 일본말도 우리와 같아서 '나를' 윗사람에게는 '와타쿠시'(私), 동격이거나 아랫사람에게는 '보쿠'(僕)라고 한다. 또 상대를 지칭할 때 쓰는 '너'라는 말은, 상대가 자기와 같거나 또는 낮을 때만 사용해야지 윗사람에게 쓰면 대단히 실례가 되는 말이다. 일본말에서도 이와 똑같은 용법의 '너'를 '기미'(君)라고 하는데, 이는 '김'(金)이 변해서 된 말이다. 그리고 '나'라는 '보쿠'(僕) 역시 '박'(朴)이 변해서 된 말이다. 그러면 어째서 '김'과 '박'이 '기미'와 '보쿠'라는 말로 바뀌었을까?

여기에는 엄청난 역사적 비밀이 숨겨져 있다. 지금부터 1천6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경상도에 '가야'라는 6개의 소국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연합하여 '가야연맹체'를 이루고 있었다. 이 가야 연맹체의 종주국인 대가야는 지금의 고령(高靈)지방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국명을 '미오야마국'(彌烏耶馬國)이라 하였고, '박'(朴)씨가 왕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김해(金海)지방에는 금관가야가 있었는데, 국명을 '구야국'(狗耶國)이라 하고 '김'(金)씨가 왕이었다. 그런데 경주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가 신라가 세력을 점점 확대해 오자, 불안을 느낀 이들의 일부는 일본으로 건너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에 대가야를 중심으로 한 일족들은 오사카 주변의 아츠카에 '야마토국'(耶馬台國)을 건설하였고, 후발의 금관가야는 규슈지방에 '구노국'(狗奴國)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세력이 강했던 대가야의 고령 박씨는 박씨라서 보쿠(朴), 상대적으로 약했던 금관가야의 김해김씨는 김씨라서 기미(金)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자연히 세력을 함축한 '너', '나'라는 호칭으로 변한 것이다.

그 후 흐르는 역사 속에서 야마토국과 구노국은 서로 대립하게 되고, 야마토국의 슈신(崇神)천황이 구노국을 공격하였으나 오히려 패하고, 그때부터 일본 열도의 패자는 박씨에서 김씨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일본 천황의 성이 '김해 김씨'라는 말도 여기서 나오게 된다. 이런 역사적인 연유로 '기미'(君)라는 말을 인칭대명사로 쓸 때에는 '자네'라는 뜻의 낮춤말이 되지만, '천황'을 상징하는 '기미'(君)로 쓸 때면 지극히 존엄한 존칭어가 된다. 일본의 국가를 '기미가요'(君が世)라고 하는데, 이는 '임금님의 세상'이란 뜻이지만, 원래는 '김가네 세상'이란 말이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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