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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5일(토) ㅣ
[아! 옛날이여] 양은지의 ‘동성로’ 그때 그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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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아카데미극장 옆 캐빈, 오후 4시 문 열자 입장해 디스코 막춤
 
 
 
 
양은지 문화관광대구경북협동조합 이사장
미진분식엔 허기 채워주던 달달한 우동·화끈한 쫄면

미팅한 법대생과 개정식당서 비빔밥 먹고는 바이바이

친구와 마주한 학사주점 “여자끼리 술을? 말세다, 말세”

미진분식서 달달한 우동과 김밥 한 줄 그리고 맵고도 화끈한 쫄면. 순수한 천사도 순수한 악마도 이 쫄깃한 인생에 관여는 못 하리라.

한일극장에서 임예진과 전영록의 하이틴 영화를 보고 어쩜 저리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는지. 청춘스타는 여고생들의 우상! 나도 예진이보다 못할 게 없지. 꼭 대학 가서 영록이를 만나야지. 다짐 또 다짐.

아루스화방서 비싼 홀베인 물감 세 개 샀다. 나무박스 안에 국산 물감 몇 개 가볍지만 폼나게 아트박스 들고 활보하는 나는 우아한 미대 소녀.

아루스화방 건너 상아화방. 고등학교 마치고 한 번도 안 보이던 형덕이가 밤늦게 전화가 왔다. 조각을 한다고 조각도 같이 좀 사잔다. 반갑기도 하고 미대 갔다고 좋아하더먼. 졸업식 때 보고…. 중파(중앙파출소) 앞에서 만났다. 아니 고딩 때도 긴 머리 하던 애가 완전 까까중! 땡고(능인고등) 마치고 바로 행자승 전북 무슨 절에 갔단다. 같은 동네서 각별히 나를 친동생처럼…. 조각도 사주고 돌아오는 겨울밤이 왜 그리 매서운지.

운동의 천재 핸드볼의 귀재였지만 코치한테 기아리(대드는 것을 이때는 이렇게 표현) 먹고 대학 못 간 원화를 시내 거목다방서 만났다. 여전히 새까맣고 눈은 반짝인다. 정규수업을 안 받아서 그렇지 아까운 인재다. 영어로 된 팝송을 우리 글로 적어 주었을 때 얼마나 좋아하던지.

아카데미극장 골목 송학구이는 아주 많은 종류의 찌개다시를 자랑했던가. 소간과 천엽이 계속해서 나오며 오드래기 소 혓바닥 구이는 고추장을 발라 연탄불에 구우니 얼마나 향긋한지. 고춧가루에 참기름 듬뿍 굵게 빻은 마늘로 만든 양념장에 잡은 지 얼마 안 된 소 허벅지살. 오늘 잡은 소의 골, 김이 모락모락 하다 참기름 동동 띄우니 참 고시하다. 특별한 손님에게만 준다는 특 서비스, 하긴 나같이 귀여운 손님에게는 특별하게 대접해야 자주 오지.

강창다리에서 단체팅 치대하고 하기로 했는데, 어디서 차출했는지 법대생이 내 파트너로 왔다. 아주 맘에 들면서 순진무구하게 보인다. 리포트 써달라고 해야지. 담에 만날 수 있어. 드디어 써 가지고 왔네. 아주 훌륭해 역시 내가 보는 눈은 있어. 답례로 개정식당에 비빔밥 먹었는데 인상이 아닌 듯 우짜지! 아 여기 데리고 오는 게 아닌데. 경대 후문 가서 라면이나 먹였어야 되는데. 촌놈한테 고기 고명 올린 비빔밥…. 애공 두 번 다시 못 봤다. 겁나서 도망간 그놈, 고시에 떨어져라.  

DJ가 틀어준 나나 무스쿠리의 ‘오버 앤 오버’ 계속해서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라이덜 라이 라이덜 라이 까만 머리에 까만 눈동자’ 무아의 DJ는 우째저리 쌈박하게 생겼지. 계란 노른자를 갈아서 고명으로 올린 멕시칸 사라다는 왜 이리 꼬시하지. 담에 올 때는 한 놈 꼬셔서 와야 되는데. 누굴 꼬시지 여긴 너무 비싸.

그리스풍의 하얀 건물. 화려한 꽃무늬 소파의 반쥴 하이네켄 맥주. 12년 동안 공부하고 온 사촌 형부 초대 정치학과 교수로 오셨다. 독일 맥주와 가장 비슷한 하이네켄. 둘이서 전혜린과 뮌헨을 이야기하고 우리나라의 데모하는 자기 과 학생을 걱정하고…. 형부 남 걱정하지 말고 다음 주 가야 되는 페스티벌 처제 파트너나 걱정 좀 해 주이소. 마.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계약 결혼이란 걸 했다고요. 나도 담에 그런 거 해야지. 대한민국의 최고의 지성인 되는 거죠.

한일호텔 옆 뜨락 입구에 권준 그림이. 회색빛 바탕에 옆 얼굴의 여자. 저 그림 돈 벌어서 내가 꼭 사야지. 잘난 척하는 저놈은 나한테 돈가스 하나 시켜주고. 이에 거품 물고 잘난 척하네. 더럽게 아는 것도 없구먼. 니가 독일서 박사나 받아오고 잘난 척 해죠. 이노무 돼지고기는 왜 이리 질기지.

오후 10시 넘어올라 간 맥심 대백 11층. 돈이 많아 보이는 아저씨가 참 많네. 내 보고 와서 맥주 한 잔하란다. 여기 자주 오면 시집은 다 갔다. 앞으로 여긴 오마 안돼. 그리고 5번밖에 안 갔음.

지금의 야시골목 스텐드바와 룸살롱이 즐비한 곳. 팔반, 우연, 동경, 심해, 늘봄, 거화…. 이쁜 여대생들이 아르바이트하던 곳 비싼 옷 입고 빨간 루즈 바르고 기다란 허연 다리 내 놓고 접대하다가 숨어서 담배 피우며 앉아 있던 손님 욕을 양껏 하네. 근데 들어와서 빨간 불빛에는 얼마나 아양을 떠는지. 가슴이 훅 파진 드레스 저거 내가 입으면 어울릴 텐데.

소방차가 시도한 새 춤의 시작. 영턱스의 뒷빽춤. 그들이 디스코의 서막을 열었다. 존 트라볼타의 새틀데이 피블스, 디스코의 진수 우리는 광분했지 아마도….

아카데미극장 옆 캐빈, 오후 9시에 귀가해야 되는 정록이 때문에 오후 4시부터 가서 문 열기를 기다리는 염원으로 청소 끝나면 바로 돌진. 총괄주먹상무님이 웨이터 교육시킬 때 우리 6명도 같이 교육받고, 드디어 음악이 나오고 술도 시키고 주머니 각자 탈탈 털고 맥주 3병 안주 마른안주 과일 안주가 기본. 그것도 다 못 먹고 술을 남기고 온 우리는 오직 춤으로만 승부를 걸었다. 그것은 막춤인 듯….

오후 8시 넘어서 많은 이들이 들어닥치네. 남들 입장할 때 우리는 집에 가야 할 시간. 잘생긴 그놈을 두고 쓰리지만 돌아서 집으로 와야만 하는 여자는 힘든 시대!

영어를 잘해야 디자이너로 성공할 수 있어. 넌 할 수 있어. 흑인과도 백인도 speaking해야 돼. 헤럴드 어학원이 할 수는 없지. 고딩 때 성문종합이 천지 쓰일 때가 없네. 하얀 얼굴 까만 머리 노란 피부 가리지 말고 무조건 들이대서 이바구 해야돼. 봐, 혓바닥 잘 구르잖아.

중앙파출소에 먼놈이 저리 많아. 온 방 술 먹고 싸워서 잡혀 온 놈만 가득. 어쭈 저놈은 어딜 가는 거지. 도망치다 오줌 마렵지. 여기저기서 오줌 깔기고 있잖아. 이놈아, 돌아서서 싸야지.

오늘은 일요일 도서관 가서 자리 잡아야 돼. 그래도 머리 롤은 말아야 되는데. 책을 넘 많이 갖고 온 듯. 12번 버스 타고 퍼뜩 가서 겨우 자리 잡았네. 근대와 현대미술원서 번역해서 P교수 코를 납작하게 해야 되는데…. 지난주처럼 대백 3층서 옷 보고 전원돈까스 먹고 그냥 집에 가면 안 되는데.

반월당의 학사주점. 서울 고대 간 뚱보가 내려왔다. 말(억양)이 약간 올라간 듯. 그래도 많이 어색하지는 않네.

폼나게 금복주가 아닌 진로를 시켰다. 왜 딴 테이블에서 우리를 보지. 내가 너무 예쁜가. 어, 저놈이 이리로 오네. 여자들이 싸가지없게 여자들끼리 술을 마셔. 말세다, 말세. 쯧쯧…. 웃기시네. 웃기시네. 술값 니가 내냐, 니나 잘해. 술 먹고 헛소리 말고…. 우리의 수다는 인생의 한 자락으로 무수한 미래를 설계하였고 어렵지만 어려운 줄 몰랐고 힘들고 힘든 한 자락을 엮어갔다.

양은지 문화관광대구경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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