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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호의 에세이 산책] 아침 잡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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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1945년 8월 15일, 일제강점하에서 해방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였다. 국민총생산(GNP)도 50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의 2만8천달러와 비교하면 얼마나 가난한 나라였는가를 알 수 있다. 굶어 죽는 사람도 많았다. 거기다 장티푸스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이 창궐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우리 마을에도 3일마다 한 번씩 상여가 나갔는데 상여 뒤를 따라가는 어린 자식을 보고 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당시 국민(초등)학교 1학년인 나도 분위기에 휩싸여 여기저기 문상객이 먹다 남긴 술을 마시고 몽롱한 가운데 울면 더욱 감정이 복받쳐 열심히 울어주었다.

그때는 전국에 의과대학이 7개밖에 없었다. 지금 41개 의대에서 해마다 3천여 명의 의사가 쏟아져 나온다. 당시 의료시설이 얼마나 열악했던가를 알 수 있다. 평생 병원 한번 못 가보고 죽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삼년상을 치러야 하는 관혼상제 때문에 대부분 빚을 졌다. 이자도 높았다. 혁명정부도 관혼상제, 고리채 정리를 하지 못했다.

학교 가는 길은 멀기만 했다. 모퉁이 연못가에 목매달아 죽은 처녀 귀신이 나온다는 고갯길이 무서웠고,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문둥이가 겁이 났다. 남의 손을 빌리는 것은 소밖에 없던 시절, 고된 농사일에 지쳐 정신없이 자고 있는 어머니 품에 있는 어린 것을 살짝 물고 달아난 늑대나 사람을 홀린다는 여우가 겁이 났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배고픔이었다. 이 세상에서 배고픔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 얼마나 먹는 것이 소원이었으면 어른을 만나면 “아침 잡수셨습니까?” “점심 잡수셨습니까?” 이렇게 인사를 했겠는가. 그때는 모두가 영양실조로 빼빼여서 통통한 처녀를 보면 부잣집 맏며느릿감이라고 했다.

장날에는 거지와 문둥이들이 떼 지어 몰려다녔다. 그 당시에는 중농 정도 되어야 부모에게 논 3마지기(2천㎡) 정도 타고 분가를 했다. 단칸방은 자식들이 고물고물 돼지우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지금은 TV만 켜면 먹는 것이 너무 많이 나온다. 그것도 액션을 부려 안 먹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그렇게 먹고 살이 돼지같이 쪄서 이번에는 살 뺀다고 야단이다.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다. 그때는 배만 부르면 행복했다. 지금은 임금님도 먹지 못하는 진수성찬을 먹고도 행복을 모른다. 왜?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신문에 다 있다.

송일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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