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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파워 인터뷰] 해외서 더 유명한 플로리스트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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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4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너지총회·물포럼 꽃장식 도맡았죠"
 
\'세계 최고의 플로리스트 30인\'에 선정된 김영주 씨는 \"한국 사람들은 손재주가 뛰어나기 때문에 세계무대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계적 수준의 커리큘럼을 갖춘 교육시스템과 자기 작품 및 경력에 대한 철저한 관리, 그리고 국제무대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등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대구수성아트피아 인근 플로르 줄리아 매장 모습. 이곳에서는 플로리스트를 위한 강의와 더불어 각종 소모임이 열린다. 박노익 대기자
플로리스트 김영주 씨(63)는 한국에서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명성이 더 높다. 2015년 벨기에에서 세계 최우수 플로리스트 30인을 선정해 그들의 작품을 실어 발간한 'Formidable Florists'에 한국 플로리스트로서 최초로 그의 이름(줄리아 김)과 작품을 올렸다. 또 한국 플로리스트로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미국에서 열린 미국꽃디자이너협회(AIFD)의 글로벌 꽃 심포지엄 메인 프레젠테이션에 2007년에 이어 2016년에도 작품을 발표했다.

"AIFD 심포지엄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은 세계 최고의 플로리스트 15명이 무대에 서서 꽃을 주제로 1시간 동안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기량을 보여주는 연례행사입니다. 통상 발표자는 2년 전에 미리 결정되는데요. 아시아 쿼터로 지정된 한 자리의 주인공이 한국인 중 최초로 저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올해 1월 8일부터 14일까지는 중국 하이난 산야 국제오키드(서양란)쇼에 초대작가로 다녀왔습니다. 저는 꽃을 통한 민간 외교사절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수많은 국제무대에서 플로리스트 김영주 씨는 '줄리아 김'(Julia Kim)으로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교류하면서 외국인들이 '김영주'라는 한국어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그냥 '킴'이라고 불렀는데, 다른 수많은 '김씨'와 구별하기 어려워 해외 전용 외국 이름을 새로 짓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김영주의 마지막 글자 '주'를 따서 '줄리아 김'으로 정했다.

줄리아 김은 미국에서 인정받는 AIFD 공인평가심사자이며, AIFD와 함께 미국 2대 꽃디자인협회 중 하나인 미국 플로리스트협회(SAF)가 인증하는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국제 플로랄교육전문가(PFCI)이다. 미국 SAF로부터 2017년 신임된 전 세계 총 6명의 PFCI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PFCI는 국제 화훼산업에서 가장 우수한 플로랄 교육자임을 뜻하는 자격인증이며, 현재 38개국 138명이 PFCI로서 활동하고 있다.

플로리스트란 개념조차 없었던 한국에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플로리스트로 성장한 우리나라 1세대 플로리스트 줄리아 김을 만나, 그의 인생 이야기와 젊은 플로리스트 지망생에게 주는 성공을 위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취미에서 부업으로(즐거운 일)

김영주 씨는 1956년 부산에서 1남 4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1`4후퇴 때 월남한 실향민으로 생활력이 무척 강했다. 자녀 교육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다. 오빠는 학교 공부에 집중하도록 했지만 딸들에게는 '1인 1특기'라는 앞선 교육시스템을 적용했다. 큰언니는 첼로, 둘째는 테니스, 막내 여동생은 피아노를 배우게 했고, 김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전무용을 배웠다. 딸들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부산 금정초교를 졸업하고, 동래여중·고로 진학하면서 고전무용은 발레로 바뀌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부상을 당해 대학 진학이 어려워졌고, 서울로 올라와 무용강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20대 중반에 결혼을 했는데요.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다가 결혼으로 집안일만 하다 보니 답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요리나 꽃꽂이를 배워보면 어떨까 생각하다, 첫아이를 임신하면서 태교로 꽃꽂이가 좋겠다 싶어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첫아이 백일잔치 상에 그동안 배우고 익힌 꽃꽂이 작품을 올렸다. 친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인사치레일 수 있었겠지만 엄마가 아기를 위해 직접 꽃장식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긍지와 자부심이 생겼다.

"내가 꽃꽂이에 소질이 있나 봐. 그럼 제대로 배워볼까?"

한국꽃예술작가협회에는 초급`중급`고급 사범과정이 있었다. 모두 매년 봄`여름`가을`겨울 4회에 걸쳐 시험을 치러야 하고, 고급 사범이 되어야만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었다. 가르칠 자격을 얻는 데 최소 3년은 걸리는 셈이다. 초급 사범 시험에서 봄`가을 두 번에 걸쳐 장원을 차지했다.

"어머, 정말 내가 꽃 분야에 자질이 있나 봐!"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고급 사범 마지막 시험에서 또다시 장원에 올랐다. 그 후 아파트에서 이웃과 친구들을 대상으로 꽃꽂이 강습을 했다. 그 나름 알아주는 인기 강사였다. 취미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재미나게 할 수 있는 부업이 된 것이다.

◆부업이 전문직업으로(열정, 도전 정신)

수줍음을 잘 타는 김 씨가 외부 강사로 활동한 것은 딸이 한양여중 2학년 때 '어머니 교사'를 맡은 것이 처음이었다. 주 1회 특별활동 시간에 꽃꽂이 강의를 담당했다. 1995년 스승인 이경순 아림 꽃꽂이회 회장의 추천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마다 르네상스호텔 플라워숍 실장으로 취업했다. 첫 직장이었고, 보수와 근무여건이 좋았다. 그러나 오래 계속할 수는 없었다.

"저는 취미로 꽃꽂이를 했습니다. 그것도 동양 꽃꽂이를요. 하지만 호텔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서양적인 것이었습니다. 스승님의 칭찬과 호텔 측의 만족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전문직업인으로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저 자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시부모님과 남편, 중학생 아이를 남겨두고 유학을 떠나기로 어려운 결심을 했다. 꽃집 경영 커리큘럼에 맞는 학교를 수소문한 끝에 미국 휴스턴에 있는 프랭키 쉘턴스쿨을 찾았다.

"서양 스타일 꽃꽂이의 기본을 충실히 가르쳐주는 직업학교를 선택했습니다. 꽃꽂이는 학문이 아니라 요리 등과 같은 기능인 만큼 직업학교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귀국 후에는 숙명여대 디자인대학 플로랄&아트 과정에 입학했다. 그해 여름 프랑스 리옹 포르마플루에서 열린 하계연수에서 1주일간의 경험은 '꽃에 대한 인생관'을 확 바꿔 버렸다. 독일의 1인자 그래거 러시, 네덜란드의 우승자 행크 뮬더, 프랑스의 1인자 장자크, 꽃월드컵 우승자 영국의 수, 노르웨이의 크리스틴 벌 랜드 등 세계적 플로리스트의 강의는 새로운 세상을 눈앞에 펼쳐 놓았다.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했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해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꽃으로 이렇게 공간 장식을 하고 설치작업을 해서 예술의 단계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구나! 감동과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이대로 끝낼 순 없다!"(글로벌 진출)

제1회 코리안컵 플라워디자인 경기대회에 출전해 4위에 올랐다. 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에 용기를 얻어, 1997년 1월 제가 대형 사고(?)를 칩니다. 서울 압구정동에 새로운 개념의 플라워숍을 오픈했습니다. 당시는 꽃이 브랜드화하는 초창기였고, 세계 유명 플로리스트들이 막 국내에 들어와 레슨을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또 꽃과 웨딩`패션 분야가 서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입니다. 대박이 터졌죠. 주문이 쇄도하고, 각종 잡지의 커버스토리를 저의 얼굴이 장식한 것만 해도 10건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대박의 꿈은 채 1년이 가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플라워숍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물론이고, 붐비던 거리마저 황량했다.

"개인의 의지나 노력과는 무관한 상황이라…, 그래서 충격이 더 컸는지 모릅니다. 플라워숍 문을 닫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숍을 정리해 빚을 다 갚을 수 있어 다행이긴 했지만,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그만큼 간절함은 커졌다. 이제 진짜 '프로'가 되는 것밖에 다른 길은 없었다. 1974년 아메리칸컵 우승자인 필 룰로다 선생을 찾아 미국으로 갔다. 남다른 열정은 스승을 감동시켰고, 조교로 활동하며 학비를 절감했다. 디즈니랜드호텔을 꽃꽂이 실습장으로 이용하는 특혜도 누렸다.

김 씨는 2000년 서울 JW메리어트호텔이 문을 열면서 개업 멤버로 플라워숍 실장을 제안받았다. 방송인 남희석 씨가 호텔 첫 결혼식의 주인공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그때 쓰인 웨딩꽃장식이 바로 김 씨의 작품이다.

◆세계적 플로리스트로 도약(지속적 노력)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대구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특1급 호텔 인터불고가 문을 열었지만, 굵직한 국제행사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1급 플로리스트가 반드시 필요했다.

2001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 만찬장 꽃장식과 서울공항 국제에어쇼 오프닝 꽃장식을 담당했던 김 선생은 ▷월드컵 선수 축하 꽃다발 및 환영식장 데코레이션 ▷APEC 각료회의 공식행사장 꽃장식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식전행사 꽃장식 ▷세계에너지총회 전체 행사 꽃장식 ▷세계물포럼 참가국 정상 스위트룸 및 개막식 꽃장식 등 대구경북에서 이뤄진 대형 국제행사를 도맡아 진행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뉴욕에서 UN총회 관련 행사에 참석, 축하 플라워 데코레이션과 퍼포먼스를 주관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잠비아 대통령 부인의 추천을 받은 데보라 찬사라는 학생을 '재능기부'로 대구에서 피베르디프랑스과정을 교육시켜 돌려보내기도 했다.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결정적 계기는 2007년 AIFD 심포지엄이었다. 행사 2년 전 이미 제안서가 이사회를 통과해 발표자로 내정됐다. 한국인 최초였고, 영광스럽게도 폐막식 이벤트로 스케줄이 잡혔다.

"전 세계 1천400여 명의 플로리스트들이 집중하는 가운데 'Flowers with Soul'(영혼을 가진 꽃)을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고, 그날 제 작품과 발표 내용을 담은 DVD가 완판되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이날 발표를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50년 역사의 프랑스 피베르디 꽃예술학교 교장 필립 라미 씨였다. 필립 교장은 2008년 직접 대구를 세 번이나 방문했다. '삼고초려'였다. 이후 김 씨는 한국플로리스트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마이스트 클래스의 강의와 피베르디 프랑스 주최 플라워디자인경기대회 심사를 맡았고, 2011년 피베르디 프랑스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프랑스의 세계적 꽃예술학교 한국분교, 피베르디 코리아의 책임자가 된 것이다.

"솔직히 피베르디와의 인연은 한류붐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유럽을 휩쓴 한류가 없었다면 필립 교장이 저에게 주목하지도, 대구를 찾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로망 중 하나가 프랑스 유학입니다. 그런데 피베르디 코리아는 불어를 몰라도 프렌치 스타일의 기본과 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커리큘럼을 제공합니다. 16주간 집중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 1회(1인당 3개 작품 완성) 수업을 합니다. 도제식 교육의 특성상 한 기수당 4~6명을 넘지 못합니다."

◆플로리스트에게 꽃길은 없다?

"요즘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아주 많습니다. 너무 쉽고 낭만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직업이라는 것이 타고난 자질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과정을 밟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지속적으로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명 플로리스트 교육과정과 실습의 길을 거쳐 왔습니다."

김 씨는 "플로리스트의 길은 학벌이 아닌 노동과 기술이 요구된다"면서 "고객의 입장에서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을 키우고, 또 우리의 꽃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브랜드화'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씨가 오늘날 세계적 플로리스트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각종 국제행사와 대회 프레젠테이션 경력, 자신의 작품 인생을 담은 '김영주의 꽃 이야기 1집'(2009년), '김영주의 꽃 이야기 2집'(2017년)의 파급 효과가 컸다. 이 작품집은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팔려나가면서 '플로리스트 줄리아 김'과 '한국의 미'를 알리고 있다.

"저의 마지막 사명은 한국의 젊은 플로리스트들이 해외로 진출하여 한국의 꽃예술과 디자인기술로 세계무대에 우뚝 설 수 있도록 후학들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1월 중국 하이난 산야 국제오키드(서양란) 대회에 출전한 제자 2명이 모두 플라워데코레이션 2개 부문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수상한 것이 무엇보다 자랑스럽습니다."

※플로리스트란?= 꽃을 의미하는 라틴어 플로스(flos)와 전문인을 뜻하는 접미사 이스트(ist)의 합성어.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을 비롯해 미국, 일본에서는 사회에서 널리 인정받는 전문직종이다. 꽃, 식물 등 화훼류를 여러 목적에 따라 아름답게 꾸미는 일을 한다. 현재는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를 넘어 공간 설치예술의 영역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석민 선임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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