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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살인자’ 초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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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4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혈관 따라 염증 유발…암세포도 만드는 ‘살인먼지’
 
 
연초부터 대한민국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요즘엔 맑게 갠 하늘을 보는 게 쉽지 않을 정도다. 지난 19일엔 올 들어 처음으로 대구에 초미세먼지(PM 2.5)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경북 쪽엔 15일 서부권역에 주의보가 내려진 바 있다. 특히 호흡기가 약한 어린이, 노인, 호흡기 질환자들은 외출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세먼지는 자동차의 배기가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 크기(10㎛ 이하)가 작다. 호흡기를 통해 인체 내에 유입되면 천식, 기관지염,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은밀한 살인자’라 불리기도 한다.

◆미세먼지, 한국을 덮치다

지난 20일은 24절기 중 대한(大寒)이었다. ‘큰 추위’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 한파 대신 미세먼지가 위세를 떨쳤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제곱미터(㎥)당 미세먼지 PM10 1시간 평균 농도가 예보 기준상 ‘나쁨’(81∼150㎍/㎥)에 해당하지 않는 곳은 대전과 충북(이상 80㎍/㎥), 전남(79㎍/㎥), 세종(68㎍/㎥) 등 네 곳뿐이었다.

대구경북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20일 오후 3시 경북의 ㎥당 미세먼지 PM10 1시간 평균 농도는 117㎍(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대구(114㎍/㎥)도 경북과 비슷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미세먼지는 한국의 ‘미래 생활의 질’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2017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서 OECD 회원국과 비회원국 41개국의 ‘미래 생활의 질’을 위한 자원 및 위험 요소 30개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대기 질과 수자원, 높은 가계 부채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대기 오염은 OECD 국가 가운데 최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야외에서 입자 직경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 평균 노출도는 27.9㎍/㎥(2013년 기준)로 41개국 중 가장 나빴다. 이 수치는 OECD 평균(13.9㎍/㎥)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폴란드(22.1㎍/㎥)와 남아프리카공화국(21.6㎍/㎥)이 한국 다음으로 공기의 질이 나빴다.

◆‘작은 고추가 맵다’, 치명적일 수 있는 미세먼지

먼지 핵에 여러 종류의 오염 물질이 엉겨 붙어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게 미세먼지다. 먼지는 보통 코털,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입자가 미세하면 폐포와 혈관 사이 막을 통과해 혈관까지 침투한다. 미세먼지가 몸속에 들어오면 먼지를 없애려고 면역세포가 활동하는데, 이 때문에 염증 반응이 생긴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기침과 일시적인 호흡 곤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는 더 위험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폐와 관련된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 호흡기 질환자 등은 미세먼지로 인해 더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입히는 피해에 관한 연구도 다양하다. 지난 3일 미국의학협회 발행 학술지 ‘소아과학’(JAMA Pediatrics)은 임신 중 석탄 연소나 차량 매연 등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PM1)에 노출될 때 조산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1㎥당 PM1이 10㎍ 이상이면 조산 위험이 9%, 52㎍ 이상이면 36%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기능이 떨어진 폐에 지속적으로 미세먼지가 유입되면 폐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는 외부에 직접 노출된 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5월엔 고려대병원 안과 송종석`엄영섭 교수 연구팀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환경에 눈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안구 표면이 손상될 위험이 3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실외 활동 자제, 마스크 착용으로 미세먼지 피해 줄이기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혈관으로 침투한다. 혈관을 타고 몸 곳곳을 돌아다니며 말썽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심각성을 인식,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http://www.safekorea.go.kr) 등은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편 대처 요령을 홍보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활개를 치면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강도 높은 활동이라면 미세먼지를 흡입하는 양도 많아진다. 특히 눈이 아프거나 기침, 목 통증 등이 있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이, 노인, 폐질환 및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무는 게 좋다.

외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인 KF 인증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KF80, KF94, KF99)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KF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차단은 잘되지만 답답한 느낌을 준다. 일반적으로 KF80을 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도로변이나 공사장 등에는 되도록 머물지 않도록 주의한다. 외출 후에는 깨끗이 씻는다. 특히 얼굴과 손, 발은 반드시 씻고 양치질을 거르지 않도록 한다. 노폐물 배출 효과가 있는 물, 항산화 효과가 있는 과일과 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정치영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염증 반응이 증가, 폐포에 손상을 주고 암세포를 만들어낸다”며 “미세먼지 예보에 신경을 쓰면서 되도록 대처 요령에 따라 움직이고, 물청소와 환기 등으로 실내 공기 질을 잘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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