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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1일(토) ㅣ
“도시철도역 스치는 시민들 춤추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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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1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인생 2막…도시철도역 공간서 음악 전하는 실버들
 
상록해피우쿨렐레연주단은 7월 15일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대구문화재단 생활음악제에서 하와이 훌라 복장을 하고 연주회를 했다. 상록해피우쿨렐레연주단 제공
 

도시철도역은 오고 가는 사람들로 항상 분주하다. 직장에 가거나 친구를 만나러 가거나 아니면 쇼핑하러 가거나, 사람마다 각기 사연을 품고 다닌다. 또 폭염에 지친 어르신에게는 좋은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음악 선물은 삶의 청량제가 될 수 있다. 대구 도시철도 역사를 중심으로 인생 2막을 음악 재능기부로 사는 멋진 실버들이 있다. 일반 시민들은 음악을 들어서 즐겁고 실버들은 음악을 해서 행복하다.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실버 악단을 만나러 가보자.

♣ 상록해피우쿨렐레연주단-5일 범어역에서 공연 ♣

   퇴직한 교사와 공무원 21명 모여

   우쿨렐레·젬베 등 음악 재능기부

  템포 빠른 노래로 활기찬 분위기

  어르신들 무대 함께 즐길 때 감동

“음악을 스스로 즐겨라. 그래야 관객의 뇌를 춤추게 한다.” 요즘 대구 시지 매호동 한 음악연습실은 폭염을 날릴 만큼 연주 열기가 뜨겁다. 옛 향수를 자극하는 ‘길가에 앉아서’라는 곡목의 노래가 꾀꼬리 같은 실버들의 고운 목소리를 탔다. 실버들은 우쿨렐레 반주를 잘 소화했다. 옆에서 미니 키보드, 타악기 젬베도 함께 음을 냈다. 연습장에 울려 퍼지는 경쾌한 음과 노래는 하와이 연정을 연상케 했다. 연주곡이 끝나자마자 김한기(60) 지도선생은 실버들에게 음의 느리고 빠름을 자상하게 설명했다. 상록해피우쿨렐레연주단 단원 15명이 5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범어역의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 있을 공연을 앞두고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년퇴직 공무원 21명 의기투합 결성

상록해피우쿨렐레연주단은 2014년 9월 창립됐다. 정년퇴직한 교사·행정공무원 21명이 의기투합해 연주단을 만들었다. 퇴직공무원 행복나눔단체 대경상록자원봉사 단에 소속돼 있다. 연주단 결성은 김 지도선생이 주도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60, 70대 실버들로 여성이 14명, 남성이 7명이다. 모두 인생 2막을 아름다운 음악 재능기부로 살겠다는 마음으로 만났다. 기악을 전공한 김 지도선생은 고교 음악 선생으로 32년간 근무하다 퇴직했다. 김 지도선생은 색소폰, 통기타, 오카리나, 팬플루트까지 연주하는 음악 실력자다. 단원들은 그를 ‘지도교수’라 칭한다. 단원들 대부분도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어느 정도 음악적 소양을 갖춰 악기 연주를 터득하는 것이 빨랐다. 결성 3년이 안 됐지만 연주 실력만큼은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미니 키보드는 권영순(65), 젬베는 차영희(62) 단원이 맡고 나머지 단원은 우쿨렐레를 연주한다. 우쿨렐레는 하와이 악기이다. 줄이 4개인 길이 50㎝ 정도의 소형 악기로 오른쪽 가슴에 안듯이 연주한다. 기타보다 소리가 밝고 경쾌한 게 특징이다.

◆도시철도역 등 활발한 음악 재능기부

연주단은 도시철도역 공연마다 항상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는다. 오고 가는 시민들에게 활기찬 젊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간혹 하와이풍의 복장을 하고 연주할 때도 있다. 병원 공연은 환자에게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란 조끼에 청바지를 입는다. 연주 곡목은 템포가 빠른 노래를 고른다. 단원들이 나이가 많아 쉽게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배려했다. 5일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의 연주곡은 ‘길가에 앉아서’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 ‘회전의자’ ‘빨간 구두 아가씨’가 예정돼 있다. 이번 공연은 대구문화재단 특별기획으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창립 3년 만에 연주단은 빛나는 활약을 하고 있다. 작년 6월 이후 지금까지 44회 연주 봉사를 했다. 반월당역·신매역·범어역 등 도시철도 역사를 중심으로 공연하고 있다. 푸른효병원, 고산재가노인센터에서도 매달 정기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수성못 버스킹 공연도 가끔 하고 있다.

또 대구시 주최 교통사고 30% 줄이기 캠페인에 11회 참여해 연주 봉사를 했다. 공연마다 단원 15명 이상이 참여할 만큼 열정이 대단하다. 연주단 회장인 조세진(66) 씨와 총무인 홍수선(67) 씨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조 회장은 링, 줄, 풍선을 활용한 신기한 마술을 선사해 환자들에게 인기다. 홍 총무는 선글라스와 빨간 구두 차림으로 춤추며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봉사의 즐거움이…”

연주단은 처음엔 변변한 연습실 하나 없었다. 공무원연금공단 사무실을 이용하다가 주민 민원 때문에 대덕문화전당으로, 그다음에는 교회로 옮겨다니는 떠돌이 신세였다. 이렇다 보니 단원들은 연습이 잘 안되면서 점차 지치기 시작했다. 이때 김 지도선생이 자신이 운영하는 음악연습실을 내줘 정착을 도왔다. 김 지도선생은 공연 때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음향장비까지 가지고 올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단원들은 김 지도선생이 너무 고마워 실력으로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연습한다.

지난 5월 말 반월당역에서의 연주 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공연을 관람하던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흥겨워 무대에 나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함께 춰 무대가 정말 뜨거웠다고 한다. 푸른효병원 공연에서는 연주를 끝까지 즐겁게 본 환자가 박카스까지 갖다줘 가슴이 찡했다고 한다. 단원들은 봉사의 즐거움이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단원들은 봉사로 힐링하면서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을 최고 행복으로 여기고 있다. 단원 한 명은 당뇨를 앓고 있다 공연을 하면서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고 다른 단원이 전했다.

김 지도선생은 “도시철도역 공간은 바쁜 시민들의 삶의 숨결이 흐르고 있다”며 “앞으로 단원들과 함께 청량한 음악을 더욱 많이 선사해 지친 시민들의 영혼을 맑게 달래주겠다”고 했다.

♣ 방종현 씨 하모니카 연주-월 1회 중앙로역에서 ♣

# “악보 없어도 700~800곡 거뜬합니다”

    1절은 하모니카, 2절은 노래 불러

    요양병원 공연 땐 치매 노인 눈물

“하모니카 소리는 향수를 자극함은 물론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친구가 생각나고 고향이 생각나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매달 한차례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역사 간이무대에는 하모니카를 맛깔나게 부는 70대 노익장이 있다. 금빛실버재능나눔봉사단 단장인 방종현(72) 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도시철도역을 오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애잔한 하모니카 선율을 전하는 게 가장 큰 기쁨이다. 중절모를 쓰는 멋쟁이 어르신인 그는 주로 흘러간 노래를 선사한다. 유행가이지만 노랫말을 음미해보면 그 나름대로 철학이 있다. 또 색소폰, 아코디언 연주자들과 협연으로 선율을 전하기도 한다. 청년 시절 스승도 없이 들숨 날숨 마구잡이로 하모니카를 불다가 정년퇴직 이후에 체계적으로 배웠다고 한다. 그는 악보도 없이 700~800곡은 거뜬하게 불 수 있다고 자랑한다. 공연에 나서면 1절은 하모니카로 연주하고 2절은 노래로 한다. 관중도 함께 따라 부르도록 유도해 공감대를 나누기 위해서다.

“도시철도역 대합실에는 마음 설레며 반가운 이를 기다리는 곳이고, 가는 이를 보내며 아쉬워하는 이별의 장소이기도 해요. 애틋한 사연을 가진 시민들이 오고 가면서 저의 하모니카 선율을 들으며 조금이나마 기쁨과 위로를 느꼈으면 합니다.”

평생을 하모니카와 함께한 그는 자연스레 하모니카 예찬론자가 됐다. 하모니카는 누구나 배우기 쉽고 비싸지 않으며 휴대하기도 편리하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연주하기에 좋다. 하모니카를 불면 음향이 입에서 뇌로 전달돼 자기 만족감이 들고 정서적으로 치유된다고도 한다.

그는 도시철도역 공연 이외에도 음악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문인 출판 기념회, 시 낭송회에 출연하고 어르신이 많은 요양원, 경로당, 복지회관에도 월 1회 이상 방문하고 있다.

“어느 요양병원에 공연을 갔을 때 일입니다. ‘강남 달’ 노래 1절을 하모니카로 연주하고 2절은 노래를 불렀는데 한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따라 불렀어요. 평소 치매로 아무 말씀 하지 않던 할머니가 노래를 끝까지 따라 불러 감동을 받았지요. 노래를 통해 치료한다던 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금빛실버재능나눔봉사단은 하모니카, 색소폰, 아코디언 연주자와 댄스팀, 민요·가요 가수 등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도 매주 월요일 하모니카 동아리 팀이 모여서 2시간 하모니카를 함께 불며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팔공문화원 주최로 ‘시와 음악이 있는 낭만 가객 방종현 수필가와 함께’라는 타이틀 아래 한시·시조창 공연을 진행했고 담수회관에서 ‘선비와 풍류’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김동석 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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