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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소아마비 앓고 있는 김동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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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8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딸 지적장애 점차 악화… "내가 몸 성했다면…"
 
 
 
소아마비와 당뇨를 앓는 김동석 씨가 지적장애 1급인 딸, 맑음 씨를 돌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지난 3일 오전 10시, 방문간호사가 당뇨를 앓는 김동석(57) 씨의 혈당 검사를 위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에서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지적장애 1급인 동석 씨의 딸, 맑음(26) 씨가 검사기를 보고 지레 겁을 먹고 내지른 소리였다.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동석 씨는 앉은 채로 방바닥을 쓸다시피 하며 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흥분해서 집안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딸을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내 몸도 소아마비랑 당뇨에 치아도 다 무너져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 딸까지 저러니 암담하네요. 둘 중 하나라도 멀쩡하면 좋았을 텐데…."

◆소아마비 아버지에 지적장애 딸까지.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로 동석 씨의 오른쪽 다리는 너무도 가늘어 제대로 서 있기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동석 씨는 자신의 손목을 오른쪽 발목 옆에 갖다 대며 "팔보다 다리가 더 가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맑음 씨가 돌 무렵 열 경기를 심하게 앓으며 동반된 지적장애와 간질은 한때 화목했던 가정을 붕괴시켰다. 가끔 발작 증세를 보이기도 하는 맑음 씨는 이따금 고통을 이기지 못해 벽지를 손톱으로 뜯고, 동석 씨를 공격하기도 하는 등 병세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석 씨는 "딸마저 이렇게 돼버리니 수년간 가족들 병수발만 하던 아내도 지쳐 떠나버렸다. 몸에 성한 곳이 없는 나와 딸아이, 둘만 남다 보니 우울한 마음을 이겨낼 수가 없다. 지금은 수면제 없이는 잠도 못 자는 신세"라고 말했다.

대구 북구 한 안경공장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렸던 동석 씨는 현재 기초수급비와 장애수당 등으로 매달 94만원을 받고 있지만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 임대아파트 월세와 각종 세금, 병원비를 합하면 매달 100만원 돈이 빠져나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10여 년 전 맑음 씨의 수술비로 지게 된 700만원의 빚도 이자만 겨우 갚아 나가는 상태다. 동석 씨는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병원비를 내고 빚도 청산하는 것이 맞다는 것은 잘 알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하니 받아주는 곳이 없어 답답하다"며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몸이 불편한 내가 정리대상 1호가 됐다. 그 이후 병세가 악화돼 어디를 가도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은 벌어둔 돈을 까먹기만 하고 있으니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유일한 낙은 노래. 힘닿는 데까지 딸을 지켜주고파

오랜 병마와 싸우며 맑음 씨까지 돌보느라 힘든 삶을 이어가는 동석 씨의 유일한 낙은 노래다. 어릴 적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하며 노래를 시작해 각종 장애인 가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는 그는 '한국연예예술인 총연합회 가수 김동석'이라고 적힌 명함을 자랑스레 꺼내 보였다. 힘든 생활을 털어놓으며 어둡기만 했던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특기를 살려 동석 씨는 10여 년이 넘도록 인근 복지관과 노인정을 돌며 매주 한차례 행사를 다니지만 수입은 회당 2만, 3만원으로 봉사에 가까운 수준이다. 동석 씨는 "크게 돈은 되지 않지만 노래할 때면 고단함도 가시는 것 같아 정기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목발을 짚고 노래하는 모습이 사실 보기 좋지는 않으니 돈이 될 만한 행사 섭외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또 "하루는 관객석에서 '저 병신이 무슨 노래를 하노'라는 숙덕임이 들려와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며 "최소한 다리에 보조기라도 달고 노래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덧붙였다.

동석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맑음 씨를 돌보고 싶다고 했다. 자녀의 성장이 부모의 노화와 맞물리는 시기. 더욱이 거동조차 불편한 그이지만 아직은 딸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젠가 내가 무너지면 우리 맑음이는 시설로 가겠죠. 그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단 하루라도 늦추고 싶은 것이 아버지로서 유일한 욕심입니다."

박상구 기자 sang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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